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있었던 고객에게 전화가 왔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2. 8. 09:04

있었던 고객에게 전화가 왔을 때

 

 

이미우이 음악이 흐르는 평온한 아침이다. 사무실 커피포트에서는 물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은 홍삼즙을 마시고자 한다. 지난주 친구 회사 방문했을 때 친구가 준 것이다.

 

하얀 여백을 대하고 있다. 자판을 두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 차를 몰고 오면서 생각한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문자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즘 일감이 많아졌다. 일감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일이 없을 때는 영원히 없을 것 같지만 일감이 몰릴 때는 겹치기가 된다. 그제와 어제가 그랬다.

 

그제 전화 온 사람은 7-8년 인연 되는 것 같다. 그도 일인사업자이다. 그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한다. 그는 만능엔지니어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설계하고 회로도 개발할 줄 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것이다. 그는 잊을 만하면 일감 주는 사람이다.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며 물어보았다. 먼저 바쁜지 물어보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물어본다. 자신의 일이 급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먼저 처리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 같은 것이다. 이에 요즘 일이 별로 없어요. 코로나 탓인지 일감이 많이 줄었습니다.”라고 말해 준다. 며칠 후에 자료를 보내 주겠다고 했다.

 

어제는 또 한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는 오래 전에 거래했던 사람이다. 그도 잊을만 하면 종종 일감 주는 사람이다. 메일을 보고서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신을 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찾아 주는 것 같다. 지금 일감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왜 일감이 없을까?”라며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전화 주는 인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수많은 가게가 있다. 거의 대부분 자영업자들이다. 그들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떻게 살아 갈까? 문 닫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도저히 장사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식당도 찾아 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아무리 바빠도 글은 써야 한다. 이는 오랜 습관이다. 그래서 조금만 틈만 나면 쓴다. 한시간 여유가 있으면 한시간짜리 글이 나오고, 두 시간 여유가 있으면 두 시간짜리 글이 나온다.

 

아무리 바빠도 외워야 할 것은 외운다. 요즘 십이연기분석경(S12.2)을 외우고 있다. 여유가 생기면 그 틈을 이용해서 외워야 한다. 물론 외울 때는 이전 외웠던 것을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긴 길이의 경도 다 외우고 나면 짧게 느껴진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글을 쓰고 경을 외우면 짜릿하다.

 

오늘은 바쁜 날이다. 오전 중으로 어제 일을 맡긴 사람 것을 해야 한다. 부품 라이브러리 작업은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품 배치와 라우팅 작업할 때는 유튜브를 열어 놓고 소리를 듣는다. 마치 밭을 맬 때 라디오 듣는 것 같다. 일도 집중을 요하는 단계가 있는가 하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단계도 있는 것이다.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일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을 하면 수익이 발생되어서 좋은 것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어서 좋은 것이다. 내 손을 거쳐간 모델이 잘 판매가 된다면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오래 전에 인연 맺었던 고객이 일감을 주었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협상은 마쳤다. 견적서를 주고받음에 따라 금액은 조율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을 하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 된다.

 

모든 비즈니스는 주고받는 것이다. 주는 것만 있고 받는 것만 있으면 비즈니스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편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 서로가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내가 손해 본 듯 견적 내는 것이다. 그에게 이익이 되게 해주는 것이다.

 

비즈니스만 주고받는 것일까? 사랑도 주고받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 알 수 있다. 부부사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치 사랑을 비즈니스 하듯이 하는 것이다.

한편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한편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랑은 없다. 부모와 자식관계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사랑은 비즈니스처럼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나 자애는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녀관계에서는 사랑의 관계이지만,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는 자애의 관계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불교는 자애의 종교이다. 불교가 왜 자애의 종교일까? 초기경전을 보면 수많은 자애에 대한 가르침을 볼 수 있다. 테라와다불교의 예불문이자 수호경이기도 한 자애경에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들을 목숨 바쳐 구하듯, 이와 같이 모든 님들을 위하여 자애로운, 한량없는 마음을 닦게 하여 지이다.”(Stn.149)

 

 

자애는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아낌없이 준다. 이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만일 어머니가 자식에게 무언가 기대하며 사랑을 준다면 연인관계의 사랑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관계와 다름없을 것이다.

 

자애와 사랑은 다르다. 자애는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인가?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한량없는(aparimāa)”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사랑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을 내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사랑이라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뜻하는 빠알리어 삐야(piya)는 주로 남녀관계에서나 사용된다. 이는 삐야가 남성명사로 쓰일 때는 ‘the husband’의 뜻이 되고, 삐야가 여성명사로 사용될 때는 ‘the wife’의 뜻이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삐야는 ‘dear; amiable; beloved’의 의미로 사용된다.

 

부처님은 자애를 뜻하는 멧따(metta)를 주로 사용했다. 멧따는 ‘amity; benevolence’의 뜻이다. 멧따는 문자적으로 ‘friendly’의 뜻이다. 멧따를 뜻하는 자애라는 말은 우정(友情)’이라는 말과 가깝다.

 

사랑과 우정은 다른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은 연인관계에서나 사용되는 말이고 우정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부처님은 멧따를 강조했다. 이렇게 본다면 불교는 우정의 종교가 된다.

 

사랑의 종교가 있다. 유일신교에서는 사랑의 종교라고 말한다. 이는 어쩌면 주고받는 관계인지 모른다. 신과 사람사이에 계약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교는 우정의 종교이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에게 한량없는 일방적인 사랑을 주는 것과 같다.

 

친구관계는 우정의 관계이다. 친구관계가 사랑의 관계가 된다면 더 이상 친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불교는 우정의 종교이기 때문에 마치 비즈니스 하는 것과 같은 사랑의 관계가 될 수 없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한량없는 사랑의 마음을 내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과 같다.

 

오늘은 바쁜 날이다. 비즈니스로 맺어진 사이는 주고받는 것을 잘 해야 한다. 먼저 견적서를 작성하고 네고를 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을 해 놓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결재가 이루어진다. 비즈니스는 주고받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우정이 있을 수 있을까? 거의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해관계로 만난 사람은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랜 만에 연락이 온 것도 주고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객이 찾아 준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비즈니스는 주고받는 것이다. 주고받는 것이 없으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마치 연인이 사랑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 고객과 비즈니스 관계 이상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우정의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고객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비즈니스 관계를 떠나서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관계는 오래 유지될 것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객에게 전화가 왔을 때 친구보다 더 반가웠다.

 

 

2021-12-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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