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버스정류장에서 관세음보살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10. 23:12
버스정류장에서 관세음보살을

된장을 먹으면 힘이 나는 것 같다. 진한 토종된장에 붉고 탱탱한 풋고추를 찍어 먹는다. 반찬이 없어도 밥 한공기를 비울만 하다. 보리가 혼합된 밥에 호박된장국을 먹으니 세포가 살아나는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좌판 할머니를 보았다. 둥근 호박 몇 개가 있었다. 사무실 가기전에 본 것이다. 사무실 갖다 오면 사고자 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일도 나올 것이다.

버스정류장 좌판을 보면 지나치기 힘들다. 아무거나 하나라도 사야 한다. 팔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작용한다. 동네사람이 사주지 않으면 누가 사줄까? 서민이 사주지 않으면 누가 사줄까? 동병상련이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사준다.

사는 지역에 이마트가 있다. 직선거리에 100미터 되는 곳에 있다. 가까이 있어서 매일 가다시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류장 좌판을 가보지 못했다. 그곳에서 먹거리 몇 개를 펼쳐 놓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길거리 좌판을 외면한다. 살 것이 있으면 마트에 가서 산다. 남자가 할머니 것을 팔아 주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매일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장을 본다. 오늘 길거리 좌판에서 둥근호박 한개와 풋고추 한봉지를 샀다. 각각 2천원씩이다.

값진 먹거리이다. 마트에서 산 것과 비교되지 않을정도로 싱싱하다. 무엇보다 팔아 주었다는 것이 마음을 채우게 한다. 이것도 어쩌면 자만일 것이다. "내가 도와 주었다."라는 마음이 있는한 불선한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 채워지는 느낌이 있다면 선한 것이 된다.

여기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런 것은 아니다. 업이 다하면 바뀐다. 설령 이 생에서 불행하고 가난하게 살았을지라도 다음 생에서 똑같은 상황이 되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대왕이여, 사람이 어떻게 해서 어둠에서 빛으로 갑니까?. 대왕이여, 여기 어떤 사람이 미천한 가문인 짠달라의 집이나 죽세공의 집이나 사냥꾼의 집이나 수레를 고치는 집이나 청소부의 집이나 또는 가난한 집에 태어납니다.

그의 집에는 음식물이 부족하고 생계가 곤란하여 어렵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얻습니다. 그는 아름답지 않거나 흉칙하게 보이거나 기형이거나 등이 굽었거나 병이 많거나 애꾸눈이거나 손이 뒤틀렸거나 절름발이거나 반신불수입니다. 그는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탈 것, 꽃장식, 향료, 크림, 침대, 집, 등불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언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정신적으로 착한 일을 합니다. 그가 신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언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정신적으로 착한 일을 하면 몸이 부서진 뒤 죽어서 좋은 곳, 하늘나라에 태어납니다.

대왕이여, 예를 들면 사람이 지상에서 수레에 오르고 수레에서 말의 등에 오르며 말의 등에서 코끼리의 어깨에 오르고 코끼리의 어깨에서 궁전으로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나는 이 사람을 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은 어둠에서 빛으로 갑니다.” (S3.21)

어둠에서 빛으로 가려면 조건이 있다.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해야 한다.

이번 생에 불행하고 가난한 것은 전생의 과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행위를 하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되어 있는데, 지금 불행하고 가난한 것은 전생의 행위에 대한 과보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은 불행하고 가난할지라도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했다면 반드시 그 과보가 따를 것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것이다.

오늘 할머니 호박과 풋고추를 팔아 주었다. 눈은 쾡하고 팔은 깡말랐다. 손은 거칠다. 한평생 고생만 하고 산 것 같다. 얼굴은 선한 모습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이번 생에 고생 했으면 다음 생은 더 나아질 것이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후대의 생에서 과보를 받는 업이 없이 윤회 가운데 유전하는 뭇삶은 없기 때문이다.” (Vism.13.35)라고 했다. 또 “그 허물없는 업이나 허물 없는 업의 인상이 정신세계에 나타나는 까닭에 어두운 부분이 밝은 부분으로 되는 것”(Vism.17.139)이라고 했다.

사람이 안락만 추구하면 빛에서 어둠으로 가기 쉽다. 평생 편하게만 산 사람은 다음 생에서 고생하며 살기 쉽다.

전생의 복을 누리기만 할 뿐 새로운 복을 짓지 않았다면 어둠으로 가기 쉽다. 부동산 투기로 열 배, 스무 배 불로소득을 이루었다면 어떻게 될까?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지 않으면 어둠으로 가기 쉽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즐기는 삶을 두려워 해야 한다. 불로소득으로 즐기는 삶을 살았을 때 어둠의 세계로 갈 수 있다. 행위에서 두려움을 보아야 한다. 희고 고운 손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오늘 버스정류장에서 관세음보살을 보았다.

2021-08-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