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에서 서울의 장관을 보면서
5월의 신록은 어떤 색일까? 오월도 중순에 이른 신록은 연두빛에서 점차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공기는 상쾌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날씨이다. 연두빛 신록도 끝나갈 즈음에 산행을 했다. 정평불 정진산행이다.
5월 정진산행은 관악산으로 가기로 했다. 다양한 코스가 있다. 서울대에서 출발하여 관악산 정상을 오른 후에 과천향교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모였다. 모두 7명 참석했다. 작년 10월 이후 매달 한번 시행되고 있는데 멤버들이 이제 고정되는 것 같다. 회장 김광수 선생, 대장 최연 선생, 그리고 정재호, 김우헌, 어윤아, 권정화 선생이 참석했다.
서울대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서울대 깊숙이 들어가는 버스이다. 서울대 끝자락에 있는 공학관까지 간다. 그곳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에 길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편하다. 길을 모르면 헤매기 쉽다. 그래서 대장이 필요하다. 마치 대상을 이끄는 리더와 같다.
부처님 별호 중에 삿타데바마눗사낭(satthādeva-manussānaṃ)이 있다. 이를 한역으로 천인사(天人師)라고 한다. 하늘과 인간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정확한 뜻은 카라반의 지도자이다. 부처님에 대하여 대상을 이끄는 지도자로 묘사한 것이다.
사막에서 카라반 지도자는 어떤 위치일까? 청정도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카라반의 지도자가 카라반을 인도하여 황야를 건너게 하고, 도적이 출몰하는 황야를 건너게 하고, 맹수가 출몰하는 황야를 건너게 하고, 기근이 닦치는 황야를 건너게 하고, 물이 없는 황야를 건너게 하고, 넘어서게 하고, 가로지르게 하고, 벗어나게 하여, 안온한 땅에 도착하게 한다.”(Vism.7.49)
카라반 지도자는 사막을 무사하게 건너가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도사(導師)라고도 한다. 이렇게 본다면 삿타데바마눗사낭은 천인도사(天人導師)가 된다.
천인도사는 카라반 지도자와 같다. 부처님은 현세뿐만 아니라 내세에서도 궁극적인 열반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여기서 현세는 이 세상을 말하고, 내세는 저 세상을 말한다. 이 세상은 인간세상을 말하고, 저 세상은 신들의 세계를 말한다. 그래서 삿타데와마눗사낭이라 하여 신들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라고 한다.
산행에도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어느 산행모임에도 대장이 있다. 대장의 판단에 따라 산행이 힘들어질 수도 있고 수월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정진산행모임에는 뛰어난 대장이 있다. 최연 대장이다.
서울대 끝자락 공학관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됐다. 이는 대장의 리드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정보가 없었다면 오늘 힘들게 산행했을 것이다. 대장이 이끄는 대로 산행한 결과 시간 낭비 없이 제 때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관악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저멀리 서울의 빌딩숲이 보인다. 거대한 인공구조물이다.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경이롭기도 하고 불가사의하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든다.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이아 이론이 있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이론이다. 그런데 거대 도시는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암덩어리와 같다는 것이다. 도시는 무한히 확장되는데 이것은 암덩어리가 무한 증식하는 것과 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가이아(Gaia)란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부른 이름으로서, 지구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이것에 착안해서 러브록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신성하고 지성적인 즉, 능동적이고 살아 있는 지구를 가리키는 존재로 가이아를 사용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이로 생명체를 지탱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암세포는 사람으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억제되어야 함에도 통제불능으로 확장되었을 때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거대도시는 무한 확장하는 암덩어리와 같은 것이다.
산에서 도시를 보면 장관이다. 그러나 무한히 확장하는 것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이 마치 암덩어리처럼 보인다. 나만 그런 것일까?
자연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여기에 인공구조물이 생겨나면 자연은 망가진다. 끝도 없이 인공구조물이 이어져 있다면 암세포가 무한히 확장하는 것과 같다. 조화롭지 않은 것이다. 서울의 장관을 보면서 암덩어리와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2022-05-15
담마다사 이병욱
'정의평화불교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수스님 소신(燒身) 12주기를 맞이하여 (0) | 2022.05.30 |
---|---|
보살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0) | 2022.05.29 |
무아윤회에 대한 임승택 선생의 법문을 듣고 (0) | 2022.04.18 |
안개속의 남한산성 (0) | 2022.03.14 |
스토리텔링이 있는 정진산행 (0) | 2022.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