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사회적 실천, 식당순례 31 두루치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11. 15:15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사회적 실천, 식당순례 31 두루치기

 

 

오늘 점심은 정해져 있다. 어디서 먹을 것인지 결정한 것이다. 그곳은 철길 옆 도로변에 있는 두루치기전문점이다. 지난 수년동안 지나다니면서 보았는데 들어가 보지 않았다.

 

 

식당이름은 원조생고기 두루치기(전문점)’이다. 원조라는 말과 전문점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온다.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식당 앞을 보면 청결한 것 같지 않다. 커다란 고무다라와 청소도구 등 잡동사니가 입구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의 삼요소는 맛, 청결, 서비스이다. 맛으로 승부한다면 청결이나 서비스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맛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청결이다. 식당 앞에 청소도구가 잔뜩 쌓여 있다면 들어 가려다 발길을 돌릴지 모른다.

 

 

두루치기는 끌리는 메뉴는 아니다. 언젠가 한번 먹어 보았는데 먹는데 힘이 든다. 투박하게 썰어 놓은 돼지고기와 양파와 묵은 김치를 혼합하여 얼큰 하게 만든 것이 특징인데 먹기에 부담스럽다. 양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사무실주변 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맛집 순례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점심 한끼 먹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메뉴 불문하고 한번씩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다. 이런 때 두루치기집을 건너 뛸 수 없다.

 

 

오늘 점심은 만두국이 먹고 싶었다. 그동안 식당순례 하면서 발견한 곳이 있어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사무실주변 식당을 한번씩 가보기로 했기 때문에 어길 수 없다. 그래서 먹기 싫은 메뉴도 먹어야 한다. 두루치기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식당에 사람이 없다. 테이블이 열 개가 넘는 큰 식당임에도 점심대목을 맞이하여 나홀로 식사를 했다. 나중에 두 팀이 오기는 했지만 식당은 텅텅 비다시피 했다.그럼에도 십년 이상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모르는 어떤 요인이 있을 것이다.

 

 

지역에 있는 모든 식당을 한번쯤 가보자는 발원했다. 코로나가 끝날 때 까지 두 번 가지 않는다. 이렇게 식당순례하는 과정은 많은 맛집을 발견했다. 평양만두국집이나 개성만두국집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도 가 보아야 할 식당이 많다.

 

사회적 실천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불교인이라면 사회적 실천을 해야 한다. 사회에 무언가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보시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역에서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는 것도 훌륭한 보시가 된다. 이런 것도 사회적 실천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무실 주변에는 수백군데 업소가 있다. 대부분 자영업이다. 식당, 시계점, 안경점, 꽃집, 컴퓨터수리점 등 갖가지 업종이 있는데 모두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업종이다. 지역민이 이용해 주지만 살아 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역에 있는 갖가지 업종의 갖가지 업소를 한번쯤 이용해 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사무실 주변에는 꽃집이 네 곳 있는데 모두 한번 이상 가 보았다.

 

컴퓨터가 고장 나면 지역 컴퓨터수리점에 맡겼다. 전화하면 멀리서도 달려오지만 일부로 지역점에 맞긴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서로 얼굴을 알게 되었다. 가게를 지나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무실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 이네에 수백개 업소가 있다. 어느 세월에 다 돌아볼 수 있을까? 모두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최대한 가보려고 한다. 지역에서 지역민이 팔아주지 않으면 누가 사줄까? 타지역 사람들이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와서 사 줄 수 없을 것이다. 식당도 그런 것이다.

 

지역에 있는 업소에서 팔아 주는 것도 사회적 실천이라고 본다. 사회적 실천이라 하여 거대한 이념을 가지고 구호를 외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한번쯤 가서 식사하는 것도 훌륭한 사회적 실천이라고 본다.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사회적 실천이 된다. 강연회도 좋고, 세미나도 좋고, 종교모임도 좋다. 공부모임도 좋고 취미모임도 좋다. 어느 모임이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어느 모임이든지 참여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실천이 된다.

 

사회적 실천 개념을 더 확장하면 사람 만나는 것도 될 수 있다. 학교친구를 찾아 갈 수도 있고 페이스북 친구도 찾아 갈 수 있다. 만나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멀리 있다면 12일 일정으로 다녀올 수도 있다.

 

이번 달 말에 수행자를 찾아 가고자 한다. 멀리 울주에 있는 스님을 만나로 가는 것이다. 도반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내려 가는 김에 12일로 가고자 한다. 그래서 부산, 대구, 울산에 인연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보고자 한다.

 

그동안 인연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씨디를 보냈다. 이과정에서 선물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화면으로만 소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만나는 것이다. 백번, 천번 화면으로만 소통하는 것보다 한번 만나서 차를 마시는 것만 못하다.

 

나는 사람 만나는 일에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나?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게을렀던 것 같다. 가까이 있는 사람도 많이 못 만나고 멀리 있는 사람도 못 만났다. 올해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 그래서 12일 계획하고 있다.

 

올해 두 번 12일 사람을 만나러 여행했다. 한번은 3월에 강진-남해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고, 또 한번은 6월에 광주와 근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에스엔에스에서 소통하는 것과 비교 되지 않는다.

 

지금 11월 중순이다. 이달 말에 부산, 대구, 울산지역을 12일 투어하고자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도 사회적 실천일 것이다.

 

초기불교에서는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을 강조한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상구보리하화중생과도 같은 개념이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이와 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실천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실천하는 사람은 이러한 네 사람 가운데 최상이고 수승하고 가장 훌륭하고 훨씬 탁월하다.”(A4.95)라고 했다.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1)자신도 타인도 이익이 되게 하지 않는 사람, 2)타인의 이익만을 실천하는 사람, 3)자신의 이익만을 실천하는 사람, 4)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타인도 이익되게 하는 사람이다. 최악은 1번이고 가장 탁월한 것은 4번이다.

 

2번과 3번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을까? 3번이 2번 보다 더 낫다. 왜 그런가? 2번의 경우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실천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발견된다. 분노를 사회에 표출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수행없이 사회정의만 부르짖었을 때 폭력적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진영으로 나뉘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도 해당된다. 이데올로기만 추구하다 보면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것이 좋은 예가 된다.

 

자리행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타인도 이익되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통해야 한다. 화면 상에서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화면 밖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씨디를 발송했다.

 

씨디를 발송하는 것은 자리이타행의 실천이다.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은 것이다. 또한 사회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사회적 실천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회적 실천이다. 지역 식당을 순례하는 것도 사회적 실천이다.

 

 

2021-11-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