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희방사역인가 소백산역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28. 11:50

희방사역인가 소백산역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희방사에 간 것은 확실하다. 아마 2007년 이전에 순례법회 갔었을 것이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2007년 이후 사찰순례 가면 기록을 남겼다. 특히 주 전각의 부처님 상호를 사진에 담아 두었다. 그러나 경주 불국사에서 대웅전 부처님의 상호를 카메라로 촬영하다 법당보살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희방사는 기억에 남지 않지만 희방폭포는 기억에 남는다. 물줄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억을 살려 희방사로 차를 몰았다.

 

희방사 가는 길은 S자 코스 길이다. 해발 700미터에 위치하다 보니 자동차 주행시험장 같은 코스의 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새롭다. 예전에 와 보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처음 와 보는 것 같다.

 

절 입구 매표소 앞에서 안내지도를 보았다. 희방사 하면 떠 오르는 것은 희방사역이다. 그런데 안내판 지도에 아무리 보아도 희방사역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대신 소백산역이라는 이름이 있다.

 

 

희방사역이 소백산역으로 바뀐 것 같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이 있다. 불교의 교세가 약해진 것을 실감한 것이다. 엠비(MB)시절 도로명 주소가 시행되었는데 그때 불교지명이 대폭 사라졌다. 희방사역이라는 지명이 사라진 것을 보니 불교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나 절 안에서 안내판을 보면 여전히 희방사역이다.

 

 

희방사 가기 바로 직전에 희방폭포가 있다. 물줄기가 장대하다. 안내판을 보니 28미터라고 한다. 며칠전에 비가 와서일까 천둥치는 것처럼 요란하다. TV 여행 프로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폭포를 보여주지만 희방폭포도 이에 못지 않은 것 같다.

 

희방사역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추측컨데 아마도 희방폭포가 있어서 희방사역이라고 했을 것이다. 희방사에서 희방폭포가 없으면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희방폭포는 희방사가 있어서 희방폭포가 된 것이다. 희방사 역사는 643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기 때문이다.

 

 

희방사에 올라 가 보았다. 해발 700미터에 있어서일까 추운 기운이 느껴진다. 눈이 녹지 않는 곳도 있다. 일요일 오후 5시가 넘어서인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바람 불고 스산하고 추워서 한대지역에 온 것 같다.

 

 

희방사에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물소리가 너무 커서 정진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세상과 멀리 떠나 홀로 살고자 한다면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을 것 같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만 있는 해발 700고지의 절은 세상과 멀리 떨어진 곳이다.

 

 

2022-03-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