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납기 지키고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19. 05:48

납기 지키고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오늘 동분서주했다. 오전에는 인천에 있었고 정오 무렵에는 이천에 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것이다. 납기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오전 9 30분에 안양 사무실에서 출발하여 인천서구 북항 가까이에 있는 업체에 들렀다. 주문한 물건을 받아서 고객사로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인천에는 교통체증으로 1시간 반 걸려 도착했다. 인천에서 물건을 수령해서 이천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달렸다. 막히지 않았다. 1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고객사는 중부대로변에 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양지에서 빠져나오면 10분 거리 산 속에 있다. 고객사는 10년 되었다.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주문을 준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대부분 한두번 거래하고 만다. 사실상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 있을 수 없다. 급하면 눈보라쳐도 달려가고 폭우가 쏟아져도 달려간다. 오늘도 급한 건이 생겼다.

 


어제 고객사 담당에게 전화가 왔다. 납기를 하루 당겨달라고 했다. 급한 모양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두말없이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한다. 급할 때는 발로 뛰어야 한다. 고객을 만족하게 해 주어야 한다. 아니 담당을 만족하게 해 주어야 한다. 담당은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을 하루 당기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샘플납기는 하루 당기는 것에 따라 30프로가 올라간다. 견적서는 이미 제출한 상태이다. 하루 당겼다고 하여 추가비용을 더하여 견적서를 다시 작성할 수 없다. 말단 담당이 상사를 설득할 수 없을 뿐더러 이미 결정난 것은 번복하기 힘들다. 이럴 때는 담당의 체면을 살려주어야 한다. 내가 손해 나더라도 담당을 만족케 하면 여러모로 이득이다.

인천에서 이천까지 퀵서비스 비용이 4만원 든다고 한다. 퀵으로 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접 수령해서 전달하기로 했다. 퀵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만아니라 무엇보다 담당에게 신뢰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담당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납기를 지켜 주어서 신뢰를 얻고, 추가비용을 청구하지 않아서 체면을 살려주고, 직접 발로 뛰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함이다.

 


오전 11시에 인천에서 물건을 받아서 이천공장에 12 40분에 물건을 전달해 주었다. 오전 중으로 가져다주겠다고 했는데 납기를 맞춘 것이다. 고객사가 사업을 잘하도록 시간 내에 가져다준 것이다. 이에 담당은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문자를 남겼다. 또 별도로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아직까지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십입사원으로 딸뻘 되는 담당이다. 발로 뛴 성과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일한다고 하여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발로 뛰는 것도 일하는 것이다. 납기가 급할 때 납기를 맞추어 주는 것도 일하는 것이다. 고객이 계속 주문하게 할 수 있도록 고객감동 하게 하는 것도 일하는 것이다.

 


납품이 끝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비록 배달업무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것도 노동이라면 노동이다. 노동이 끝나면 보상이 따라야 한다. 오늘 점심은 고객사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중부대로 변에 있는 굴밥집이다. 납품할 때 늘 보던 집이다. 통영굴밥이라고 한다.

 

 

통영굴밥은 돌솥밥에 굴을 얹은 것이다. 마치 밥할 때 콩을 얹는 것과 같다. 가격은 만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 한 밥은 맛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김없이 다 먹었다. 나 자신을 위한 공양이기도 하다.

때로 손해볼 수 있다. 오늘 같은 케이스이다. 손해 보지 않겠다고 몸을 사린다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 한몸 편하자고 책상에만 앉아 있다면 점점 위축될 뿐이다. 이럴 때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 이런 것도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전에는 조금도 손해 보려고 하지 않았다. 잘잘못을 따져서 이익을 취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고객과 싸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을의 입장을 망각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고객은 더이상 주문하지 않은 것이다.

고객과 싸우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다. 갑의 입장에서만 살아온 자들은 고객과 싸우기 쉽다. 공사직을 막론하고 정년 퇴직한 자가 사업이나 장사할 때 실패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고객은 이익만 취하는 대상이 아니다. 때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섬겨야 하는 대상이다. 먼저 담당부터 섬겨야 한다. 설령 담당이 아들뻘 딸뻘 되더라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감동한다.

오늘 고객감동은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신뢰를 보 주었다. 마음속으로 믿음을 심어 주었을 때 오늘 손실은 보상되고도 남는다. 귀가길 고속도로를 달릴 때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상쾌했다.


2021-08-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