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주인의 쾌활함을 보면서, 식당순례 32 장봉할매순대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뉴는 순대국밥인 것 같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있지만 점심 때 눈길을 끄는 것은 국밥종류이다. 순대국, 순대국밥,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소머리국밥, 갈비탕, 뼈다귀해장국 같은 것이 있다.
오늘 밖에서 점심을 먹고자 했다. 사무실 근처 식당순례를 30곳 넘게 했기 때문에 맛집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중에는 주변 식당을 한번쯤 가 보고자 했기 때문에 참는다.
아직 가보지 않은 식당이 많다. 사무실 주변 500미터 내에 있는 식당을 샅샅이 뒤졌다. 발품파는 것이다. 점심 한끼 먹기 위해서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판을 보면 순대국밥집이 많다. 아마 점심 때 가장 많이 먹는 메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맛은 어떨까? 거의 비슷하다. 순대국밥이라고 하지만 순대는 몇 개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돼지고기 삶은 것이 많다. 내장 같은 것이다. 느끼한 점이 없지 않지만 새우젓과 들깨, 부추가 이를 커버해 준다.
길거리를 헤매다 지쳐서 들어간 곳이 있다. 이른바 안양에서 밧데리골목이라 불리우는 곳에 있는 24시 순대국밥집이다. 식당명칭은 ‘장봉할매순대국’이다. 여기서 '24시'라는 말과 '할매'라는 글자가 끌어당긴다.
골목은 안양에서 몇 안되는 환락가이다. 노래빠가 다수 밀집되어 있어서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24시 간 영업을 하는 것 같다. 더구나 할매순대국이라고 한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순대국밥 가격은 8천원이다. 다른 순대국밥집보다 천원 비싸다. 아마 천원 값어치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맛을 보니 충분히 천원 더 받은 값어치가 있다. 육수와 고기맛이 다른 곳보다 차별화된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차별화일까? 그것은 아마도 부추무침에 있다고 본다. 앞접시에 고기와 부추무침과 새우젓을 삼합해 먹으면 먹는 맛이 난다. 이와 같은 삼합은 다른 식당에서는 볼 수 없다. 이렇게 차별화된 것 하나만 있어도 식당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주인의 친절함이다.
카운터와 서빙을 담당하는 중년의 남자는 활력이 넘친다. 아마 주인인 것 같다. 종업원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기계적으로 서비스하는 것과 다르다. 손님이 들어오면 “어서 오세요!”라며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맞이한다. 단골 같으면 안부를 묻는다. 손님이 나갈 때는 “또 오세요!”라며 쾌활하게 말한다.
남자의 쾌활함은 어디서 나올까? 아마 자신이 주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종업원에게서 그런 쾌활이 나올 수 없다. 자신의 것도 아니고 월급 받아먹고 사는 입장에서 월급 받은 만큼만 서비스하면 되기 때문에 마치 주인처럼 쾌활하게 하기는 힘들 것이다.
식당주인의 쾌활함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쾌활하게 응대하고 있을까?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밝고 활기 차게 큰 소리로 응대해야 함에도 목소리를 낮추거나 목소리를 깔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목소리 하나만 들어도 분위기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밝고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는 상대방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든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가능하면 밝게 응대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영업을 잘하려면 발로 뛰어야 한다.
요즘 사업이 예전 같지 않다. 거의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다. 어쩌다가 주문받는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위기를 느낀다. 고객은 한곳 밖에 없다. 한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다. 만일 이 업체마저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오로지 한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데 믿었던 팀장이 나가 버렸다. 십년이상 일감을 몰아주다시피 했는데 나가 버린 것이다. 오늘은 사원이 나갔다. 퇴사한다고 전화를 했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나갈 때는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사원은 왜 전화를 했을까? 아마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 만든 것은 다시 만들어 주었고, 납기가 급하면 직접 물건을 들고 납품했다.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날에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고속도로를 목숨 걸다시피하여 달려 갔다. 그것도 캄캄한 밤에 전달해 준 적이 많았다. 이런 것을 생각해서인지 퇴사하는 날에 전화를 준 것 같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전화가 거의 걸려 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망은 밝지 않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을 때 사무실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희망은 있다. 나도 내년부터는 연금수령자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에 비해서 형편없이 낮은 금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빌 언덕은 될 것 같다.
오늘 순대국밥집에서 주인의 친절함을 보았다. 마치 일을 즐기고 있듯이 밝고 명랑하고 쾌활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떤 일이든지 저와 같이만 한다면 굶지 않을 것이다. 음식의 맛도 좋다. 그러나 서비스가 맛보다 더 좋은 것 같다.
2021-11-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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