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식당에서 나홀로, 식당순례 27 동태한마리탕
손님이 너무 없다. 이른바 점심대목이라 하지만 나홀로 식사했다. 그래도 정오가 넘으면 한두 사람 올 줄 알았다. 끝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 텅 빈 식당에서 밥먹기가 미안했다.
오늘은 외식하는 날이다. 점심을 어디서 먹어야 할까? 역세권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그것도 주택과 상가가 있는 골목에 있는 식당이다. 마침 한식당이 눈에 띄었다.
식당은 크지 않다. 테이블이 여섯 개 가량 되는 작은 해물전문 식당이다. 메뉴를 보니 식사류로 동태탕, 아구탕, 낙지 볶음 등이 있다. 동태 한 마리로 선택했다. 금액은 9천원이다.
식당은 사십대로 보이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여자는 주방을 보고, 남자는 홀에서 서빙한다. 둘 다 모두 선하게 생겼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고 태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말 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법 없이도 살 정도로 착한 이미지이다.
거의 십분이상 걸려 동태탕이 나왔다. 메뉴표에 적혀 있는 것처럼 동태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다. 뚝배기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시간 걸렸던 것 같다.
식당에는 11시 50분에 들어 갔다. 정오가 되어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나갈 때까지 손님이 없었다. 이제까지 식당순례를 이십여회 해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식당에 왜 손님이 없을까? 코로나 때문일까? 아마도 자리 영향이 클 것이다. 역세권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다. 버스정거장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주택가 상가 골목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장사가 될까?
배운 것 없고 기술도 없으면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식당업이다. 그러나 식당을 해서 돈벌기는 어렵다. 지역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보았자 뻔한 것이다. 목이 좋거나 특별한 맛이 있지 않는 한 실패하기 쉽다.
식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남의 일에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식당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오늘 한끼 잘 먹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오늘 가지 않았다면 정말 그 식당은 점심 때 한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자영업 하는 사람들이 어렵다. 마치 택시가 택시정류소에서 손님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다. 식당업도 그렇고 내가 하는 일도 그렇다.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 손님을 찾아 나서기 어렵다. 그날의 운에 맡기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다 보면 손님이 없어서 파리 날릴 때도 있다. 이럴 때 "오늘 하루 공쳤다."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전화 한통 걸려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한다. 마음 속으로는 "왜 손님이 없을까?"라며 초조해 할 것이다. 나부터 그렇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그럴 것이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다. 차이가 많이 나면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부동산이 폭등하여 평당 억대가 되더라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딴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하루 종일 손님 오기만을 바라는 사람들도 꿈은 있을 것이다. 오늘보다는 내일은 좀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격차만 더 벌어질 뿐이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사람들은 부동산폭등에 대하여 관심없다. 평당 억원이 넘어가도 무덤덤한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누가 지배자가 되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떼놈이든, 왜놈이든, 양키이든 간에 굶지만 않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된다면 문제가 있는 사회이다. 점심대목에 손님 하나 오지 않는다면 식당주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 사회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행위를 해야 한다.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손님이 없어서 절망해서는 안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기본소득제이다. 국민들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돈을 주는 것이다. 그 돈으로 쌀과 반찬을 사먹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식당에서 나홀로 밥먹었다. 손님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밥을 다먹어 가자 주인남자는 “부족하면 더 드릴까요?”라고 말했다. 인상이 선하게 생겼다. 이런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상,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투표를 잘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21-09-2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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