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는 꿀고구마로

아침식사는 꿀고구마로

아침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전에는 당연히 밥을 먹었다. 점심때도 저녁때도 밥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식상했다. 변화를 주어야 했다.

아침은 간단히 빵으로 때웠다. 주로 식빵을 먹었다. 그것도 귀찮았다. 샌드위치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웠던 것이다. 단맛이 남아 있어서 개운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먹었다. 천원짜리 삼각김밥을 말한다.

아침을 먹지 않을 수 있다. 육체노동자가 아니라면 거를 수 있다. 그러나 머리를 쓰는 것도 노동이다. 책상에 앉아서 몰두하다 보면 허기진다. 두뇌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육체노동한 것 못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 초분을 다투어 정신노동을 했을 때 몹시 허기진다.

언젠가부터 아침을 감자나 고구마를 먹게 되었다. 에어프라이어 영향이 크다. 감자보다 고구마가 더 좋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면 마치 군고구마를 먹는 것 같다. 밤고구마가 꿀고구마가 되는 것이다. 호박고구마도 꿀고구마가 된다. 에어프라이어는 현대판 군고구마통과 같다.

 

고구마를 20키로 가져왔다. 창동에서 가져온 것이다. 진안에서 생산된 호박고구마이다. 장모님 동생이 농사 지은 것이라고 했다. 수십키로를 팔아 주었는데 그 중의 일부를 가져 가라는 것이었다.

고구마를 가지러 차를 몰았다. 도착하니 고구마뿐만 아니라 먹을 것을 잔뜩 준비해 놓았다. 김치가 빠질 수 없다. 달랑무우를 담구어 놓은 김치 한통을 가져가라고 했다. 한달이 멀다하고 김치를 가져다 먹는다. 이런 것도 복이라 해야 할까? 팔팔년 이후 김치복이 터진 것 같다.

 

김치맛은 어떨까? 이제까지 먹어 본 것 중에 최상이다. 갖은 양념에다 무엇보다 정성이 담겨 있다. 최상의 재료만 쓰는 것 같다. 배를 갈아 넣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진안고구마로 했다. 생산지가 분명하고 생산자도 확실한 믿을만한 품질의 호박고구마이다. 에어프라이어 조건을 200도에 20분 가동하면 호박고구마가 꿀고구마로 변한다.

호박고구마 맛은 어떨까? 이제까지 맛본 출처불명의 호박고구마 맛보다 최상의 맛이다. 여기에다 장모님표 달랑무우김치까지 곁들이니 왕의 식탁이 부럽지 않다.

 

이제는 먹거리도 생산지와 생산자를 보고 먹는 시대가 되었다. 알고 먹으면 품질이 다른 것 같다. 싼 맛에 가판마트에서 사먹어 보지만 고구마의 경우 잘못사면 버려야 한다.

고구마가 무려 20키로가 넘는 것 같다. 다음주에는 해남에서 꿀고구마 10키로가 올라온다. 당분간 고구마만 먹게 될 것 같다. 제철 농산물을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농촌돕기도 되어서 일석이조이다.

포천사람이 머나먼 진안에서 홀로 살며 재배한 호박고구마이다. 6백평 밭에 홀로 힘들게 농사 지은 것이라고 한다. 한번은 오소리가 침입해서 싹을 갉아먹었다고 한다. 두번째 재배한 것이다. 오소리 침입 방지용 울타리를 치고 농사지었다고 한다.

귀중한 농산물을 마주 하고 있다. 이 음식이 여기 오기까지 생산자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을 놀이로나 사치로나 장난으로 먹어서는 안될 것이다.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생명과 같은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음식을 먹을 때 공급자의 노고를 생각해야 한다. 이 음식이 여기 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며 먹으면 사마타로 음식먹기가 된다. 자애의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몸에 기름칠하는 정도로 먹어야 한다. 그리고 몸에 상처난 부위에 바르는 약으로 알고 먹어야 한다. 음식을 계율로 먹는 것이다.

먹는 과정을 모두 알아차림 한다면 위빠사나로 먹는 것이 된다. 입에 넣을 때 알아차리고, 씹을 때 알아차리고, 넘길 때 알아차리는 것이다. 먹는 것도 수행이다. 수행자라면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먹어서는 안된다. 누가 음식을 함부로 먹는가?

2021-10-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