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 하지만
다시 사무실이다. 아침 일찍 사무실로 나가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했다. 글을 하나 써 놓고 강남으로 향했다. 조카 결혼식 있는 날이다. 코로나 시기에 열리는 결혼식이다.
코로나가 절정이다. 4차 유행기를 맞이하여 매일 2천명 넘는 확진자가 생겨나고 있다. 이번 유행을 정점으로 대단원을 막을 내릴까? 아니면 또 다른 유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백신접종이 이제 반을 넘어서고 있는 마당에 추세반전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혼례식이 예전 같지 않다. 수백명 하객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49명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친족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사촌형님의 하나 밖에 없는 외동딸 결혹식에도 직계와 사촌 위주의 친족들이 대부분이다.
요즘 유행가 중에 아모르파티가 있다. 가사 중에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다. 본래 아모르파티가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이지만 유행가에서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슬로건으로 바뀐 것 같다. 세태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혼 적령기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적령기가 길어짐에 따라 결혼은 선택이 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찬 자식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서 부모들은 속으로 시름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때 결혼한다는 것은 경사 중의 경사라 해야 할 것이다.
작은 결혼식장이다. 일가친척과 친구들만 모인 49명 이하의 결혼식장이다. 좌석도 띄어앉기 식이다. 신랑신부와 신랑신부 부모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예외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훗날 역사가들은 코로나시기를 다룰지 모른다. 마치 전쟁과도 같은 시기에 사진을 본다면 마스크가 등장할 것이다. 사진에서 마스크를 보면서 이런 시대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딸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도 하나 밖에 없는 딸을 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남녀동등시대라고 하지만 아쉬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느 결혼식장에서든지 신랑은 신부 부모에게 큰절 하는 것 같다.
예전의 결혼식이 아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된다. 주례없는 결혼식이다. 신랑신부는 혼인서약을 한다. 준비된 프린트물을 읽는 식이다. 신부는 하루 한번 이상 애정표현 하는 아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신랑은 하루 한번 이상 활짝 웃는 남편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성혼선언문 낭독시간이 있었다. 신부아버지가 주례석에 서서 낭독했다. 역시 준비된 프린트 물을 읽는 식이다. 길게 말하지 않는다. 짤막하게 하객을 향하여 “이 자리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요즘 결혼식장에서는 주례 보기가 힘들다. 그 대신 신랑과 신부 아버지 덕담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어떤 덕담이 좋을까? 만약 내가 덕담을 한다면 경전의 한구절을 예로 들겠다.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여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내기 바란다.”(M31.7)라고
기름과 물은 잘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유와 물은 잘 섞인다. 승가를 구성하는 수행승들은 마치 우유와 물처럼 화홥하라고 했다. 그것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부부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유와 물처럼 화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치우기 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 집 안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치워야 한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
요즘 살림꾼이 다 되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저녁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도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 식에 해당된다. 먼저 온 사람이 저녁준비를 하고 나중에 온 사람은 설거지하면 된다. 이렇게 했더니 기적이 일어났다.
승가는 본래 화합승가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살다 보면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우유와 물처럼 화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 식이 되어야 한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아누룻다 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고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음식통을 마련합니다. 마을에서 탁발하고 나중에 돌아오는 자는 남은 음식이 있으면, 그가 원한다면 먹고,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풀이 없는 곳에 던지거나 벌레 없는 물에 가라앉게 합니다.”(M31.15)
부처님 당시 화합승가에서는 역할이 분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탁발에서 먼저 돌아 온자가 자리를 펴는 등 준비를 하고, 나중에 도착한 자가 뒷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부부사이에 똑같이 적용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부부사이가 마치 우유와 물처럼 화합되는 기적을 말한다.
혼례식은 30분만에 간단히 끝났다. 결혼식 피로연은 음식을 먹는 시간이다. 준비된 부페음식을 먹는 것이다. 갖가지 진귀한 음식들이다. 이런 때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친족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한다. 오랜 만에 보는 얼굴들이다. 이런 기회가 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다. 유년시절부터 보아 왔기 때문에 언제 보아도 익숙한 것이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들이다.
친족은 본래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러나 결국 혼자가 된다. 애사나 경사 등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을 뿐 자주 보는 것은 아니다. 오랜 만에 보아도 옛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함께 늙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친족은 혈연이나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영어로 말하면 ‘패밀리’가 되는 것이다. 넓게는 8촌 이내의 이내의 혈족이다. 그 중에서도 4촌이 가장 가깝다. 유년기 시절부터 성장과정을 함께 했고 각종 애경사를 공유했다.
친족은 만나면 반갑다. 그래서 초기경전에서는 친지를 업(業)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는 “뭇삶들은 자신의 업을 소유하는 자이며, 그 업을 상속하는 자이며, 그 업을 모태로 하는 자이며, 그 업을 친지로 하는 자이며, 그 업을 의지처로 하는 자입니다.”(M135.2)라는 가르침을 말한다.
업을 왜 친지와 같다고 했을까? 이에 대한 주석을 보면 놀랍다. 다음과 같은 설명이다.
“업을 친지로 하는자: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으로 생겨나는 업은 인과적 생성원리에 따라 윤회하는 동안 수반된다. 형제, 친척, 친지들은 모였다가 흩어지지만 업은 기나긴 생사여로의 윤회를 함께하는 진정한 동반자로서 친지이므로 선업을 닦아야 한다. ‘오랜 세월 타향을 헤매던 나그네가 무사히 돌아왔을 때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귀환을 반기듯 공덕들을 쌓고,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갈 때 공덕들이 친지들처럼 사랑스럽게 그를 반긴다.”(KPTS 맛지마니까야, 2393번 각주)
업에는 악업도 있고 선업도 있다.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선업을 닦으면 마치 친족을 보는 것처럼 반가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법구경에서는“사람이 오랫동안 없다가 먼 곳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면, 친족들과 친구들이 그가 돌아오는 것을 반긴다.”(Dhp.219)라고 했다.
친족이나 친구는 언제 보아도 반갑다. 두 손을 잡고 반기기도 하고 선물을 안기며 반기기도 한다. 선업은 친족과 친구와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이와 같이, 공덕을 닦아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면, 친지들이 돌아온 벗을 맞이하듯, 공덕이 바로 그를 맞이한다.”(Dhp.220)라고 했다.
오늘 결혼식을 맞이하여 친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러나 결국 혼자가 된다. 믿을 것은 공덕뿐이다. 선업공덕을 지으면 저 세상에 갈 때 친족과 친구를 보는 것처럼 반가울 것이라고 했다.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노령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때 결혼소식은 반가운 것이다. 연애는 필수이고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래가사도 있지만,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이 결혼한다면 부모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 되고 국가에도 애국하는 것이 된다.
2021-08-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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