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종교권력은 성역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24. 08:39

종교권력은 성역인가?


틱낫한 스님이 사망했다. 이를 원적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에스엔에스 여기저기서 추모의 글로 가득하다. 그들은 스님과 어떤 인연일까?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추도하는 것은 왠일일까?

스님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0년 이내인 것 같다. 그때 블로그에 글을 썼다. 수인하는 모습을 보고 쓴 것이다. 중립적으로 썼다. 이번에도 중립적이다.

부처님 근본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입장에서 틱낫한 스님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처럼 추모한다. 이에 동참해야 지식인이라도 되는 것 같다. 그런 한편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번 조계종 승려대회에 대하여 그들은 어떤 글을 남겼는지에 대한 것이다.

불교지식인들은 목소리를 내야 될 때는 침묵하는 것 같다. 승려대회 비판 같은 것이다. 그런데 틱낫한 스님 사망 소식에 대해서는 일제히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인은 어떤 존재일까? 사전적 정의가 있을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이 연상된다. 학위가 있는 사람도 연상된다. 지위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교지식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지 종단과 엮여 있을 것이다.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본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조계사를 찾는다. 이번 승려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당대표는 총무원장 스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여당후보도 머리를 조아렸다. 아직까지 야당후보가 머리 조아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왜 선거철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는 것일까? 그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표 때문이다. 잘못 보이면 표 떨어진다. 한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되면 고개를 숙인다.

조계종 권승들이 권력맛을 본 것 같다. 선거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니 권력의 맛을 느끼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도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니 한국불교 1700년 역사이래 지금처럼 전성기가 없는 것 같다.

승려대회가 1 21일 열렸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2천만 불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단히 과장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종교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700여만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2천만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는 단군이래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종교편향이라는 이유로 승려대회를 열었을 때 여당 당대표와 대통령후보가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국회의원 수십명이 108배를 하는 등 굴종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다 건드려도 불교계만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종교권력을 건드려서 이득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집단행동이 무섭기 때문이다.

종교권력은 무풍지대이다. 언론권력도 넘볼 수 없고 정치권력도 넘볼 수 없다. 어떤 권력도 도전하지 못한다. 도전하면 어떻게 될까? 블랙홀이 된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고 치외법권 지역이다. 이번에 정청래 의원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추어 질까?

힘이 넘치면 힘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조폭의 주먹이 근질근질한 이유에 해당된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을 장악하고 있는 자승 전총무원장도 그런 것 같다. 그의 말한마디에 총동원령이 내렸다. 불교방송과 불교TV에서는 특집방송을 연일 내보냈다.

자승의 뜻은 달성되었다. 막강한 힘을 과시한 것이다. 자신이 최고 실력자임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그 누구도 자승에게 맛설자가 없다. 아닌 것에 대하여 "아니되옵니다."라고 말하는 스님도 없고 지식인도 없다. 극소수의 스님과 불교활동가들 만이 피켓을 들었다.

 


한국불교에는 체념적 침묵만 흐르는 것 같다. 스님도 말하지 않고 불교지식인들도 말하지 않는다. 불이익 받는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설령 말한다고 들어 주지 않을 때 체념하게 된다. 체념적 침묵이다.

조계종은 체념적 침묵이 지배하고 있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도 방관하는 것 같다. 이렇게 체념적 침묵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공멸의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조계종 권승들은 권력의 맛을 본 것 같다. 무소불위의 종교권력을 마음껏 향유하고 있는 것 같다.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표 그것 하나 바라보고 머리를 조아리기 때문이다. 이와 반비례하여 국민들 불만도 커져 가는 것 같다. 승려대회 하루전에 시민사회단체 시위가 그것을 말한다.

조계종에서는 처음에 정청래 의원 사과를 요구했다. 더 나아가 제명을 요구했다. 하나를 들어주면 더 큰 것을 요구하는 식이다. 마침내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하게 되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고 했다.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자승은 자신의 뜻대로 승려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여당후보에게 도움을 주었다. 불교TV에서는 승려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마치 불교TV가 제2 TV조선이 된 듯하다. 만일 야당후보가 당선된다면 자승은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된다. 여당후보가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까?

승려대회 비난이 거세다.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등을 돌렸다. 앞으로 한번만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조계사를 포위하겠다고 선언했다. 2019년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검찰개혁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한국불교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불자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7백만명이 5백만명이 되고, 3백만명이 되었을 때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질 수 있을까? 소수종교로 전락했을 때 누구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한국불교가 절정인 것 같다.

조계종은 승려대회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야당후보에게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민심을 잃었다. 불자라고 말하기가 창피할 정도이다.

이번 승려대회로 신도수는 꾸준히 감소할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면 "승려출입금지"팻말이 붙을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이 자승의 권력욕 때문이다. 자승의 아수라 리더십이 이렇게 만들었다. 한국불교가 자승에 의해서 사유화되었다. 종교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2022-01-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