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포살일에 저녁을 굶어 보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17. 06:16

포살일 저녁을 굶어 보니


지금 시각은 새벽 3 48분이다. 빠다나경을 암송하고 나서 스마트폰을 본 것이다. 정진의 경(빠다나경, Sn.3.2) 25게송을 암송하는데 30분가량 걸린다. 암송이 끝나면 빠알리 원문을 점검한다.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대략 새벽 3시에 일어난 것 같다.

새벽 3시대라면 선원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새벽 4시에 첫 좌선이 있기 때문이다. 한시간 좌선이 끝나면 새벽예불이 있다. 이때 팔계를 받아 지닌다. 선원에서 살기 위한 하루낮하루밤 계에 해당된다. 미얀마 선원과 한국 선원에서 체험한 것이다.

선원에서 하루일과는 수행승과 다를 것이 없다. 재가자가 새벽에 팔계를 받아 지녔다는 것은 오늘 하루만큼은 스님처럼 살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팔계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오후불식일 것이다.

수행승들은 오후에 먹지 않는다. 12시 이후에는 식사하지 않음을 말한다. 당연히 저녁밥을 먹지 않는다.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지속된다. 다만 음료수는 가능하다. 주스는 마셔도 된다. 꿀 또는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어제 담마와나 선원에서 포살법회가 있었다. 포살법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팔계를 받아 지녔다. 오후에는 먹지 않아야 한다. 12시 이전에 식사를 끝내야 한다. 포살계를 받고 선원을 출발하기 전에 빵집을 들렀다. 빵을 사서 차 안에서 운전하면서 먹었다. 12시 이전까지 식사를 마친 것이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자 허전 했다. 배가 고프든 고프지 않던 때 되면 밥을 먹어야 했다. 습관이 된 것이다. 습관을 깨니 허전한 것이다.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한 머그컵 마셨다.

견딜만 했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았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저녁을 준비할 일도 없어졌다. 당연히 뒷정리할 필요도 없다. 시간이 널널하게 남은 듯했다. 밥 한끼 안먹음으로 인하여 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 같다.

저녁밥을 먹지 않으니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저녁밥은 욕망으로 먹었던 것 같다. 저녁밥 먹을 것을 포기하니 욕망도 포기되는 것 같았다.

오후불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금요니까야모임에서 전재성 선생에 따르면 처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세 끼를 먹었다고 한다. 어느 때 오후에는 먹지 않았는데 효과가 있어서 권유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율장에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오후불식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오후에는 탁발이 쉽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욕망에 대한 것이다. 식욕은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하루에 한끼만 먹지 않아도 욕망이 줄어 들게 됨을 알 수 있다.

테라와다 스님들은 대부분 오후불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때 아닌 때 먹는 것을 삼간다는 계율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수행승들은 대부분 오후에는 먹지 않을 것이다.

오후에 먹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편하다. 이를 포살법회의 효과라고 보아야 할까? 이렇게 본다면 포살법회는 매주 열리는 것이 좋다. 그날 하루만큼은 경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빤냐와로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재가자의 포살은 일년에 48번 있다. 48번인가? 한달에 네 번 포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살은 언제 하는 것일까?

고대인도에서는 길일이 있었다. 신월과 보름 그리고 상현과 하현을 상서로운 날로 보았다. 그때 포살을 했다. 사원에 가서 법사로부터 팔계를 받아 지녀서 그날 하루만큼은 출가수행자처럼 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오후에 밥을 먹지 않고, 음주가무도 즐기지 않고, 높고 푹신한 침상에서 자지 않고, 배우자와 잠자리도 갖지 않는다.


생명을 죽이지 말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지 말고
거짓말을 하지 말고, 취기있는 것을 마시지 말고
순결하지 못한 것을 삼가고 성적교섭을 금하라.
그리고 밤의 때 아닌 때에 식사하지 말라.

화환과 향수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낮은 침대, 바닥에 누워야 하리.
이것이 포살일에 지켜야 하는 계율이네.
괴로움을 종식시킨 부처님이 설하신 것이네.

태양과 달이 모두 밝게 비추고
그 궤도를 따라 멀리 비추네.
어둠을 몰아내고 허공을 달리며
모든 방향으로 비추며 하늘에서 빛나네.

그 빛나는 지역의 모든 재보
진주와 보석과 황금과 청금석과
쇠뿔모양의 황금과 광산의 황금과
황색의 황금과 황금티끌이 있어도
여덟 가지 덕목을 갖춘 포살을 지키는 것에 비하면
이들은 십육분의 일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리.

마치 달이 허공에 비추면
별들의 무리들이 빛을 잃어버리듯.
남자이든지 여자이든지
계행을 지키며 여덟 가지 덕목을 갖춘 님은
지복을 가져오는 공덕을 쌓아
비난받지 않고 하늘나라에 이르네.”(A3.70)


앙굿따라니까야 '포살의 덕목의 경(A3.70)’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게송을 보면 포살공덕에 대하여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다고 했다.

세상의 부자도 죽은 다음에 재물을 가져갈 수 없다. 권력자는 때 되면 내려와야 한다. 죽음이후까지 권력이 연장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포살공덕을 쌓으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했다.

인간의 백년은 천상의 하루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벌과 같은 삶을 살아도, 왕권과 같은 삶을 살아도 길어야 백년이다. 이러한 부와 권력의 향유는 천상에 태어나는 포살공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십육분의 일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리."라고 한 것이다.

밥 한끼 먹지 않은 공덕이 크다. 저녁 한끼 안먹었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저녁밥 먹는 욕망 하나만 내려 놓아도 이 정도인데 하물며 매일 오후불식하는 공덕은 어떠할까?

빤냐와로 스님에 따르면 출가자의 포살은 일년에 24번 있다. 신월과 보름에 포살을 하기 때문이다. 재가자의 포살은 일년에 48번 있다. 신월과 보름, 그리고 상현과 하현에 해서 그런 것이다. 한달에 네 번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옛날과 다르다. 음력으로 포살하기 힘든 것임을 말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매주 일요일 절에 가서 포살법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팔계를 받아지녀서 그날 하루만큼은 수행승처럼 사는 것이다. 과연 한국에서 이와 같은 포살법회를 매주 여는 곳은 몇 곳이나 될까?


2022-04-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