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정권교체를 바라는 자승의 관제 승려대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22. 08:13

정권교체를 바라는 자승의 관제 승려대회


글의 제목이 먼저 결정되었다. 결정적 장면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일단의 무리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피켓에는 "정권교체" 네 글자만 써 있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제목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자승의 관제 승려대회'라고 글 제목을 즉석에서 생각해 냈다.

 


오늘은 승려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1 21일 오후 2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다. 시간에 맞추어 가고자 했으나 20분 늦었다. 총무원청사 뒤로 해서 우정국을 끼고 돌아서니 조계사 경내에는 승려들로 가득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앞뒤로 의자에 앉아 있다. 심지어 일주문 옆 주차장에도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대체 이 승려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더구나 지금은 안거기간 아닌가!

 

 


승려대회는 초법적이다. 승려대회에서 결의하면 종헌종법이 무력화된다.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1994년의 승려대회가 그랬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었다. 사부대중이 단결하여 적폐세력을 처단한 것이다. 이것이 전형적인 승려대회이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위로부터 승려대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관제대회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승려대회의 목적은 무엇일까? 연단에 있는 문구가 말해준다. 종교편향, 불교왜곡근절, 불교자주권수호에 대한 것이다. 정청래 의원 탈당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경과보고를 들었다. 정청래 의원은 사과했다고 한다. 민주당도 사과하고 이재명 후보도 사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승려대회를 하는 것일까?

승려대회 명분이 약하다. 당초 정청래 의원의 봉이김선달 발언을 문제 삼아 승려대회를 하기에 이르렀으나 정의원 사과로 명분을 잃게 되었다. 그럼에도 승려대회를 강행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승려대회 명칭이 종교편향으로 바뀌었다. 정청래 의원 탈당요구가 무리였던 것 같다. 그래서 천진암-주어사 문제와 문체부 캐롤송 활성화 정책을 문제삼아서 승려대회를 강행한 것이다. 심지어 42년 전에 있었던 1980 10.27 법난을 거론하기도 했다.

승려대회가 아니라 승려궐기대회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더구나 관제대회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착 가라 앉아 있었다. 동원된 승려들이 얌전하게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지금은 코로나시기이다. 오늘 발표를 보니 확진자가 7천명이 넘었다. 사회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에도 조계종은 무풍지대인 것 같다. 최대 299명 이상 모일 수 없고 또한 충분한 거리두기를 해야 함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깨가 닿을 정도로 빼곡히 앉은 것이다.

조계종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인가? 대선기간을 50일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승려대회를 연다는 것은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계종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 불자투표권을 볼모로 여당후보에게 타격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야당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된다. 이에 대부분 스님들과 불자들은 정치적 목적의 승려대회를 반대했다.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도 비난하고 있다.

어제 시민사회단체에서 성토대회가 있었다. 천명가량 되는 시민들이 조계사 앞에서 승려대회 반대를 외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들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라고 외쳤다.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을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했을 때 분노가 폭발한 것 같다.

 


조계종이 왜 이지경이 됐을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한사람 때문인 것 같다. 상왕이라고 불리우는 자승 전총무원장을 말한다. 이 사람 말한마디에 동원되었다.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코로나 시기에 그것도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에 승려대회를 연 것이다. 대체 누구 좋으라고 한 것일까?

자승은 야당후보의 선대본부장 같은 느낌이다. 불교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집회를 299명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천명 이상 동원한 것은 일종의 세를 과시하는 것 같다. 마치 자신의 힘을 테스트해 보는 것 같다.

스님들은 이번 승려대회를 어떻게 생각할까? 허정스님이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았기 때문이다. 승려대회를 이틀 앞두고 돌려 본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승려대회 반대가 65%이고 찬성은 32%에 지나지 않았다. 대다수 스님들이 반대한 것이다. 명분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코로나시기이고 대선기간이기 때문에 역풍맞을 우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자승은 강행했다. 아마도 야당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표 계산도 해 보았을 것이다.

 

조계종은 의문의 한방을 먹었다. 승려대회를 하루 앞두고 설문조사 내용이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허정스님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설문조사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허정스님에게 전화를 받은 것이 발단이다. 정평불 이름으로 조사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이도흠 공동대표를 연결해 주었다. 이런 연유로 다음날 설문조사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방송을 들으니 조계종에서는 정평불을 해종단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판하면 모조리 해종이 되는 것 같다.

 


설문조사 결과는 포털 뉴스 기사로도 떴다. 마침내 YTN에서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이것 역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YTN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기자회견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 그대신 이도흠 상임대표를 또 연결해 주었다. 그 결과 TV에서도 설문조사결과가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통쾌하게 한방 먹인 결과가 되었다. 조계종은 의문의 일패를 당한 것이다. 라디오와 포털뉴스, 그리고 TV에서 설문조사결과가 보도되었을 때 승려대회를 여는 명분은 약해졌다. 한마디로 맥빠진 대회가 된 것이다.

조계종은 이번 승려대회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 잃은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댓글에서 원색적인 비난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여당후보가 승리하면 조계종은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

오늘 승려대회는 조용히 끝났다. 한마디로 맥빠진 대회였다. 청와대 행진도 취소되었다. 다음 일정도 불투명하다. 만일 불교도대회라 하여 또다시 동원하고자 한다면 시민사회단체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조계종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것 같다. 결정적으로 의문의 한방을 맞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날아온 강펀치에 휘청한 듯하다. 대회 하루전에 공표된 설문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대부분 스님들이 승려대회를 반대한다는 기사가 매스컴을 타자 승려대회할 명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활동가들이 인사동 찻집에 모였다. 모두 느긋한 표정이다. 이 추운 날씨에 거의 매일 피켓팅한 전사들이다.

 


김용배 시인은 노구를 이끌고 하루도 빠짐없이 참가했다. 가루라님은 수원에서 출근하다시피 했다. 문영숙 선생 자매는 생업에 바쁨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백우거사 부부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김종연 선생 역시 빠짐없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이송자 선생, 조윤주 선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종단과 싸우고 추위와도 싸웠다.

 


불교 적폐청산 운동하는 곳에 활동가들이 있다. 마치 그들은 독립군 같아 보인다. 아니 성스런 전사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조계종 적폐청산할 때까지 가는 거다. 노시인의 소망이기도 하다. 오늘만큼은 우리가 승리했다.

2022-01-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