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진상고객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15. 09:34

나는 진상고객인가?


구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주차금지 위반에 대한 것이다. 내용을 보니 "주정차위반 과태료 의견진술 심의결과 부결되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찾아가야 할까? 난동부리듯 큰 소리 쳐야 할까?

일주일 전에 구청에 찾아 갔었다. 주정차위반 범칙금에 대한 것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도색공사로 인하여 어쩔수없이 밖에 세웠다. 아파트 이면도로에 주차해 놓은 것이다. 입주민들 절반 이상 그렇게 주차해 놓았다. 엄밀히 따지면 모두 주정차 위반으로 딱지감이다. 그럼에도 내차만 콕집어서 딱지를 뗀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아마 독립주차해 놓은 것이 큰 이유 같다. 이면도로에 차를 댈 데가 없어서 거리가 약간 떨어진 곳에 나홀로 주차했었는데 이것이 카파라치의 타겟이 되었을 것이다. 이럴 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연속해서 두 번 딱지를 맞았다. 시간대를 보니 새벽 4 5분 안팍이다. 카파라치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마 도색작업 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먹잇감을 찾다가 무리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주차되어 있는 차를 발견했을 것이다. 마치 세렝게티 평원에서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보는 것 같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꼼짝없이 벌금을 내야 한다.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의 경우 명백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건은 달랐다. 아파트 주차장 도색공사로 인하여 어쩔수없이 외부 주차했는데 카파라치한테 당한 것이다. 그것도 새벽에 두 번 당했다.

그냥 넘어 가려 했으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먼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찾아 갔다. 배상을 요구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는 구청 교통과가 된다. 도색관련 공문을 카피하여 구청으로 향했다.

구청 담당에게 하소연했다. 담당은 진술서를 쓰라고 했다. 심사해서 구제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술서를 작성했다. 글의 첫머리에서 "너무나 억울합니다."라고 시작했다. 그리고 자영업자임을 강조했다. 일을 마치고 늦게 돌아와 보니 차 댈 데가 없어서 늦은 밤에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댔다고 썼다. 그런 한편 새벽4시에 사진촬영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두 건 중에 한건만 구제받았다. 한건은 구청 지정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금액은 32,000원이다.

내심 모두 구제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한건만 받아 주었다. 왜 이렇게 했을까? 절충한 것일까? 타협한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그날 구청 담당에게 큰소리 쳤다는 것이다. 만약 모두 기각하면 구청장을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골치 아픈 존재로 비추어졌을지 모른다.

진상고객이라는 말이 있다. 소리치며 난동부리는 이미지의 고객을 말한다. 주변에서 종종 목격한다. 혹시 그들의 눈에 나도 진상으로 인식된 것은 아닐까?

이번에 이의신청 하지 않았다면 두 건 64,000원을 냈을 것이다. 구청 입장에서 보았을 때 세수 확보가 되었으니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의 신청해서 두 건을 한 건으로 줄였다. 그 결과 반액인 32,000원만 내게 되었다. 나는 진상고객인가?


2021-11-1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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