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횡단보도 앞 장수의자를 발견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6. 08:49

횡단보도 앞 장수의자를 발견하고

 

 

오늘 아침 일터로 가다가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발견했다. 비산사거리 이마트 횡단보도 앞에 있는 의자를 말한다. 전봇대에 의지하여 돌출되어 있는 의자에는 장수의자라고 쓰여 있다. 길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에 잠시 쉬어 가라는 것이다.

 

 

왜 장수의자라고 했을까? 이를 효도의자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이 드신 분이 점차 많아지는 이 시대이다. 다리 아픈 노인을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 놓은 의자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기쁜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운크타드(UNCTAD), 즉 세계연합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유엔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받아들였다. 대통령은 메시지까지 발표했다. 과연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은 경제분야에 대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한때 원조를 받는 입장에 있었지만 지금 부터는 원조를 많이 해야 한다.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해서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으로만 본다면 이미 선진국이다. 언제까지나 개도국 지위에 머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10번째 경제대국이다. 2020년에는 예전 G7국가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를 1인당 국민소득에서 제치기도 했다.

 

한국은 떠밀리듯이 선진국이 되었다. 경제적 분야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밖에 다른 분야는 어떠할까?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예술 등 전 분야에서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과연 한국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의 위치에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마치 떠밀려 가듯이 선진국이 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개도국 위치에 있으면서 각종 혜택을 받고자 했으나 졸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쩌면 개도국 지위에서 강제추방된 것인지 모른다. 이렇게 되었다면 차라리 이런 상황을 즐겨야 할 것이다.

 

오늘 버스타로 가는 길에 장수의자를 보았다. 의자를 본 순간 ,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요즘 같은 폭염에 그늘막을 보면 지자체에서 시민을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버스정거장 시스템은 최첨단을 달린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볼 수 없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시스템을 적용하여 실시간으로 버스의 도착 시간을 알려 주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교통시스템을 보면 놀랍다. 유튜브에서는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지하철문화를 칭찬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지하철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물건을 잊어 버렸어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란다. 또 한국 지하철의 화장실은 얼마나 깨끗한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는 화장실문화를 보면 문화적 쇼크를 받을 것이다.

 

한국은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 이는 일본과는 매우 비교된다. 일본에서는 탈 때마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예전의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한국의 교통체계는 환승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실시간 GPS시스템 덕분이다.

 

교통분야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버스정류소에서 겨울에는 바람막을 볼 수 있다. 추위와 바람을 피하게 하기 위해 투명 비닐막을 쳐 놓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자에는 온기가 있다. 의자가 전기 히터로 변하는 것이다. 이를 진정한 장수의자라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효도의자가 될 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요즘 유튜브를 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체험담을 종종 볼 수 있다. 지하철, 환승, 화장실, 의료보험 등 이야기를 들어 보면 국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것들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치안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밤 늦은 시간에 여자가 밤거리를 활보해도 안전한 나라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안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경제지표 상으로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교통, 도로, 통신 등 겉으로 보는 것에 있어서도 이미 선진국이다. 거리는 깨끗하다. 간판은 잘 정돈되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정도이다.

 

거리에 휴지 하나 떨어진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는 모두 새차처럼 반질반질하다. 고층빌딩은 즐비하고 모두 새것처럼 보인다. 이런 변화는 외국에 나가 보면 알 수 있다. 낡은 건물과 낡은 자동차, 그리고 허름한 옷차림을 보면 한국이 얼마나 세련된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사실상 모든 분야에 있어서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러나 아직 이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의식의 대변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열심히 따라하기에 바빴지만 지금 부터는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인류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나라가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인류문화 유산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강국이라고 하지만 원천기술은 외국에 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응용하여 가장 높은 단계에 올라 갔지만 이것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다음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 한다면 창조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모방하여 여기까지 왔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과학 등 전 분야에서 창조능력을 보여주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장수의자를 발견하고서 감동했다. 지자체에서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정도라면 시민의식 분야에 있어서는 이미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전세계적으로 이런 의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보지 못했다. 안양의 다른 지역에서도 보지 못했다.

 

안양 비산사거리 이마트 앞 횡단보도에 장수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매우 신선하다. 바로 이런 것이 창조정신일 것이다.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해 냈을 때 창의적인 것이 된다. 이는 다름 아닌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이 된다. 장수의자를 보면서 진정한 선진국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2021-08-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