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에, 식당순례29 명가순대국밥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0. 28. 13:56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에, 식당순례29 명가순대국밥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메뉴가 순대국밥일 것이다. 돼지국밥이라고도 한다. 순대국밥에서 순대만 빼버리면 돼지국밥이 된다. 오늘 점심은 순대국밥으로 하기로 했다.

 

사무실 주변 반경 오백미터 안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맞이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업자들을 위하여 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했으니 일년 가까이 된다. 그 동안 30곳 가까이 순례했다.

 

실로 다양한 식당을 가 보았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가던 데만 갔을 것이다. 단골로 정한 몇 곳만 갔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하여 손님이 뚝 떨어지고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기 위해서 한번씩 가보기로 했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만안구청 공원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순대국밥집이다.

 

 

순대국밥집 상호는 명가순대국이다. 순대국밥의 명가집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창에 눈길을 끄는 문구가 보였다. 그것은 ‘100% 국내산 사골순대국이라는 말이다. 이 문구를 보고 결심했다.

 

명가순대국집을 수없이 지나쳤다.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가보게 되었다. 그것은 오늘 몸의 컨디션이 순대국밥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상태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국밥집은 크지 않다. 아마 열평이 안되는 것 같다. 이는 테이블 개수로도 파악된다. 총 테이블은 일곱 개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을 통로로 하여 양 옆에 붙인 것이다. 한쪽 벽면에 긴 의자를 붙여서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떤 메뉴로 먹어야 할까?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선택했다. 명가순대국을 말한다. 이식당의 간판 메뉴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은 칠천원이다. 적정한 가격이다. 요즘 식사하는 팔천원은 기본이다. 나주곰탕의 경우 구천원이다. 이런 때 칠천원이라면 착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이 나왔다. 홀로 식사함에도 반찬가지수가 일곱가지가 된다. 밥과 국을 포함하면 열가지가 된다. 이렇게 막 퍼줘도 남는 것일까? 물론 반찬에는 새우젓도 있고, 부추도 있고, 양파도 있고, 된장도 있다, 순수한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이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매우 풍요롭게 보인다.

 

 

백프로 사골순대국이라는 말에 이끌려 들어왔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접하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것 같다. 서비스도 좋다. 후덕하게 생긴 여주인은 "부족한 것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하세요. 밥이랑 육수랑"이라고 말했다.

 

고기도 풍성하다. 맛을 보니 순대국 특유의 냄새가 난다. 비린내가 있기는 하지만 들깨가루가 잡아 주는 것 같다. 여기에 부추와 청양고추와 고추가루양념장을 넣자 먹방TV에서 보는 것처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적당히 허기져 있다. 남김없이 먹어야 의미가 있다. 마치 시골장터에서 국밥 먹는 것처럼 입에 가득 넣어 먹었다. 고기는 특유의 씹는 맛도 났다. 오늘 제대로 먹는 것 같다.

 

 

부드러운 기를 먹다 보니 시가 생각났다. 페이스북에서 본 것이다. “먹은 죄가 있어서라는 문구가 들어 가는 시를 말한다.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고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 속의 일이다
(
먹은 죄/ 반칠환)

 

 

이 시를 접하고 뜨끔 했다. 나도 이런 반열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밥을 먹다 보면 생명 있는 것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는 고기도 있다. 시장에 널려 있는 고기를 사다가 먹으면서 아무런 생각없이 먹는다. 그런데 시에서는 먹히는 생명체가 복수를 꿈꾸지는 않는다고 했다.

 

여기 생태계가 있다.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약한 것은 강한 것의 먹이감이 된다. 그 최상의 포식자는 인간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무엇이든지 다 먹어 치운다. 그래서 지금 그 과보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것은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나도 그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먹은 죄가 있어서 먹잇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먹잇감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나의 몸 안에는 나의 몸을 숙주로 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기 때문이다. 청정도론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신체에는 많은 사람과 공통되는 것이 있다. 먼저 여든 가지 세균이 있는 것이 공통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 표피에 의존하는 세균은 표피를 먹고 살고, 심피에 의존하는 세균은 심피를 먹고 살고, 살에 의존하는 세균은 살을 먹고 살고, 힘줄에 의존하는 세균은 힘줄을 먹고 살고, 뼈에 의존하는 세균은 뼈를 먹고 살고, 골수에 의존하는 세균은 골수를 먹고 산다. 그 가운데 그들은 태어나서 살다가 죽으며 똥오줌을 눈다. 신체야말로 그들의 생가이고, 병실이고, 묘지이고, 똥통이고, 오줌통이다. 그 신체는 그들 세균의 난동으로도 죽음에 이른다. 내적으로 여든 가지 세균에 의한 무수한 질병과 외적으로 뱀-전갈 등의 죽음의 조건은 공통되는 것이다.”(Vism.8.25)

 

 

청정도론 죽음명상(maranasati) 편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신체는 타자들의 생명공동체와 같은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신체에는 여든 가지의 세균들이 있는데 이들 세균은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하여 살아 간다는 것이다.

 

만일 세균의 힘이 강해지면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외부에서 세균이 침입하면 걷잡을 수 없을 속도로 번식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다.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몸은 세균들의 먹잇감이 된다.

 

생태계는 먹고 먹히는 관계이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라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게 먹히기도 한다. 그런데 반칠환 시인의 시 먹은 죄에 따르면 먹힌 자의 가족에게 복수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그들도 하위 포식자를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먹은 죄가 있어서 먹혀도 복수를 꿈꾸지 않음을 말한다.

 

이제 코로나펜데믹이 서서히 끝나가려고 한다. 다음달이면 위드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전국민이 70%이상 이차접종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제 집단면역이 형성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는 초창기때와는 달리 치사율도 대폭 낮아 졌다. 이제 코로나로 인하여 먹힐 염려가 점차 덜해지는 것이다.

 

코로나는 왜 생겨났을까? 그것은 아마도 최상위 포식자의 자만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보다 더 최상위 포식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 몸을 숙주로 살아 가는 타자들의 생명공통체를 말한다.

 

 

사람들이 코로나의 먹이로 전락했을 때 코로나를 원망해야 할까? 코로나에게 복수를 해야 할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하고 손을 씻는 등 방역을 철저하게 한다. 그리고 백신주사를 맞아서 방어태세를 갖춘다. 이렇게 한다고 하여 코로나는 퇴치되지 않는다. 우리 몸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드코로나, 코로나와 함께 사는 것이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에.

 

 

2021-10-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