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은 부활을 꿈꾸었나?
그가 죽었다. 그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천수를 누리다가 그렇게 갔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전두환, 이름 세 글자는 혐오와 저주의 뜻이 있다. 특히 그때 그랬다. 학교 다닐 때 "전두환은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외치면 물러갈 줄 알았다.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그때 TV뉴스를 보지 않았다. 영화를 봤을 때 어쩔 수 없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뉴스에 꼭 나왔기 때문이다. TV를 봐도, 영화를 봐도, 신문을 봐도 전두환은 꼭 있었다. 1979년 부터 1987년까지 9년 동안 보기 싫어도 봐야 했고 듣기 싫어도 들어야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위풍당당하던 모습의 장군은 형편없이 늙어버린 노인이 되어 버렸다. 있는 듯 없는 듯 세상에 잊혀진 존재가 된 그는 어제 목욕탕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악인의 대명사가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그는 왜 사과를 하지 않았을까? 그의 과오는 크게 5.18에 있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를 추종했던 자들도 동조 내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민중항쟁은 이제 자랑스런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최초로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봉기하여 대동세상을 만들었다. 지식인들이 만든 것도 아니고 운동권들이 만든 것도 아니다. 이땅에서 가장 힘없는 자들이 만든 대동세상이다. 그러나 십일밖에 가지 않았다. 대동세상은 다시 구현될 수 있을까?
지난 10월 민주당 경선이 수원에서 열렸다. 안양에서 가깝기 때문에 마실가듯이 다녀왔다. 그때 이재명 캠프 구호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이었다. 강한 것은 누르고 약한 것은 올려서 누구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광주정신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광주정신이란 무엇일까? 작년 김동수열사 추모제에 참석했다. 대불련버스에 합승해서 간 것이다. 그때 상무대영창 투어가 있었다. 해설사는 광주정신을 '민주'와 '대동세상' 두 단어로 요약했다.
어떤 이는 광주정신을 개혁정신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바꾸어 나가는 것이 광주정신임을 말한다. 그렇다면 5.18당시 민중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 그것은 누구나 잘 사는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십일동안 그런 세상이 실현되었다. 이를 민주와 대동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왜 사과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왜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그들은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히틀러는 자살했다.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히틀러가 자신의 부활을 노린 것이라고 했다. 소련군에게 끝까지 항복하지 않은 것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서일까 히틀러 사후 오늘날까지 종종 나치가 부활한 듯한 장면이 목격된다. 신나치라는 이름이 회자되는가 하면 히틀러와 나치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전두환이 사과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부활을 노린 것인지 모른다. 마치 히틀러가 항복하지 않고 자살로서 끝냈듯이 전두환은 끝내 사과하지 않고 저 세상으로 갔다. 이는 남아 있는 사람에게 던지는 메세지와 같은 것이다.
언젠가 세월이 흐르면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한세대 30년 지나면 5.18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50년 지나면 간접경험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백년 지나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려 할 것이다. 전두환과 그 일당들은 역사적 판단을 후대로 떠 넘기려 한것은 아닐까?
전두환이 부활할 조짐은 얼마든지 있다. 전두환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당 대통령후보는 잘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있다.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때 광주민중항쟁이 폄하되던 때가 있었다. 보수기득권자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광주는 폭동이 되었다. 계엄군이 진압한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을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가 아니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반란군이었다. 광주시민들은 반란군에게 저항한 것이었다. 그러나 광주정신은 죽지 않았다. 2016년 광화문촛불에서 부활했다. 그런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1987년 6월 항쟁에서 광주정신은 부활했다. 세월이 한세대 30년 흘러서 2016년 광화문에서 크게 부활했다. 이런 원동력은 저항정신에 있다.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결사항전(決死抗戰)에 있다. 도청이 무력으로 진압될 때까지 죽음으로 맞섰기 때문에 그 정신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광주정신은 저항정신이기도 하다.
전두환은 부활을 꿈꾸었던 것 같다. 끝까지 사과하지 않은 것은 훗날 역사의 재평가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추종자들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때 전두환의 치적을 찬양하는 후보가 있다. 그의 지지율이 높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정신은 살아 있다. 불의에 항거하여 죽었을 때 이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해마다 5.18이 되면 추모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전두환은 죽었다. 전두환은 대체로 악인의 대명사이다. 그는 죽어서 어디로 갔을까? 그가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해도 교사죄로 악처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는 부처님도 말씀하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네 가지 원리를 갖추면, 그 원리가 작용하는 대로 지옥으로 던져 진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스스로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고, 남에게도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도록 교사하고,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데 동조하고,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데 칭송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네 가지 원리를 갖추면, 그 원리가 작용하는 대로 지옥에 간다.”(A4.261)
부처님은 살아 있는 생명을 죽였을 때 업의 원리가 작용하는 대로 지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생명을 죽이도록 교사해도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동조하거나 칭송하는 자도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전두환은 어디로 갔을까? 악처에 떨어졌음에 틀림없다. 직접 피를 묻히지 않았지만 죽이도록 교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두환에 협력한 자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경에 따르면 동조하거나 칭송하는 자들도 지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
인과는 엄중하다. 행위를 하면 반드시 과보를 받는다. 그것이 살인행위라면 그 업은 매우 무거운 것이다. 그래서 경에서는 "그 원리가 작용하는 대로 지옥으로 던져 진다."(A4.261)라고 했다.
공정한 세상을 꿈꾼다. 누구나 잘 사는 대동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행위를 하면 반드시 과보를 받아야 한다. 선인선과이고 악인악과이다.
데바닷따는 악인의 대명사이다. 그는 부처님을 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승단을 분열시켰다. 그 과보로 지옥에 떨어졌다. 경에 따르면 한우주기가 끝나도 구제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은 어떨까? 전두환을 추종하고 전두환을 칭송하는 자들은 어떻게 될까? 업의 원리가 작용하는대로 과보를 받을 것이다.
2021-11-2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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