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모가디슈에서 87과 80을 보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2. 2. 3. 09:20

모가디슈에서 87과 80을 보다


모가디슈, 일반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소말리아 수도이다. 어렸을 적부터 지도보기를 좋아해서 줄줄이 꽤고 있다. 영화로 다시 만났다.

영화 모가디슈(2021)는 혼돈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와중에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과 가족이 함께 탈출한다는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소말리아는 아프리카에서도 최후진국으로 꼽힌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91년도 그랬다. 그때 당시 소말리아는 내전과 가뭄 등으로 인하여 살 수 없는 나라라고 알려졌다. 지옥이 있다면 소말리아 같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개념은 무엇일까? 단지 잘 사는 것으로 구별한다면 천박한 것이다. 마치 돈과 재산으로 중산층을 구별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은 지표상으로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이탈리아를 제쳤을 정도이니 G7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가가 되었지만 인류 미래를 이끌 선도국가의 지위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선도국가가 되려면 먼저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지식수입국에서 지식창출국이 되어야 한다. 상품으로 따진다면 카피단계를 지나 독자개발 단계가 되어야 함을 말한다. 외국 사람들이 배우러 오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일부 분야에서는 앞서 가지만 전반적으로 따졌을 때 역부족이다. 특히 정치가 그렇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후진을 면치 못하는 것 같다. 대선후보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는 독일 등 유럽, 서방권 국가들과 매우 대조적이다.

유럽 국가들의 정치리더들의 연령은 낮다. 대부분 40대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30대 총리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어려서부터 키웠기 때문이다. 마치 학문분야에서 최고봉이 되듯이 정치분야에서 최고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30대 총리라고 해도 정치경력이 20년은 되는 것이다.

프로페셔널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분야에서 장인이 되었을 때 정치권력 못지않은 권위가 부여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달인의 경지일지라도 프로페셔널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더 좋은 것은 전설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누구나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다. 매일 서너시간 집중해서 십년동안 하는 일에 전념한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를 만시간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프로페셔널인가?

사람들은 자화자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설령 그가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에스엔에스 시대에 사람들은 자기자랑하기 바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면 마음껏 자랑질 할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런 부류에 해당되는지 모른다.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쓰고 잊어버리는 에스엔에스 글쓰기가 아니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형식과 의미를 갖춘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또한 기승전결식의 글쓰기가 되었다. 초분을 다투는 에스엔에스 글쓰기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패스 되는 것 같다.

매일 글을 서너시간 십년이상 써 왔다. 만시간 법칙을 적용한다면 프로페셔널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달인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서는 전설이 되고자 한다.

페이스북에는 쟁쟁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식인들도 많은 것 같다. 시인도 많고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도 많다. 또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페이스북 하는 것에 대해서 지식인들이나 하는 것, 지위가 있는 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분야에서 장인의 경지에 이른 자들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힘이 있는 사람이 존중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을 넘어 선도국가가 되려면 창조능력이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 있어서는 선도국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후진을 면치 못하는 분야도 있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선진국에서 선도국가로 탄생하려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제도와 시스템의 개혁을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동시에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영화에서 예배장면이 나온다. 대사 사모님이 직원들에게 예배를 강요하는 것이다. 종교와 관련 없이 누구나 예외없이 참여해야 한다. 마치 고등학교때 미션스쿨에서 강제예배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이런 것도 우리나라 후진적 요소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워야 선진국일까? 대체로 정신적으로만 풍요로운 것은 쳐주지 않는 것 같다. 소말리아가 최빈국중의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정신적으로 가난하다고 볼 수 없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 예배시간이 되면 전쟁을 멈추고 기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 속에서 반군은 나쁜 것이 아니다. 현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몰아 낸 혁명세력인 것이다.

 


영화에서는 남과 북이 힘을 합하여 반군장악지역을 탈출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반군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약탈 등으로 인하여 주민들의 무질서가 극에 달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적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그렇게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민중과 반군은 폭도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보면 또 한편으로 정의로운 것이다. 영화에서 소말리아 사람들의 투쟁을 보니 87년 항쟁이 떠올랐다. 또한 무장항쟁을 보니 80년 광주민중항쟁이 연상되었다. 나만 그런 것일까?


2022-01-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