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안개속의 남한산성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14. 08:38

안개속의 남한산성


어제 저녁 부터 비가 내렸다. 비는 밤새도록 내렸다. 생명을 일깨우는 고마운 봄비이다. 그러나 산행하기에는 최악의 날씨에 해당된다.

오늘 정평불 정진산행 모임 있는 날이다. 비로 인하여 산행이 염려되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비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비는 산행을 시작할 때 그쳤다. 이런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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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산행은 남한산성으로 정해졌다. 산성역에서 모여서 이동하기로 했다. 모두 6명 모였다. 김광수 상임대표를 비롯하여 최연, 김우헌, 정재호, 어윤아 선생이 합류했다. 어윤아 선생은 몽골사람이다.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참여했다.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잔뜩 끼였다. 시계가 100미터도 되지 않는다. 온통 안개뿐이어서 회색세상이다. 사물의 실루엣만 보인다. 일생에서 이런 날은 몇 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산행은 산행이라기 보다는 역사탐방에 가깝다. 최연 선생의 해박한 지식에 역사기행을 하는 것 같았다. 문화해설사가 따로 필요없다. 최연선생은 서울학교와 고을학교 교장선생님 아닌가!

남한산성은 패배의 역사 현장이다. 김상현 아들이 49일 동안 기록했다는 산성일기가 이를 잘 말해준다. 만약 산성일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상세하게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역사의 현장에 서니 그때 당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다.

 


역사기행을 하다 보면 승리의 역사현장보다 패배의 역사현장이 더 많은 것 같다. 비극적인 현장을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할 때 더 실감난다. 그러고 보니 전승된 전설과 신화를 보면 패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400
년전에 사건이 있었다. 역사에서는 치욕적인 일로 기록된다. 사실상 나라가 망한 것이다. 지도자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지도자가 무능한 것이다. 지도자는 정의롭지도 않았다. 그 결과 백성이 고생했다.

 

역사적으로 여법한 지도자는 드물다. 정의롭지 않은 지도자가 많다. 오늘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자들이 숨어서 사는 이유라고 본다. 산행을 하다 보니 자연만이 진실한 것 같다.

 


산행은 행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어장대에서 서쪽 성벽을 따라 남문에 이르는 코스로 6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온통 안개 속에서 진행된 산행에서 경치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안개에 따른 몽환적인 실루엣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매달 산행은 새롭다. 어느 산행도 같은 것이 없다. 이번 산행은 안개 산행이 되었다. 비가 왔다면 우중 산행이 되었을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경우에나 문제될 것이 없다. 자연이 있고 도반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결산은 주차장 부근 민속음식점에서 했다.

 

2022-03-13
담마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