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안양 덕천마을 역사를 알고보는 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0. 4. 08:02

나는 안양 덕천마을 역사를 알고보는 자

 

 

이른 아침 일터에 와 있다. 오늘은 천천히 걸어서 왔다. 학의천을 건너고 철길굴다리를 지나야 한다. 도중에 메가트리아라는 커다란 아파트단지가 있다. 무려 5천세대 가까이 되는 대단지이다.

 

 

아파를 가로질러 갈 것인가 우회해서 갈 것인가? 이전 같았으면 우회해서 갔을 것이다. 요즘 가로질러 간다.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마치 남의 집 마당에 들어 가는 것처럼 불편한 느낌이 들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 자연스럽다.

 

아파트단지의 역사를 알고 있다. 2007년 이래 늘 지나다니는 길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령도시가 된 것을 보고 놀랐다. 늘 지나다니는 길에 본 것이었지만 어느 한날에 도시가 텅 비어 버린 것을 발견한 것이다. 블로그 기록을 찾아보니 2013년의 일이다.

 

 

유령도시는 덕천마을이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안양7동이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고 난 이후 하나 둘 떠났는데 어느 날 텅 빈 도시가 된 것이다. 그러나 후유증이 있었다. 텅빈 도시 이곳저곳에는 철거는 살인이다라는 등 철거의 부당함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유령의 도시는 몇 년 방치되었다. 마침내 철거가 시작되었다. 그 너른 지역이 허허벌판이 되었다. 땅을 파헤치는 등 기반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파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후 몇 년 지나자 입주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마치 공원 같은 쾌적한 아파트 대단지가 되었다.

 

 

원주민들은 다 어디 갔을까?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5층짜리 아파트, 재래시장, 상가 등 서민들이 살았던 곳이다. 이제는거대한 삼성래미안 아파트단지가 되어서 상전벽해가 되었다. 원주민들은 얼마나 이곳에서 살까?

 

 

대장동 사건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불로소득에 대한 것이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어떻게해서든지 유력 대선후보를 비리로 엮고자 하고 있다. 원래 그곳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주택공사는 땅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원주민에게 땅을 수용해서 싸게 사서 기반시설을 마련한 다음에 주택사업자들에게 비싸게 판다는 것이다. 무려 열배라고 한다. 주택사업자들은 공사로부터 땅을 사서 아파트를 몇 배의 이익을 취한다. 원주민들은 이런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토지공개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토지는 국가소유로 하고 건물만 지어서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누가 할 것인가? 자신의 한몸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 할 것이다.

 

아파트단지는 잘 가꾸어져 있다. 5천세대 가까이 되는 대단지는 마치 공원같다. 도시 속에 작은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풍요의 상징처럼 보인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할 것이다. 그들은 과연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을까?

 

안양에 오래 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안양의 터줏대감같은 느낌이다. 그것은 일년이 다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십년은 어떠할까?

 

 

창밖에는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관악산을 막았다. 십년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파트단지를 지나올 때면 늘 과거 모습이 떠 오른다. 안양7동 덕천마을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거대한 메가트리아가 자리 잡았다. 나는 안양 덕천마을의 역사를 알고보는 자이다.

 

 

2021-10-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