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오늘 아침은 대통밥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0. 23. 08:21

오늘 아침은 대통밥으로

쫄깃쫄깃 씹는 맛이 난다. 찹살에 온갖 곡물이 혼합된 대통밥을 먹었다. 페이스북친구가 보내 준 것이다.

아침에 무엇을 먹어야 할까? 일터에 나가기 전에 늘 고민한다. 그렇다고 거를 수 없다. 오전에 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정신노동도 육체노동 못지 않다. 허기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침은 간단히 때운다. 요즘은 고구마를 먹는다. 무려 두 박스가 있다. 하나는 20키로 호박고구마이고 또하나는 20키로 밤고구마이다. 밤고구마를 꿀고구마라고도 한다. 그런데 에어프라이어로 200도 20분 조건으로 가열하면 모두 군고구마가 되는 것 같다. 달랑무우 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세상에서 최상의 맛이 된다.

아침을 김밥으로 때울 때도 많다. 편의점에 있는 삼각김밥을 말한다. 대개 천원한다. 요즘은 가격이 올라 1,100원짜리도 있고 1,400원짜리도 있다. 자주 먹어 보니 나에게는 참치마요네즈김밥이 맞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대통밥을 먹었다. 귀한 선물을 받고 먹기가 너무 아까워서 냉동고에만 넣어 놓고 있었다. 함께 온 연잎밥은 먹어 보았다. 그러나 대통밥은 시쳇말로 머리털 나고 처음 먹어 본다.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접한 것은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밥 맛은 어떨까? 먼저 전자렌지에 6분 돌렸다. 뚜껑을 개봉하자 연잎밥에서 보던 재료가 보였다. 노랑 은행이 먹음직 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움식은 반드시 혀로 먹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음식은 눈으로도 먹을 수 있고 귀로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을 먹는 것 같다. 맛보는 것은 확인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먹방프로를 즐겨 보는 것 같다. 직접 맛보지 못하지만 비주얼로 즐기는 것이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즐기는 것과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맛보는 것만 못하다. 그동안 TV에서만 보았던 대통밥을 먹어보니 그 맛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는 것일까? 특별한 음식을 접했을 때 죄스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등잔불 시골에서 살다가 전기불 도회지에서 사는 것 같다. 연탄 때며 살다가 보일러 틀며 사는 것 같다.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아파트에서 사는 것 같다.

아파트에서는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진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을 당연히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연탄세대들은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라며 두렵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대통밥을 접했을 때도 그랬다.

이 안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언젠가 끝장 날 때가 있을것이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오늘이 될 수도 있다. 최후의 순간에 "나는 잘았나?"라고 물을 지 모른다. 아마 대부분 "아직 할 일이 많은데"라고 말할지 모른다.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밤까지만 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하루를 일생처럼 사는 것이다. 공덕짓고 사는 것이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을 말한다.

오래살면 살수록 공덕지을 기회는 많을 것이다. 장수축원 해주는 이유에 해당된다. 페이스북친구의 보시공덕으로 오늘 귀한 대통밥을 맛보게 되었다.

2021-10-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