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소리에 민감해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12. 16:14

소리에 민감해야


후각이 비교적 둔감하다. 확실히 남보다 냄새를 덜 맡는다. 코의 자극이 약한 것이다. 타는 냄새를 한참 후에 아는 것이 대표적이다.

후각 못지않게 청각도 약하다. 아니 주의력 문제일 수 있다. 잘 들리긴 하지만 지나쳐 버리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자동차 소리에 그랬다.

차에서 "그렁그렁"하는 소리가 났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왜 그럴까?"라며 의심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소리에 둔감한 사람은 "별 일 없을거야."라며 무시한다. 그 과보는 어떤 것일까?

월요일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공업사에 가고자 했다. 평촌에 있는 기아정비공업사이다. 십년도 넘은 것 같다. 일반 카센터보다 믿음이 간다. 규모도 크고 기술자도 많고 무엇보다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멀리 있지만 일부로 찾아 가는 이유이다.

차를 세 시간 맡겼다. 소리가 잡히긴 잡혔다. 엔진오일을 교체하자 소리가 멈춘 것이다. 엔진오일 갈 시간이 지나 버렸던 것이다. 엔진을 갉아먹는 소리였던 것이다. 최악의 경우 보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이 꽤 된다. 이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차에 대해서 무신경했다. 차는 그저 끌고 다니는 것으로 생각했다. 생각날 때 오일을 가는 정도로 보았다. 오일은 5천에서 6천키로 타면 갈아주라고 한다. 엔진오일이 찍히지 않을 정도로 타고 다녔다. 소리가 났지만 무시했다.

 


차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이상이 있음을 말한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엔진을 볼 수 없지만 소리로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리를 무시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묻지 않은 연꽃같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Stn.71)

소리에 놀라지 말라고 했다. 백수의 제왕 사자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아무리 큰 소리라도 사자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도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새김을 확립하여 들으면
소리에 불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마음으로 그것을 경험하고
마침내 그것에 탐착하지 않네.
그래서 소리를 듣더라도
이렇게 새김을 확립하고 지내면
느낌을 경험하더라도
괴로움은 사라지고, 자라나지 않네.
이와같이 괴로움을 키우지 않는다면
그에게 열반은 가깝다고 하리.” (S35.95)

소리에 마음이 가 있으면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소리는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집착의 대상이 아니다. 소리가 괴로운 느낌일 때 괴로운 느낌을 알아차려야 함을 말한다.

소리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 소리에 괴로운 느낌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자동차 내부에서 나는 소리에 대해서까지 둔감해서는 안된다. 왜 그런가? 신호이기 때문이다. 상태가 좋지 않으니 봐 달라는 것이다.

자동차만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몸도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아픈 것이 이를 말한다. 아프니 나 좀 봐 달라는 것이다. 신호를 무시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자동차의 경우 최악은 보링해야 한다.

지난주 금요니까야 모임이 끝나고 역까지 카풀해 주었다. 동승자 중의 한사람이 "차에서 소리가 나네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남이 듣기에도 상태가 안좋아 보였던 것이다.

대체 소리를 무시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마도 경차이고 중고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차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싼 차이고, 더구나 중고차이기 때문에 소리에 둔감했던 것은 아닐까?

권력자는 소리에 민감해야 한다. 민초들의 외침을 무시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누적되고 누적되었을 때 혁명적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소음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라도 감지해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수행과 현실의 삶은 다른 것이다. 수행자로 살 때는 소음을 무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살 때는 아주 작은 소리라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자동차 엔진소음 같은 것이다.

엔진오일을 교환한 후에 소리는 나지 않는다. 정비사는 5천키로 후에 똑같은 소리가 나면 즉각 정비소로 가라고 한다. 마치 의사로부터 선고를 받은 것 같다. 그동안 거칠게 다루어 왔는데 지금부터는 살살 다루어야 겠다. 자동차에 관한한 소리에 민감해야 한다.


2022-04-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