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실종됐던 암탉이 병아리 열마리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17. 18:33
실종됐던 암탉이 병아리 열마리를

생명처럼 불가사의한 것은 없다. 어떻게 없던 것에서 생겨날 수 있을까? 손자를 본 사람들은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른다. 자식자랑하는 것은 팔불출이라 하여 삼가고 있지만 손주자랑은 마음껏 하는 것 같다.

생명은 사람만 생명이 아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은 모두 생명이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생명의 환희를 보았다. 페친(페이스북친구) 송성영 선생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다음)

생명

"아빠 밖으로 나와봐봐!!"
"뭐여! 뭔디 그려!?"

큰 행자가 흥분된 목소리로 큰 일이라도 난것처럼 불러냈다..

얼마전 암닭 한마리가 사라졌다. 오소리나 들고양이가 물고 갔을까 아니면 먼 시원, 새로 돌아가기 위해 독립을 선언했을까.

그렇게 까마득히 잊혀져 가는데 시방 짠 하고 나타났다. 고라니가 머리카락 내밀던 저만치 숲 가장자리에 병아리들을 우르르 몰고...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감동, 생명의 환희심이 이런 것임을 저 암닭이 새삼 일꺠워 주고 있다.

알을 선사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고생했다. 암닭아! 그 오랜 시간 숲 어딘가에서 홀로 알을 품어 이쁜 병아리들을 데리고 와줘서 고맙다...

이제 갓 알에서 깨어난 녀석들은 모두 열마리... 미운오리새끼처람 홀로 까만 녀석까지...

행복이 녀석도 신기한 모양이다 고개를 쟈웃거린다.
(송성영 선생)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산막에서 키우던 암탉이 실종 됐는데 어느날 갑자기 병아리 열마리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어디에서인가 알을 낳고 알을 부화한 것이다. 해야 할 일 마치고 나타난 것에 대해서 "짠"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기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댓글 달았다.

생명은 기적이다. 없던 것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 같다. 창조주가 창조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창조한 것이다. 마치 저 들꽃은 보지 않아도 스스로 꽃을 피고 열매를 맺듯이, 축생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끼치며 살아간다.

송성영 선생은 암환자이다. 암판정을 받았지만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요법으로 살아간다. 서산 산골 산막에서 큰행자라 부르는 서른 살 먹은 큰아들과 함께 살아간다.

송성영 선생과 큰행자를 본 적이 있다. 작년 가을 아산 마하위하라 사원에서 까티나 가사공양 법요식이 열렸을 때이다. 그때 페이스북에 참석을 예고 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큰행자와 함께 찾아 온 것이다. 아는 스님도 만날겸 겸사겸사해서 찾아 온 것이다. 이 만남을 인연으로 이후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선물했다. 명상치유음악에 대한 것이다.

송선생은 함암이야기를 쓰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종종 기고한다. 지난번 기고문을 보니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해서 써 놓았다. 산막에는 사시사철 먹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제철에 나는 것들이다.

부처님 주치의 지바까는 "약이 되지 않는 푸성귀는 없다."라고 했다. 제철에 나는 것은 모두 약이 됨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송선생은 수술받지 않고서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산막 주변에서 나는 먹거리가 모두 약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생명이다. 실종 됐던 닭이 어느날 병아리 열마리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얼마나 경이로웠을까?

2021-08-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