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객만래(千客萬來)를 꿈꾸며, 지역식당순례 34 한식찌게뷔페
요즘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아침에 사무실에 나와 어영부영하다 보면 점심시간이다. 아무것도 해 놓은 것 없이 유튜브만 보다가 밥먹으로 가면 죄책감을 느낀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무위도식’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뭐라도 하나 해야 한다. 글이라도 하나 써 놓아야 한다. 게송이라도 하나 외워야 한다. 최소한 30분은 다리 꼬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혼자 있다보니 어느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만 먹으로 갈 때가 있다.
밥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한다. 오늘 점심 때는 먹어야 할 곳을 미리 생각해 두었다. 만안구청 이면도로에 있는 한 식당이다. 어제 지나는 길에 ‘신장개업’이라는 문구와 함께 ‘11월 23일 오픈’이라는 표지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장개업(新裝開業), 새로 단장하여 문을 연다는 뜻이다. 장사가 잘 안되었을 때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도 단행한다. 특히 식당인 경우가 많다. 오늘 점심 때 먹을 식당도 그랬다.
식당 이름은 ‘뼈 해장국 감자탕 찌게 삼겹살’이다. 어느 것이 메인 메뉴일까? 부제로 붙은 것을 보니 ‘시골밥상찌게’라고 되어 있다. 홍보용 풍선기둥에는 ‘한식뷔페’라고 되어 있다. 작은 글씨로는 ‘나물보리밥’과 ‘컵라면꽁짜’라고 쓰여 있다.
신장개업식당을 들어가 보았다. 오늘 오픈하는 날이다. 오전 11시 30분에 비교적일찍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한식뷔페집이다. 테이블이 12-14개 정도 되는 작은 뷔페식당이다.
이 식당을 알고 있다. 사무실 주변 식당순례 하면서 이 장소에서 먹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블로그 기록을 찾아보니 2020년 10월에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2탄, 썰렁한 동태탕집’(2020-10-20)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때 당시 글에서 식당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을 예견했다. 점심 대목 때 손님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식당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코로나 공포가 있던 시기였지만 점심때 손님이 너무 없었다. 점심 대목 때도 손님이 없다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이후 간판이 한번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한식부페집으로 신장개업하여 오픈하게 되었다.
정오 이전부터 손님이 밀어 닥쳤다. 밥을 한창 먹고 있을 때는 테이블이 꽉 찰 정도가 되었다. 이를 신장개업효과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이 이런 식당을 찾고 있었기 때문일까?
메뉴는 다양하고 가격은 저렴하다. 반찬가지수를 보니 무려 10가지가량 된다. 오픈하는 날 이어서인지 돼지고기 수육도 있고, 홍어무침도 있다. 팥으로 된 떡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식당의 메인메뉴는 찌게이다. 오늘은 동태찌게가 나왔다.
식판에 반찬을 종류별로 조금씩 가득 담아왔다. 동태찌게는 별도로 제공되었다. 혼자먹기가 미안할 정도로 푸짐한 식탁이다. 맛을 보니 마치 집에 먹는 것처럼 입맛에 맞는다. 특히 돼지고기 수육과 홍어무침, 그리고 겉절이 김치에 삼합하니 먹는 맛이 났다. 여기에다 얼큰한 동태찌게까지 곁들이니 최상의 식탁이 되었다. 이렇게 하고서도 금액은 6천원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6천원짜리 식탁 보기 힘들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먹는 카페테리아 뷔페식당에서나 가능하다. 대부분 7천원에서 8천원 하는 것이 보통이다. 메뉴가 고급이면 9천원짜리도 있고 만원짜리도 있다.
벌이가 시원찮을 때는 먹는 것도 싼 것으로 먹는다. 이렇게 본다면 6천원 짜리 뷔페식당은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몰려 든 것 같다.
정오가 되기 전에 식당을 나왔다. 홀로 와서 테이블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테이블을 빨리 비워주어야 다음 손님을 받을 것이다. 정오 이후에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오늘 신장개업은 성공적으로 된 것 같다. 과연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될까?
