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왜 인정투쟁하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28. 06:41

나는 왜 인정투쟁하는가?



오늘 오후에 책을 찾아 왔다. 오래 전에 맡긴 것이다. 책을 인쇄하고 제본해 주는 복사집에서 2주만에 찾아 왔다. 복사집이 이사를 가서 늦게 만든 것이다. 주소를 보니 동서아이에스비즈타워이다. 안양7동 구동화약품 부지에 건설된 초대형 아파트형 공장이다.

동서아이에스비즈타워는 지나가는 길에 건설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봤다. 마침 복사집 제일기획이 그곳으로 이사하게 되어서 처음으로 가 보았다. 주차장 등 모든 것이 거대하다. 사무실겸 작업현장은 복층구조로 되어 있다.

 


책을 6종류 12권을 맡겼다. 모두 13만원 들었다. 무게가 상당하다. 어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다. 차로 옮겨 실으면서 "나는 왜 이런 일을 할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돈을 들여서 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해 본것이다.

책만드는 일은 남이 보기에 무가치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일것이다. 글을 쓰고 책만드는 시간에 감각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책값은 고기와 술을 마시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남들이 보기에 무의미하고 무가치해 보이는 일을 나는 올인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자기위안일지 모른다.

책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과시욕인지 모른다. 현재 56권 만들었다. 책이 책장에 채워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마음도 채워지는 것 같다. 남들은 감각을 즐기기에 바빠서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을 것이지만 그 시간에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들었다면 흔적이 남는다. 이것은 인정욕구일지 모른다.

인정받고 싶은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많이 배우고 학위를 가지려 하는 것도 인정욕구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스펙쌓기나 경력부풀리기도 해당된다. 그러나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인정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에스엔에스에 매일 장문의 글을 올리고 있다. 어떤 이는 대단히 싫어한다. 감각을 중시하는 시대에 사진으로 메세지를 전달한다든가 짤막한 글로서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이런 때 긴 글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패스 당한다. 심지어 차단 당하기까지 한다.

어떤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 줄까? 페이스북에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때 서운하다. 그 오랜 세월동안 한번쯤 흔적을 남겨 줄 법만한데 그런 것이 없을 때 서운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모두가 인정욕구 때문일 것이다.

글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아무리 잘 써도 그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패스된다. 그러거나말거나 나의 길을 가면 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내 글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된다. 그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정투쟁이 된다.

인정욕구와 인정투쟁은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인정욕구는 맹목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내 글을 싫어 하는 사람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것이 인정욕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정투쟁은 이와 다르다. 나를 싫어 하는 사람, 내 글을 싫어 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굳이 그들을 위해서 애걸복걸할 필요가 없다. 내 글을 사랑하는 단 한사람이면 족하다. 그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쓴다.

2022-04-2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