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오프라인 모임 공지하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14. 15:13
오프라인 모임 공지하면

백번, 천번 '좋아요'보다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이다. 에스엔에스 상에서 친구라고 하지만 진짜 친구라 할 수 없다. 페이스북친구라고 하지만 인터넷 가상 공간에서일 뿐이다. 전원을 끄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허상과도 같다.

2000년대 인터넷이 본격화 되면서 가상세계가 생겨났다. 현실과는 또다른 세계가 출현한 것이다. 그래서 두 개의 세상에 살게 되었다. 요즘에는 사이버세상에서 노는 날이 더 많아졌다.

사이버세상에서는 주로 문자로 소통한다. 짤막한 문자가 대부분이다. 바쁘면 이모티콘으로 한다. 공감하면 '좋아요' 누르면 된다. 화가 나면 '화나요' 누르고, 웃기면 '웃겨요' 누른다. 최소한의 감정표현이다.

문자로만 소통하면 오해 받을 수 있다. "네."라고 대답하면 화난 줄 안다. 이럴 땐 "네~"라고 하면 좀 나을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해 보지만 한계가 있다.

에스엔에스에서 만난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페친이라 하여 쉽게 친구맺기를 한다. 친구맺기가 쉽다보니 끊기도 쉽다. 귀찮게 하면 끊고 견해가 달라도 끊는다. 자꾸 메세지 보내면 차단하기도 한다. 이런 친구도 친구라고 볼 수 있을까? 친구보다 지인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 나을듯 하다. 페이스북지인, 줄여서 '페지'라고 해야 할까?

친구의 조건은 무엇일까? 초기경전에 명백히 나와 있다. 이는 "도움을 주는 사람, 괴로우나 즐거우나 한결 같은 사람, 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 연민할 줄 아는 사람"(D31)을 말한다. 이 네 가지가 친구 조건이다. 페친은 이런 조건을 만족할까?

페이스북 친구는 사이버상에서 친구이다. 전기가 꺼지만 꿈에서 깨듯이 꿈속의 사람이 되기 쉽다. 페친을 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프라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백날, 천날 문자로만 소통해서는 가상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페친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경우는 거의 없다. 딱 두 번 있다. 한번은 송성영 선생을 아산 담마위하라에서 만났다. 작년 까티나법요식 때 찾아 온 것이다. 그때 페이스북에 법요식 참석 사실을 알렸다. 서산 사는 송선생이 일부러 만나려고 찾아 온 것이다. 또 한번은 올해 7월 이계표 선생을 이상윤 선생 자택 사랑채에서 만난 것이다. 사전에 만나기로 약속해서 성사되었다.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첫째,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 있는 것이 편한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일년에 만나는 사람은 한손가락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둘째, 상대방이 시간을 내 주어야 만날 수 있다. 바쁘게 살아 가는데 만나자고 하면 시간을 뺏을 수 있다. 내가 시간내면 된다고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다면 민폐가 될 것이다.

온라인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희유한 일이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내가 게을러도 안되고 상대방이 원치 않아도 성사되기 힘들다. 이래저래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온라인 사람을 온라인에서 만나보고 싶다.

누구를 만나야 할까? 아무래도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일순위가 될 것 같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 달아 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다음으로는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다. '좋아요'와 댓글이 없어도 인품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이런 경우는 찾아 뵈어야 할 것이다. 마치 선재동자처럼 찾아 가는 것이다.

온라인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이 맞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응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열심이지만 전화나 만남 등 직접 소통은 피하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에서 문자로만 소통하자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의 사람 같고, 컴퓨터 게임속의 사람 같다.

오프라인 만남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만 성사된다. 백날, 천날 '좋아요'를 백번, 천번해도 한번 만나는 것만 못하다. 만나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해야 친구가 된다. 안양 사무실에 오프라인 모임 공지하면 올 사람 있을까?

2021-08-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