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에서 탑돌이 했는데
봉정사,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너무 멀리 있다. 아마도 심리적 거리감일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작은법회 모임에서 순례법회 다녔지만 이곳만은 피해간듯 하다.
봉정사가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며칠 되지 않는다. 이런 것도 이번 순례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된다. 봉정사는 봉정사를 포함하여 7개 사찰이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봉정사 가는 길은 평화롭다. 소백산맥 아래에 있어서일까 북쪽 보다는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북풍의 무풍지대 같다. 택리지에서 보는 것처럼 전란을 피해서 숨어 살기에 적합한 곳처럼 보인다.
불교인들은 산에 가면 절로 향한다. 절에 가면 대웅전으로 향한다. 일요일을 맞이하여 순례자들이 꽤 된다. 그러나 관광지화 된 사찰과는 품격을 달리한다. 국보가 두 개나 있고 또한 보물도 몇개나 된다. 무엇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곳곳에 유네스코 사찰임을 알리는 동판과 큰바위가 있다.
사찰 초입에 소나무가 반겨준다. 수령이 2백년 된 보호수이다. 그런데 형상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몸부림치듯이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운데가 연리지처럼 붙어 있기도 하다. 도너츠처럼 생겼다. 이를 몸부림 소나무 또는 도너츠 소나무라고 해야 할까?
봉정사 대웅전 앞에 섰다. 법당을 참배하려 했으나 사십구재 때문에 들어 가지 못했다. 그 대신 대웅전을 한바퀴 돌았다. 기둥을 터치하면서 왼쪽으로 돌았다. 이를 대웅전돌이라고 해야 할까?
대웅전돌이를 한 것은 교감을 해보기 위해서이다. 공간은 그대로이지만 시간은 흘러 갔다. 그때 당시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먼 훗날 어떤 순례자도 보고 있는 것이다. 수백년 된 목조기둥을 터치하면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봉정사 대웅전은 국보이다.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2001년 해체보수 공사가 있었는데 1435년(세종 17) 중창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고려시대 때 세워졌을 것이다. 목조건물로서 700년 이상 버텨 온 것이다.
극락전은 더 오래 되었다. 1972년 수리공사 때 1363년(공민왕 12) 수리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존하는 목조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이라고 한다. 역시 국보이다.
극락전돌이를 했다. 천년 가까이 수백년된 나무 기둥을 만지며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안에 들어 갔다. 아내와 함께 삼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밖에 있었다. 둘 다 불교와의 인연은 오래 되지 않았다. 나의 경우는 2004년 도심포교당 불교교양대학 다닌 것이 공식적인 인연의 시작이다.
극락전 앞에 삼층석탑이 있다. 이끼 낀 석탑으로 한눈에 봐도 오래 된 것이다. 고려 중기로 추정하고 있다. 세 명이서 탑돌이를 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다가와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며 말을 걸었다. 그녀는 문화재해설사였다.
해설사는 설명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흔쾌히 동의했다. 주로 극락전에 대해서 설명했다. 설명을 들어 보니 세 가지 큰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왕립사찰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판 옆에 '주상전하'라는 글씨로 알 수 있다. 해설사가 말해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둘째는 배흘림 기둥이다. 흔히 부석사 무량수전을 떠 올리지만 이곳이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약간 배흘림이 있는 듯하다.
셋째는 법당 내부 바닥이 전돌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때 당시 법당 바깥에서 예불을 보았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마치 중국 절을 연상케 했다.
현재 극락전 내부는 마루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 건축물 형태를 지니고 있는 극락전은 오늘날 볼 수 있는 법당의 형태와 다른 것 같다. 내부가 전돌로 되어 있다면 앉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중국절처럼 서서 예불 드렸을 것이다. 신도들은 밖에 있었을 것이다. 문화재 해설사가 얘기해 주어서 알게 된 것이다.
해설사는 영산암으로 안내했다. 봉정사에서 백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봉정사에 가면 꼭 봐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영산암은 미음(ㅁ)자 형태의 작은 암자이다. 영화 '달마가 동쪽에 간 까닭은'과 '나랏말싸미'가 촬영된 곳이다. 중정에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안정된 느낌이다. 오래도록 살고 싶은 암자이다.
봉정사는 어떻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을까? 국보급 전각이 두 개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 영국여왕의 방문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여왕은 1999년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봉정사 극락전이다. 그래서일까 극락전 앞에 돌무더기가 하나 있다. 일종의 돌탑 같은 것이다. 여왕이 돌을 하나 놓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목재 건축물이 어떻게 수백년 유지되고 있을까? 전란이나 화재로 소실되지 않는 한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것도 심산유곡에 있다. 만약 절이 도시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도시는 팽창됨에 따라 재개발된다. 그로 인하여 절도 사라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교의 박해이다. 숭유억불로 인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것이 도심에서 전통사찰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면 절이 산속에 있는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것인지 모른다. 깊은 산중에 숨어 있다시피 해서 문화유산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봉정사 극락전과 대웅전도 그런 것 아닐까?
봉정사 동영상을 만들었다. 봉정사 순례에서 찍은 사진을 이미우이의 음악을 곁들여 만든 음악동영상이다. 음악은 관인만트라이다. 시간은 7분 19초이다. 유튜브에 '봉정사 순례(https://www.youtube.com/watch?v=2WhZaqxd58A)'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봉정사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러나 겉만 보고 지나치기 쉽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마침 해설사가 스스로 찾아와 설명을 해 주었다. 탑돌이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일까? 매화가 절정인 봉정사를 뒤로 하고 다음 순례지로 향했다.
2022-03-2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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