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것은 바꾸어 주어야
커피포트를 바꾸었다. 오래 되었기 때문에 바꾼 것이다. 또 바꿀 만하기 때문에 바꾼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포트 안쪽 바닥 쇠붙이가 녹슬은 것처럼 벗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쇳가루와 같은 이물질이 유입된다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사용해온 세라믹포트는 꽤 오래 되었다. 아마 2015년에 산 것 같다. 이제까지 6년 쓴 것이다. 도자기처럼 된 세라믹 포트를 사게 된 것은 깨끗하고 위생적일 것 같았다. 이전에는 인터넷에서 중국산 것을 사용했는데 프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믿음이 가지 않았다. 유해물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 바꾼 것이 세라믹포트였다.
세라믹포트는 수명이 다 된 것 같다.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하다 보니 내부에 있는 열판이 삭은 것 같다. 들뜨고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도 어떤 부위는 변색되기도 했다. 혹시라도 쇳가루가 몸에 들어간다면 좋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늘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어떤 전기포트가 좋을까? 이마트 가전매장에 가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골랐다. 가격은 1.5리터짜리 39,000원이다. 필립스 제품으로 베스트셀러에 해당된다. 평면열판과 석회질필터, 그리고 스테인레스 재질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조건이 믿음을 주었다.
오래 되어서 좋은 것은 없다. 골동품은 오래 되어서 좋은 것이지만 가전제품은 오래 되면 바꾸어 주어야 한다. 만일 제품이 고장도 나지 않고 망가지지도 않고 천년만년 간다면 가전회사들은 문 닫아야 할 것이다. 브라더미싱이 있다. 생산된지 100년이 넘었어도 사용된다. 미싱회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망한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가전제품은 수명이 있다. 마르고 닳도록 사용할 수 없다. 수많은 부품 중에서 하나만 고장나도 사용할 수 없다. 설령 부품을 갈아준다고 하더라도 부품이 단종되었다면 사용할 수 없다.
가전제품은 일정한 주기로 자주 바꾸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만족하고 회사도 산다. 전자제품 개발자로서 오래 일해 보았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전기포트를 단지 오래 사용했다는 이유로 바꾸었다. 골동품이 아닌 한 오래 된 것은 바꾸어 주어야 한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도 오래 되면 바꾸어 주어야 한다. 한사람이 오래 자리에 앉아 있으면 탈 나게 되어 있다.
작은 법회모임이 있다. 2004년부터 모임이 지속되고 있으니 올해로 17년째이다. 모임에서 한사람이 총무를 거의 10년 맡았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모임에 활력이 없어진 것이다.
장기집권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모임에서 나이 든 동기법우님들이 새로 총무를 뽑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총무가 되었다. 3년 임기 총무를 보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모임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이후 3년 임기제로 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모임에서 한사람이 장기집권하면 활력이 떨어진다. 임기제로 하여 바꾸어 주어야 활력이 생긴다. 재가불교단체에서 사무총장을 만 2년 맡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년 맡은 것은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서이다. 너무 오래 맡으면 나태해진다. 임기제로 하여 자주 바꾸어 주어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 물론 책임에 맞는 권한도 주어야 한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네 개의 권력기관이 있다. 정부권력, 입법권력, 지방권력, 사법권력을 말한다. 이 중에서 사법권력을 제외한 세 개 권력은 선거에 의해서 교체된다. 항상 흐르는 물이 되기 때문에 그마나 덜 썩는다. 그러나 사법권력은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썩기 쉽다.
사법권력은 선출직이 아니다. 고시에 붙어서 한번 판사가 되면 영원히 판사가 된다. 사법부 수장도 선거에 의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임명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사법권력,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성을 쌓고 살아간다. 그 결과 개혁의 무풍지대가 되었다. 오래되고 낡고 고여 있어서 썩을 수밖에 없다. 요즘 판결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는 오래 타면 바꾼다. 천년만년 영원히 타지 않는다. 사람도 바꾸어 주어야 한다. 조직에 활력을 주려면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할까?
나는 나의 몸을 오래 동안 사용해 왔다. 육십년 이상 사용하다 보니 마치 낡은 자동차와 같은 느낌이 든다. 이곳저곳 아픈 것은 마치 자동차 부품이 망가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교환할 수 없다. 언젠가는 이 몸도 폐기처분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오늘 커피포트를 바꾸었다. 새로 바꾼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니 맛이 다른 것 같다. 이전 포트에서는 쇳가루를 염려했으나 지금은 깨끗하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다.
오늘 수리산 약수터에서 떠 온 물로 물을 끓였다. 요즘 햇볕이 쨍쨍나는 날이 많아서 물은 좋은 것 같다. 여기에다 절구질한 절구커피를 내려 마시니 맛이 다른 것 같다. 이렇게 커피포트 하나만 바꾸어도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 같다. 오래 된 것은 바꾸어야 한다.
2021-08-1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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