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연잎밥과 대통밥 선물을 받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14. 06:55

연잎밥과 대통밥 선물을 받고


선물은 주고받는 것이다. 선물하면 선물 받기 쉽다. 어제가 그랬다. 생각지도 못하게 택배를 하나 받았기 때문이다.

 


교류가 거의 없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찾아 갈 사람도 없다. 마치 도시의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살아간다. 에스엔에스가 유일한 세상을 보는 창구이다.

에스엔에스에서 사람들을 본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는 구경이 사람구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갖가지 행태의 사람을 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판단하기 쉽지 않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가족이야기만 빼고 이것저것 많이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비밀은 털어 놓을 수 없다. 말못할 비밀을 에스엔에스에 털어 놓아 보았자 약점으로만 작용할 뿐이다. 왜 그런가? 절친이 아니기 때문이다.

절친은 비밀을 지켜 준다. 비밀을 지켜 주기 때문에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다. 비밀을 배우자에게도 털어 놓을 수 있을까? 부부사이에 비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사이가 반드시 좋을 수만은 없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비밀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차라리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다.

종교인에게 비밀을 털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부나 목사, 스님 등 종교인들은 왠지 비밀을 지켜 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도 종교인 나름이다. 이득과 명예와 칭송에 눈 먼 자라면 털어 놓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상담사는 어떨까?

요즘 뜨는 직업군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상담사이다.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무엇이든지 상담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갈등에 대한 것이 상담대상이 되는 것 같다. 부모와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등 가까이 있는 사람이 문제가 된다. 때로 비밀도 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못할 비밀은 주저할지 모른다. 그것은 비밀을 지켜 줄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 간다. 평생 홀로 안고 가는 비밀일수도 있다. 그런데 비밀은 털어 놓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은 비밀인데"라며 비밀을 털어 놓는 사람이다.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페이스북친구도 친구이다. 친구란 본래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사이를 말한다. 또한 연민할 줄 알면 친구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연잎밥과 대통밥이다.

페친에게 선물 한적 있다. 솔직한 모습에 마음이 동해서 보낸 것이다. 에스엔에스에서는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구경꾼에 불과하다. 일부 소수가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데 자신의 불리한 점이나 단점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유리한 것은 자랑하고 불리한 것은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에스엔에스에서 가장 진실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해 보고자 하는 사람이다. 마치 일기장에 일기 쓰듯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에스엔에스에는 온통 자신과 가족에 대한 자랑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의문하고 질문하는 글은 보기 힘들다. 종종 성찰의 글을 발견했을 때 진짜 친구를 만난 것 같다.

페친은 자신의 고민을 종종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비밀로 보이는 것도 표현했다. 이를 보고서 매우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선물했던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 사람이 얼마나 진실한지 알려면 대화해 보라고 했다. 이야기해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이 얼마나 계행이 바른지, 얼마나 정직한지, 얼마나 굳건한지, 얼마나 지혜로운지 알 수 없다. 한번으로 알 수 없다. 여러번 이야기해 보아야 알 수 있다.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친구라고 했다. 또 연민할 줄 아는 사람이 친구라고 했다. 과연 이런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홀로 고립되어 살다 보니 친구가 없다. 그럼에도 에스엔에스 상에서 친구를 본다. 그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면 열심히 공감해 준다.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친구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이다.

귀한 연잎밥과 대통밥을 선물받았다. 우리만 먹기 아까워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물하고자 한다. 무엇이든지 나누면 좋은 것이다. 아름다운 마음 내주신 분에게 감사드린다.


2021-09-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