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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권 담마의 거울 2013 III

담마다사 이병욱 2022. 2. 11. 11:41

48권 담마의 거울 2013 III

 

 

책을 쓰기 위한 책을 쓰지 않는다. 나에게 글쓰기는 일상과 같은 것이다. 밥 먹고 차 마시는 것과 같다. 글은 일상이다. 글은 늘 쓰는 것이다. 하루 세 끼 거르지 않고 먹듯이 글은 일상적인 일이다.

 

책을 위한 글쓰기를 할 때가 있다. 책의 서문을 쓸 때이다. 마치 화룡점정처럼 대미를 장식하는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를 하면 마음의 부담을 갖는다. 글 쓰는 것을 전업으로 하는 작가의 고충을 알 것 같다.

 

나의 글쓰기는 형식을 파괴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번도 정식으로 글이라는 것을 배워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만들어서 쓰게 되었다. 직장에서 퇴출되어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자에게 글쓰기는 시간 보내기 좋은 것이었다.

 

글쓰기를 할 때 마음가짐이 있다. 그것은 형식과 의미를 갖춘 글쓰기를 말한다. 형식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서론, 본론, 결론 같은 것이다. 또한 기, , , 결 같은 것이다. 글을 배워 본적이 없지만 그렇게 써야만 할 것 같았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렇게 쓰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문제만 제기하고 만다면 그래서 어쩌라구요?”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반드시 제안을 제시했다. 이는 부처님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괴로움에 대해서 설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던진 것은 이것이 괴로움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고와 팔고를 설했다. 여기서 그쳤다면 무책임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라며 비난받았을 것이다.

 

부처님은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제기를 하고,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까지 말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괴로움이다.”라며 고성제를 설했고, “이것이 괴로움의 원인이다.”라며 집성제를 설했고,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다.”라며 멸성제를 설했고,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라며 도성제를 설한 것이다.

 

담마와 관련된 책을 만들기 위해서 서문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가 되었다. 이는 일상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은근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니다. 철저하게 보관용이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만들면 pdf파일도 동시에 만든다. 책의 서문을 블로그에 올릴 때 pdf파일도 동시에 올린다. 마음대로 퍼가라는 뜻이다. 파일이 인터넷의 바다에서 떠 다니다가 누군가에게는 인연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문을 쓰는 것도 은근하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잘 써야 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든 책은 2013년 담마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다. 201354일부터 812일까지 세 달 동안 작성된 26개의 글이다. 모두 434페이지 분량이다. 책 제목은 ‘48 담마의 거울 2013 III’로 했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깨달음의 구성요소인가 깨달음의 고리인가

2. 감관(感官)과 육적(六賊)

3. 빠알리 니까야에서 본 선가(禪家)용어

4. 과거의 악행 덮기

5. 마음챙김은 국적불명 번역어

6. 끝내 초기불교학당은 개설되지 않고

7.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8. 장미와 연꽃 어떻게 다른가?

9. 아라한의 중생교화

10. 바즈라가르바(金剛藏菩薩)가 설법한 십지경(十地經)

11. 불교의 행복론

12. 자기파멸을 위해 익어가는 갈대의 열매

13. 바왕가와 거듭 태어남

14. 부처님의 자비광명, 하느님세계에서 아비지옥까지

15. 대승불교와 초기불교의 깨달음은 어떻게 다른가?

16. 부처님의 차별 없는 평등사상

17. 위밧자, 해체인가 분별인가?

18. 스승의 빈주먹

19. 빠알리니까야는 요의경(了義經)

20. 부처님 십대 제자와 팔십대 제자

21. ()을 가서 열매()를 맺는다

22. 훈습(熏習)으로 자만 제거하기

23. 마부 찬나의 깨달음

24. 어떻게 해야 괴로운 느낌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25. 유학(有學) 무학(無學)의 행동양식

26. 인생상담은 아무나 하나?

48권 담마의 거울 2013 III.pdf
5.45MB

 

목차를 보면 다양하다. 특별한 주제가 없다. 그날 그날 담마에 대해서 쓴 것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카테고리별로 시기별로 잡아서 ‘48 담마의 거울 2013 III’라고 한 것이다. 이런 것도 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목차를 보면 12번에 자기파멸을 위해 익어가는 갈대의 열매가 있다. 이는 초기경전에 있는 게송과 주석에 감명받아 작성된 것이다. 처음 접하는 것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경전을 접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주석을 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초기경전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기에 충분하다.

 

갈대는 꽃이 피면 시든다고 한다. 이 밖에도 꽃이 피면 죽는 식물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나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나무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바나나나무도 열매가 맺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파초류의 식물은 꽃이 피어 열매가 맺으면 시들어 죽게 된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거룩한 님, 고귀한 님, 여법한 삶을 사는 님의 가르침을 지혜롭지 못한 자는 악한 견해에 의지해 방해한다. 자기파멸을 위해 익어가는 갈대의 열매와 같다.”(Dhp164)라고 했다. 사견을 가진 자를 갈대에 비유한 것이다.

 

열매를 맺으면 죽는 것에는 대나무와 바나나나무도 있다. 그런데 동물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는 것이다. 노새를 말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암노새가 수태하면 자멸하고 암노새가 수태하면 쇠망하듯이, 수행승들이여, 데바닷따에게 생겨난 이득과 명예와 칭송이 그 자신을 파멸시키고, 이득과 명예와 칭송이 그 자신을 쇠망하게 할 것이다.”(S17.35)라고 했다.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와의 잡종 동물이다. 그런데 노새는 후손을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유전적으로는 열성형질을 가지고 있어서 불임이기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암노새가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 죽을 수밖에 없다. 생식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데바닷따를 암노새에 비유했다.

 

초기경전에서 데바닷따는 악인의 대명사이다. 부처님을 살해하여 자신이 부처의 지위에 오르고자 했다. 그래서 부처님의 몸에 피를 흘리게 했다. 또한 승가의 분열을 일으켰다. 이는 이득과 명예와 칭송에 따른 것이다.

 

출가자가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속 사람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마치 연예인처럼, 마치 정치인처럼 이미지 관리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자멸의 길이다. 마치 암노새가 수태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득과 명예와 칭송이 그 자신을 파멸시키고, 이득과 명예와 칭송이 그 자신을 쇠망하게 할 것이다.”(S17.35)라고 했다.

 

출가자는 출가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출가자의 본분사(本分事)는 무엇일까? 그것은 해탈과 열반의 추구이다. 그래서 탁발에 의지하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등 청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출가자가 돈을 모으고 명예를 추구하고 칭찬을 바란다면 암노새가 임신한 것과 같은 것이다. 자기파멸로 치닫는 것이다. 그래서 수태가 노새를 죽이듯, 명성이 악인을 죽이네.”(S17.35)라고 한 것이다. 비단 출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모든 수행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초기불교 가르침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이제까지 한번도 들어 보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것들이다. 이런 가르침을 접했을 때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서 써 놓지 않으면 배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글을 썼다.

 

2013년에도 매일 글을 썼다. 그러나 책을 쓰기 위한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은근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글 쓰는 것이 노동이 될 것이다. 그날그날 인상 깊었던 것을 썼다. 마침내 시절 인연이 되어서 마침내 오늘 책의 서문을 쓰게 되었다. 나의 48번째 책이다.

 

 

2022-02-1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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