진흙속의연꽃

저기 수리산은 변함없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13. 09:52

저기 수리산은 변함없는데

 

 

터줏대감같은 느낌이다. 안양터줏대감을 말한다. 안양 토박이는 아니지만 요즘 안양의 변화를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한다. 2007년 이후 변화를 말한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도보로 20여분 걸린다. 오늘 도보로 일터로 향했다. 안양천과 학의천이 만나는 쌍개울에서 세상을 바라다보았다. 사방이 모두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2007년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터로 왕래하면서 본 것이다.

 

 

안양7동은 재개발되어 래미안 아파트단지가 되었다. 무려 5천세대 가까운 대단지이다. 단지이름도 메가트리아라하여 거대함을 뜻한다. 그 자리에는 주택과 5층짜리 아파트, 시장 등이 있었다. 철거에서부터 건설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사는 곳은 비산사거리이다. 비산2동도 재개발되었다. 주택과 상가, 저층아파트,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4년 전에 철거되었다. 이제 높이가 무려 38층에 달하는 타워형 아파트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역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또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건설되고 있다. 옛동화약품부지에 건설되고 있는 동서아이에스비즈센터를 말한다. 예전에는 아파트형공장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사무실용으로도 활용되어서 다목적 복합빌딩이라고 볼 수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구조물이 쌍개울에 나타난 것이다.

 

5.18찬가 님을 위한 행진곡노래를 보면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라는 가사가 있다. 쌍개울 사방에 재건축으로 인하여 고층아파트가 즐비하지만 안양천과 학의천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기 안양의 진산이라고 불리우는 수리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알고 있다. 철거에서부터 건설, 그리고 입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알고 있다. 2007년 이래 나는 쌍개울 주변 터줏대감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변화무쌍하다. 비디오를 빨리 돌리면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 알 수 있듯이, 지난 10여년 동안 안양 쌍개울 주변 변화는 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하여 이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듯 희고 높은 아파트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마치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우아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안양 쌍개울 주변 개발은 다 끝난 것일까? 소규모 개발은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백년, 이백년 가는 것일까? 이런 높이로 이렇게 튼튼하게 지었다면 백년, 이백년이 아니라 천년은 가야할 것이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다. 사람 사는 곳은 변화무쌍하다. 돈이 될 만한 곳은 밀어 버리고 새로 짓는다. 고층 아파트와 거대건축구조물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이 오늘날 거대 도시를 만들었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산천이다. 산과 강은 인간의 욕망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안양천과 학의천이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안양의 진산 수리산이 삼각형 모양으로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안양의 산천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나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2007년 이래 터줏대감이라고 하는 것이다.

 

스카이라인의 변화 못지 않게 사무실의 변화도 크다. 현재 임대로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에서 나는 터줏대감이다. 오피스텔에는 두 개의 날개가 있는데 3층 한 개 날개에서 내가 가장 오래 되었다.

 

 

20073층 한쪽 날개를 여러 방으로 쪼개서 분양했었다. 그때 임대로 들어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복도를 중심으로 하여 방이 11개 된다.

 

10평이 조금 넘는 작은 사무실이다. 그런데 2007년 이래 입주자가 계속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사무실은 6개월이 멀다하고 입주자가 바뀐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나 혼자만이 2007년 이후 14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피스텔 3층 한쪽 날개 터줏대감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은 산천이다. 바뀌지 않은 것은 하나 더 있다.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 천년, 만년이 흘러도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 부처님 가르침이 그렇다. 그래서 부처님은 연기법에 대하여 여래가 출현하거나 여래가 출현하지 않거나 그 세계는 정해져 있으며 원리로서 확립되어 있으며 원리로서 결정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것을 조건으로 한다.”(S12.20)라고 했다.

 

진리가 시대에 따라 바뀐다면 진리가 아니다. 진리는 천년, 만년 되어도 바뀌지 않는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원리로서 확정되어 있다고 했다. 부처가 출현하거나 출현하지 않거나 진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진리를 발견하면 부처가 된다. 과거 출현했던 부처님들은 연기법을 발견하여 부처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산천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억만년이 흐른다면 저 산도 가루가 되고 그 이전에 강은 말라 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것은 진리이다. 세상이 변화무쌍해도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진리가 후대로 갈수록 오염되어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다음 부처가 출현할 때까지 암흑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잘 지은 아파트 단지를 보면 보기에 좋아 보인다. 이전 난개발된 것과 비교하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철거과정에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과로서 남게 되었다.

 

옛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새로운 입주자들은 옛날의 모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터로 지나가는 길에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지켜 보았다.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 있다. 철거과정을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기록해 놓았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이 지역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저기 수리산은 변함없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밑변이 긴 안정된 삼각형 모양 을하고 있다. 주변의 스카이라인이 바뀌었어도 수리산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수리산은 이 모든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나도 2007년 이래 쌍개울 사방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안양의 터줏대감이다.

 

 

2021-08-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