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진 니까야
디가니까야가 너덜너덜 해졌다. 무려 1500페이지가 넘는 경전을 자주 열다보니 하드표지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스카치 테이프 붙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검색해 보았다. 제본과 접착제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제본용 본드로 붙이면 된다고 했다. 다이소에서도 판다고 했다.
다이소에서 제본용 본드가 있었다. 목공용 본드도 된다. 가죽에도 붙일 수 있는 강력접착제이다. 한국산으로 2천원이다.
디가니까야 하드표지 안쪽에 본드를 칠했다. 두께가 있어서인지 천의 형태로 되어 있는 거즈가 있다. 본드를 잔뜩 묻혀 발랐다. 그렇다고 책의 등에는 바르지 않는다. 책표지 연결부위만 붙이면 된다.
블로그 기록을 보니 디가니까야는 2012년에 구입했다. 9년된 책이다. 그 동안 수도 없이 열어 보았다. 볼 때 중요문구에는 칠을 했다. 노랑형광메모리펜으로 칠한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니 노랑칠 투성이가 되었다.
경전 문구는 언제 보아도 새롭다. 체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칠한 것에 덧칠하기도 한다.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컬러를 달리한다. 그래도 더 강조하고 싶으면 이제 컬러연필로 밑줄 긋는다. 경전이기 때문에 자를 대고 긋는다.
경전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울긋불긋해 진다. 꼬리표를 달아 놓기도 한다. 경전에 낙서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경전에 펜을 대면 손상되는 것 같다. 그러나 형광메모리펜은 허용한다.
본드작업은 디가니까야에만 그치지 않았다. 맛지마니까야와 상윳따니까야 1권도 본드로 붙였다. 두 권 모두 표지가 너덜너덜 해졌기 때문이다. 구입연도를 확인해 보니 맛지마니까야는 2011년에 구입했고, 상윳따니까야는 2012년에 구입했다.
지난 세월 나까야를 거의 매일 열어 보다시피 했다. 그 결과 하드커버 표지가 너덜너덜 해져서 떨어져 나가기 일보직전이 되었다. 이번에 본드로 손 보아서 새것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흔히 사부니까야라고 말한다. 순서대로 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상윳따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이다.
사부니까야 중에서 디가니까야가 가장 먼저 송출되었다. 이는 "그 다음에는 빠띠까의 품을 결집하여, 34경으로 장식된[Smv.15] 64송출분 분량의 송출분을 결집하여 ‘디가니까야’라고 하고, 존자 아난다에게 ‘벗이여, 이것을 그대에게 의지하는 자들에게 전하시오.’라고 부촉했다."라는 디가니까야 제일결집 인연담(Smv.3-17)으로 알 수 있다.
디가니까야는 아난다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송출되었다. 다음으로 송출된 것은 맛지마니까야이다. 사리뿟따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암송된 것이 오늘날에 전해져 오고 있다. 다음으로 상윳따니까야는 마하깟싸빠존자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송출되었다. 마지막으로 앙굿따라니까야는 아누룻다 존자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송출되었다.
사부니까야는 특색이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 전재성선생에 따르면 “쌍윳따 니까야는 쌍윳따아가마와 더불어 불교교리의 원천을 담고 있는 경전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이자 가장 현대적인 다양하고 풍요로운 불교사상의 싹을 잉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상윳따니까야는 부처님의 원음이 실려 있는 가장 고층경전일 뿐만 아니라 심오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상윳따니까야는 긴길이의 웅대한 소설적 구성으로 된 디가니까야와 다르고, 주로 교리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맛지마니까야와 법수로 구성되어 있는 앙굿따라니까야와도 차별된다. 또 상윳따니까야는 연기법, 오온 등 부처님의 핵심사상이 5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서 맛지마니까야를 포함하여 디가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심지어 쿳다까니까야까지 모든 니까야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부니까야 중에서 먼저 상윳따니까야를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사부니까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쿳다까니까야도 있다. 법구경, 숫따니빠따 등 15개 경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담마빠다와 숫따니빠따를 비롯하여 우다나 이띠붓따까, 테라가타, 테리가타가 번역되어 있다. 지금은 전재성 선생이 자따까를 번역중에 있다. 내년에는 출간될 예장이다.
현재 출간되어 있는 모든 니까야를 다 갖추어 놓았다. 징식용이 아니다. 매일 열어 본다. 그러다 보니 너덜너덜 해졌다. 또 노랑칠로 가득하다. 니까야는 나의 삶과 같다.
2021-10-0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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