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2. 15. 07:49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어제 일터에 귀중한 손님들이 왔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사무실에 세 명이나 찾아온 것이다.

아침에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바닥을 오랜만에 마대로 닦았다. 식물 시든 잎도 잘라 주었다. 손님들이 마실 차도 준비했다.

오후 1시가 되자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점심식사 장소도 미리 알아 두었다. 명학역 역세권 식당가에 있는 복집이다. 손님이 오면 늘 접대장소로 활용하는 곳이다. 일을 야무지게 하려면 잘 먹어 두어야 한다. 손님들과 함께 복집으로 향했다.

복어탕은 가성비가 좋다. 가격대비 성능이 탁월한 것이다. 복지리 가격은 9천원이다. 수도권 외곽이라 그런지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푸짐하다. 뚝배기 가득 먹을 것이 많다. 국물맛도 시원하다. 이구동성으로 잘 먹었다고 말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 왔다. 탁자가 꽉 찬 듯하다. 자랑할 것이 별로 없다. 책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자제품을 소개했다. 회사 다닐 때 개발했던 셋톱박스를 말한다. 과거에 이런 일을 했었다는 것을 실물로 보여준 것이다. 다음으로 책을 보여주었다.

책장에는 스스로 만든 책 41권이 꼽혀 있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블로거로서 삶의 결실과도 같다. 그 중에서도 '불교활동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타이틀의 책이 있다. 정평불 사무총장 소임을 맡았을 때 불교 적폐청산 운동이 있었다. 그때 활동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두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책을 손님들에게 보여주었다. 함께 적폐청산운동을 했었던 사람들이다. 글과 사진으로 그때 당시 상황을 느낌과 함께 상세하게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차를 마셨다. 손님이 오면 차를 대접해야 한다. 커피보다는 차가 좋다. 장시간 대화할 때 차 만한 것이 없다. 차가 매개가 되어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불교인들이기 때문에 차문화가 자연스럽다.

 


오늘 세 명이 온 것은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안산에 사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중간을 고려하다 보니 안양으로 결정되었다. 작업할 수 있는 컴퓨터도 있어서 좋다. 손님 접대도 할 겸, 일터 소개도 할 겸, 해야 할 일도 할 겸, 겸사겸사 좋은 것이 되었다.

해야 할 일은 감사에 대한 것이다. 한해 살림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정평불 상임대표 김광수 선생과 재무팀장 조현덕 선생이 왔다. 그리고 나와 함께 감사를 맡고 있는 박금재 선생도 왔다.

감사는 사업감사와 회계감사로 나누어진다. 먼저 회계감사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입출금 통장과 수기로 작성된 장부를 일일히 대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십만원 이상 지출에 대해서는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감사로서 일년에 한번 있는 큰 일이다.

감사는 잘 마무리되었다. 거의 세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작업했다.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특히 재무를 맡은 조현덕 선생의 노고가 크다. 모임의 살림꾼으로서 꼼꼼히 챙긴다. 수기로 작성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까지 본 자원봉사자 중에서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하물며 돈도 안되는 모임이나 단체의 소임은 어떠할까? 아마도 적극적으로 피할 것이다. 시간과 돈과 정력의 낭비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꿋꿋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모임이나 단체가 유지되고 세상이 돌아간다.

 


선물을 받았다. 조현덕 선생이 안개꽃을 사온 것이다. 일터에는 열대식물로 가득한데 또 다른 식물식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안개꽃은 말라도 보기 좋다. 언제 보아도 안개처럼 몽환적이다. 화병에 담아 탁자에 올려 놓으니 사무실이 밝아진 것 같다.

오늘 온 사람들은 꽃과 같다. 보살같은 사람들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꿋꿋이 다하는 사람들이다. 보살행을 하는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2021-12-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