세상에서 가장 벌어먹고 살기 힘든 것이 식당업일 것이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는 사람이 손쉽게 손을 댈 수 있는 것이 식당차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 이곳저곳에는 식당만 보이는 것 같다.
작년 가을부터 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사무실 반경 5백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은 한번씩 가서 먹어 주기로 했다.
자영업자자의 고민은 자영업자가 잘 알고 있다. 같은 자영업자로서 한번 먹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지역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이번으로 34번째 순례가 된다. 지역사람들이 가서 먹어 주지 않으면 어느 지역 사람들이 와서 먹어 줄까?
주변에 식당이 너무 많다. 지역주민은 한정되어 있다. 무작정 식당을 열었다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많은 식당들은 어떻게 먹고 살까? 손님수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래서 6개월 또는 1년이 멀다 하고 간판이 바뀌는 것 같다.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을 식당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식당총량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이재명도 식당총량제 이야기를 했다. 가장 처음 말한 사람은 백종원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장사를 잘 할 수 있을까? 자영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되는 일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지 해야 한다. 손님이 뚝 끊어지고 매출이 오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 주문이 뚝 끊어졌다. 오래 전부터 한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심화된 현실에서 그 업체마저 주문이 없다면 한달 대부분 노는 날이 된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홍보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키워드 광고로 가능한 것이다.
포털에 키워드검색을 하니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았다. 충전금액이 모두 소진 것도 있고, 포털의 광고플랫폼이 바뀐 것도 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왜 일이 없을까?”라며 속으로 앓고 있었던 것이다.
키워드 광고는 모든 포털에 다 할 필요는 없다. 광고비용이 감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만만한 곳은 다음이다. 미디어 다음에 2007년 이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키워드 광고해 오고 있다.
가장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띄어 놓고 있다. 이미지는 십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화가 걸려 오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 키워드 검색하여 들어가서 보게 되었을 때 전화나 메일을 준다면 키워드 광고 효과는 충분히 달성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살았다.
이번에 미디어 다음에서 광고플랫폼이 바뀌었다. 카카오 플랫폼으로 바뀐 것이다. 이전 플랫폼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런 줄도 모르고 몇 달 그냥 보냈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일인사업자는 무엇이든지 혼자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일도 혼자 해야 하고 세금계산서 관련 처리 업무도 혼자 해야 한다. 당연히 영업활동 혼자 해야 한다.
영업활동은 별다른 것이 없다. 키워드 광고하는 것이 영업전략이다. 첫페이지에 노출시키려면 광고 클릭당 단가를 높이면 된다. 일순위가 되면 충전금액이 빨리 소진되기 때문에 두 번째 페이지 정도에 숨겨 놓는 것이 좋다. 이런 것도 충전금액을 아끼기 위한 영업전략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카카오 광고 플랫폼 세팅도 끝냈다. 충전금액도 10만원 입금해 놓았다. 클릭당 100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하루 5천원 이상 되지 않도록 해 놓았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정클릭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데스크톱에서도 모바일에서도 키워드 검색만 하면 홈페이지가 뜨도록 해 놓았다. 눈에 띄도록 ‘개발전문가 설계, 기업 학교 개인 환영, 안양소재’라는 문구가 노출되게 해 놓았다. 이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여년 동안 거래처에서 잊지 않고 찾아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과연 전화는 걸려 올까?
어느 자영업이든지 손님을 기다리는 입장에 있다. 이 세상에서 고객처럼 반가운 사람은 없다.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불보살보다도 주문을 주는 고객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시장에서 상인은 손님을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아야 맞을 것 같다. 사업하는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전화통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전화는 핸드폰과 연결시켜 놓았다.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해야 한다. 식당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손님들이 천명, 만명 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래서 식당에 ‘천객만래(千客萬來)’라는 액자가 붙어 있을 것이다.
2021-11-2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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