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식당순례 하는가? 식당순례28 개성손만두전골

나는 왜 식당순례 하는가? 식당순례28 개성손만두전골

 

 

오늘 점심을 어디서 먹어야 할까? 식당순례날을 맞이하여 안양아트센터 주위를 배회했다. 정오무렵 식당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잘 되는 식당이 그렇다. 예로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하는 식당에 가라고 했다. 그러나 나홀로 식사하는 사람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한바탕 테이블 회전이 끝나고 나서 간다면 환영받을지 모른다.

 

오늘 식당순례를 포기하려고 했다. 혼밥하는 자를 반기는 데는 없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메뉴도 천편일률적이다. 순대국밥, 뼈다귀해장국, 감자탕, 부대찌게 등이 대부분이다.

 

코로나시기에 식당순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장소, 가격, 메뉴를 가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가려서 들어간다면 식당순례 의미가 퇴색된다. 가보지 않은 곳에 들어가야 진정한 순례가 된다. 그러나 식당 문 앞에서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돌아가서 구내식당으로 먹고자 했다. 그러다가 안양대로 건너편, 명학공원 맞은편에 만두집이 눈에 띄었다. 역세권에서 약간 벗어나 있고 식당이 커서 장사가 잘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두는 자극적이지 않다. 기름기가 연상되는 고기와 얼큰한 국물과는 거리가 먼 메뉴이다. 담백한 것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순대국밥, 뼈다귀해장국, 감자탕, 부대찌게 등이 주류를 이룬다. 코로나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생각한다면 어느 곳이든지 한번쯤 들어가 가보야 한다.

 

식당이름은 ‘개성손만두요리전문점’이다. 개성과 손만두와 전문점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름에서 독특한 맛을 풍기는 것 같다. 같은 만두라도 개성만두인 것이다. 그것도 손만두이다. 손으로 직접 빚어서 만든 것이다. 더구나 전문점이라고 했다. 오로지 만두 하나로 승부보는 식당인 것이다.

 

 

식당은 꽤 넓다. 테이블을 세어 보니 20개가량된다. 문입구에서는 여자종업원이 열심히 만두를 빚고 있다. 일부로 보여주려는 것 같다.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닌 손으로 만들고 있음을 과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만두 크기가 무척 크다는 것이다. 이를 왕만두라고 해야 할까?

 

안양 사무실 근처에 만두집이 세 곳 있다. 모두 다 가보았다. 한곳은 평양만두집이다. 평양만두집에서는 왕만두라고 하고 있고, 개성만두집에서는 손만두라고 하고 있다. 만두가 손바닥만하게 큰 것이 특징이다. 아마 이북출신 사람들 자손이 대를 이어서 하는 것 같다.

 

혼자서도 식사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종업원은 가능하다고 했다. 메뉴를 보니 만두전골이 있다. 이런 메뉴는 2명 이상 먹어야 할 것이다. 혼자서도 가능하느냐고 물어보았다. 혼자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식당 종업원은 무척 친절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벽에 “맛, 친절, 청결을 생각하는”식당이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붙어 있다.

 

 

만두전골은 9천원이다. 마치 샤브샤브 하듯이 먹는 것이다. 육수에는 왕만두 네 개가 들어 있다. 청경채와 버섯, 알배기김치 등의 재료가 들어가 있다. 후식으로 칼국수도 있다. 이 정도이면 9천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코로나시기에 식당순례 하면서 수많은 식당을 찾고 있다. 단골처럼 한곳만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가보지 않은 식당을 찾아가서 먹어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식당업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글을 접하고 식당순례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있다면 식당업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한 가지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다양하게 경험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서는 안된다. 새로운 사람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우정을 쌓는 것이다. 우정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혼자 고립되어서 살 수 없다. 나홀로 살면 발전이 없다. 혼자 고립되어 사는 것은 위험하다.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무조건 집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만나 우정을 쌓으면 세상 살 맛 날 것이다.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배울 것이 있다. 한두사람만 상대하는 것과는 다르다. 음식도 그렇다. 매번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만 먹을 수 없다. 때로 감자탕, 뼈다귀해장국, 순대국, 돼지국밥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다. 밖에 나가 보면 실로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여러 친구를 사귀듯이 평소 안먹어 본 것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만두일 것이다.

 

오늘 점심 때 개성손만두전골은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만두라 하여 싱겁고 밋밋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육수는 깊은 맛이 있었다. 마치 설렁탕이나 갈비탕 육수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다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 왕만두는 여러 가지 맛이 나는 것 같다. 아마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 갔기 때문일 것이다.

 

 

마무리는 칼국수로 했다. 서비스로 주는 것이다. 소량의 칼국수를 샤부샤브 육수에 넣어 건져 먹는 식이다. 마치 바지락칼국수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깔끔했다. 밥은 보이지 않았다. 만두와 칼국수만으로도 점심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활기가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파리가 날릴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그 사이에 분위기가 달라 졌다. 아마도 백신 접종 완료자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기회만 되면 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사무실 주변 반경 5백미터 식당은 한번쯤 가서 먹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맛있게 잘 먹었어도 한번 간 곳은 다시는 가지 않는다. 새로운 곳을 가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맛집을 알게 되었다. 오로지 한두군데 단골만 간다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면 식당순례도 끝날 것이다.

 

20여곳 순례 한 곳 중에서 정말 맛있게 잘 하는 집이 있다. 펜데믹이 끝나면 즐겨찾고자 한다. 식당순례 최대 수확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돌아 가며 순례하려고 한다. 이런 것도 삶의 재미라면 재미일 것이다.

 

 

2021-10-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