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지식인에게 명예와 칭송이 생겼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2. 18. 08:56

지식인에게 명예와 칭송이 생겼을 때


살다보면 아쉬웠던 때가 있다. "그때 내가 그 아파트를 샀었더라면"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때 계약을 하기 위해서 부동산에 갔었으나 다른 곳에 좋은 것이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 결국 무산되었다. 그때 나의 생각대로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까지 남는다. 아마 크나큰 불로소득을 남겼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90년대 초반 방배동 그 아파트를 사놓았었더라면 그 불로소득으로 인하여 나태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그에 비해서 감각적 쾌락에 의한 재난도 커지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입으로 사는 것이 어쩌면 건전하게 사는 것인지 모른다. 믿는 구석이 있을 때 그것으로 인하여 태만한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죄악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어떤 과보가 따를지 알 수 없다.

로또의 법칙이 있다. 로또 맞은 자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말한다. 로또에 당첨되는 순간 쫓기는 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돈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과의 관계도 소원해질 것이다. 그것은 소유와 분배에 따른 재난에 대한 것이다. 마치 동업하면 깨진다는 원리와 같다.

동업한 적이 있다. 90년대 초반 전직장 동료와 함께 작은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가 사장을 하고 나는 이사로 있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미래 청사진을 만들었을 때는 희망이 있었다. 제조업은 성장하면 지수함수적이다. 지분만큼 들어올 것을 생각했을 때 마음속으로는 이미 부자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수익이 생기자 배분 방식을 놓고 갈등이 생겼다. 사장인 그가 돈을 빼돌린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한번 의심하게 되자 믿을 수 없었다. 결국 지분을 빼고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마음고생까지 심했다. 다시는 허황된 꿈을 꾸는 사업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와는 잘못된 만남이었다.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이익 때문에 결합한 케이스였다. 조건이 맞아서 함께 한 것이다. 그런데 이익을 바란 것은 탐욕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는 깨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욕망으로 결합되었을 때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조건으로 만난 사이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볼 수 있다. 남녀관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결혼생활이 파탄 나는 것도 조건만남이 되었을 경우일 것이다. 그 사람의 지위나 재산을 보고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 그 조건이 깨졌을 때 어떻게 될까? 쉽게 헤어질 것이다.

조건이 충족되야 일이 성사된다. 비즈니스 할 때 네고를 하는 것도 조건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눈이 먼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욕망이 개입되어 있다. 나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항상 이익만 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손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세상 사는 곳에는 바람 잘 날 없다. 이익과 손실, 칭찬과 비난, 명예와 불명예, 행복과 불행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를 세속팔풍이라고 한다.

과도한 이익과 명예와 칭찬을 경계해야 한다. 잘못하면 머리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능력이 안되는 자가 과도한 이익, 생각지도 못한 명예,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을 때 파멸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겨난다.
오직 그의 불익을 위해서
그것이 그 어리석은 자의 행운을 부수고
그의 머리를 떨어 뜨린다.”(Dhp.72)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기면 머리가 떨어진다고 했다. 분수에 맞지 않게 사는 자도 해당될 것이다. 얄팍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자가 고위직에 있는 것도 해당된다.

지식은 일종의 기술 같은 것이다. 기술이 있으면 필요로 하는 곳이 있듯이, 학위나 면허가 있으면 역시 필요로 하는 데가 있다. 고시를 패스하면 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기술만 있고 지혜가 없다면 머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식만 있는 자가 고위직에 올랐을 때 그 자리를 지킬 수 없음을 말한다. 기술이나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다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주석에서는 지식에 대해서 "세속적인 기술이나 권위나 명예나 명성에 대한 앎의 힘”(DhpA.II.73)이라고 했다. 지식을 앎의 힘이라고 한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것이다.

지식은 머리로 이해해서 아는 것이고, 지혜는 몸으로 체득해서 아는 것이다. 지식만 있는 기술자는 그 기술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낡은 것이 된다. 또한 시대가 요청하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번 습득한 기술로 평생 써먹으려고 헸을 때 무리가 따른다. 특히 지혜 없는 자가 기술을 남용했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까지 고통스럽게 만든다.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겨났을 때 불행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지식으로 인하여, 그 기술로 인하여, 그 면허로 인하여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명예를 누리고 칭송을 받았을 때 머리를 떨구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지혜는 어떤 것일까?

어느 경우에 있어서나 불교적 지혜는 무상, , 무아에 대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괴롭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실체가 있다고 보지 않는 견해를 말한다. 이런 지혜는 머리로 이해하는 지혜는 아니다. 몸으로 체득하여 통찰로서 아는 것이다. 노인의 지혜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평생 산 노인은 삶의 지혜가 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노인에게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을 것이기에 보일 것이다. 자신의 지식만 믿고, 자신의 기술만 믿고, 자신의 면허만 믿고 기고만장한 젊은이를 보았을 때 그 운명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은 어떤 것일까? 이순이 넘은 나이가 되다 보니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허황된 꿈을 꾸던 시절도 있었다. 오로지 돈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시절을 말한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뜻대로 되었다면 머리가 떨어졌을 것이다.

자만에 가득찬 시절도 있었다. 기술이 있어서 그 기술을 이용하여 지위와 칭송을 얻은 것이다. 영원할 줄 알았다. 오래가지 못했다. 후유증만 남았다. 평생 안고 갈 짐이 되었다. 얄팍한 기술을 믿고 까불다가 머리를 떨군 것이다.

과도한 이익과 과도한 명예와 과도한 칭송은 위험한 것이다. 어리석은 자에게 이익과 명예와 칭송은 그의 머리를 떨어 뜨리게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가르침이 있다.

"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면 어떤 어부가 미끼를 단 낚싯바늘을 깊은 연못에 던지면 눈을 가진 어떤 물고기가 그것을 삼키는 것과 같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어부의 낚싯바늘을 삼킨 물고기는 불행에 빠지고 재난에 빠져서 어부가 원하는 대로 이끌리게 된다. 수행승들이여, 여기서 어부라는 것은 악마 빠삐만을 의미한다. 수행승들이여, 낚싯바늘은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의미한다.”(S17.2)

 


어리석은 자에게 이득과 명예와 칭송은 악마의 낚시 바늘을 문 것과 같다고 했다. 마치 낚시에 걸린 물고기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이다. 악마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

이익이 그 사람을 죽인다. 명예가 그 사람을 죽인다. 칭송이 그 사람을 죽인다. 얄팍한 기술로 명성을 얻었을 때 파멸적으로 작용된다. 그래서 "파초와 대나무와 갈대는 자신의 열매가 자신을 죽이네. 수태가 노새를 죽이듯, 명성이 악인을 죽이네.”(S17.35)라고 했다.

명성이 악인을 죽인다고 했다. 마치 임신과 출산이 불능인 암노새가 수태된 것과 같다. 삶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 지식으로 과도한 이익과 명예와 칭송을 누렸을 때 머리가 떨어진다고 했다. 지혜 없는 어리석은 악인에게 명성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2022-02-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