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호랑이에게 잡혀먹고 귀신에게 홀리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24. 08:26

호랑이에게 잡혀먹고 귀신에게 홀리고

 


새벽에 멍때리기 하기 쉽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일어 났다가 사라지고 흘러 간다. 생각이 꼬리를 물 때 망상이 되고 희론이 된다. 백해무익한 것이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게 된다.

망상을 하면 왜 호랑이에게 잡혀 먹게 되는가? 경전적 근거가 있다. 맛지마니까야에 희론이 전개되는 과정이 있다.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벗들이여, 시각과 형상을 조건으로 해서 시각의식이 생겨나고, 그 세 가지를 조건으로 접촉이 생겨나고, 접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생겨나고, 느낀 것을 지각하고, 지각한 것을 사유하고, 사유한 것을 희론하고, 희론한 것을 토대로 과거, 미래, 현재에 걸쳐 시각에 의해서 인식될 수 있는 형상에서 희론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이 일어납니다.”(M18)

희론이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가장 먼저 삼사화합촉이 발생된다. 필연적으로 느낌이 발생되는데 여기서 두 갈레 길이 있다. 느낌이 갈애로 전개되면 십이연기가 회전되고, 느낌이 지각으로 전개 되면 희론이 된다. 맛지마니까야 '꿀과자의 경'(M18)에서는 후자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것은 접촉에서부터 시작된다. 접촉이 있어서 마음이 생겨난다. 접촉이 없다면 마음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살면서 접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접촉은 발생한다. 알아차림이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음 게송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세상 만물이 감각적 욕망이 아니라
의도된 탐욕이 감각적 욕망이네.
세상에 참으로 그렇듯 갖가지가 있지만,
여기 슬기로운 님이 욕망을 이겨내네.”(S1.34)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나에게 욕망이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상대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여인이 속이 비치는 옷을 입고 있었을 때 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서 욕망이 생겨났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 여인의 잘못으로 보아야 할까?

옷을 야하게 입은 여인에게 잘못은 없다. 이는 게송에서 "세상 만물이 감각적 욕망이 아니다."(S1.34)라는 말로 확인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나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오염된 마음이다. 그래서 "의도된 탐욕이 감각적 욕망이다."(S1.34)라고 한것이다.

탐욕에도 의도된 탐욕이 있다고 했다. 이는 무슨 말일까? 의도가 실렸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를 꿀과자의 경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망상-희론의 전개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시각접촉이 발생한 다음 느낌이 발생되는데 이 단계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면 망상이 되고 희론이 됨을 말한다. 그래서 "형상에서 희론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이 일어난다.”(M18)라고 한 것이다.

망상과 희론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술어가 있다. 그것은 "희론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이라는 말이다. 이 말의 빠알리 원어는 '빠빤짜싼냐쌍카(papañcasaññāsaṅkhā)'이다. 이 술어에 대한 쉬운 설명이 있다. 주석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마술사가 뼈다귀에 생명을 불어 넣어서 부활한 호랑이가 오히려 마술사를 잡아먹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359번 각주)

자신이 만든 것에 잡혀 먹는 것이 빠빤짜싼냐쌍카, 즉 희론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인 것이다. 어느 화가가 귀신 그림을 그려 놓고 그 귀신에게 지배당하는 것도 해당된다. 어떤 학생이 좋아 하는 배우의 사진을 늘 보았을 때 그 사진 속의 배우가 그 학생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과도 같다. 거리에서 매혹적인 형상의 여인을 접했을 때 그 잔상이 남아 그 사람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도 해당된다.

야한 옷차림의 여인을 보고서 욕망이 생겼다면 그 여인에 대한 생각이 자신의 의식을 지배한 것이다. 여인은 사라지고 없지만 잔상이 남았을 때 그 잔상이 망상으로 전개 되었을 때
"형상에서 희론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이 일어난다.”(M18)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감각적 욕망에 불타고 있고,
내 마음은 그 불에 삼켜졌네.
자 고따마의 제자여, 연민을 베풀어
탐욕을 끄는 법을 말해주소서.”(S8.4, Thag.1235)

이 게송은 시인 수행승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방기사 존자가 새내기 수행승 시절에 읊은 것이다. 어느 날 승원에 잘 차려 입은 여인들이 방문 했을 때 새내기 수행승은 욕정이 일어났다.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교사인 아난다 존자에게 자신의 내면의 고민을 말하는 장면이다.

희론은 감각적 대상을 떠나도 자가 발전 하는 것과 같다. 이를 희론의 확산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지각한 것을 사유하고 사유한 것을 희론하는 것으로 보아 희론은 지각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역에서 망상이나 사량분별 때로는 장애라고도 번역한다. 희론은 ‘나는 존재한다’라는 것에 의한 확장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일상적 지각의 확산, 즉 망상을 의미한다.”(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600번 각주)

희론은 자아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느껴도 내가 느끼는 것이고, 지각해도 내가 지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론이 생겨나면 다시 느낌과 지각이 일어나는데 이를 희론에 오염됐다고 말한다. 마치 마술사가 자신이 부활시켜 놓은 호랑이에게 잡혀 먹는 것과 같고, 화가가 자신이 그려 놓은 귀신그림에 혼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마술사나 화가에게만 볼 수 있는 현상일까?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이러한 망상은 이 경(M18)에 의하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모든 질병의 근원이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나타나면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수반하고, 사회적으로 나타나면 싸움, 논쟁, 언쟁, 교만, 중상, 질투, 간탐을 수반한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600번 각주)

망상과 희론의 폐해에 대한 것이다. 개인적인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됨을 말한다. 주의나 주장같은 것이다. 진영논리에도 적용 된다. 그래서 같은 편이 아니면 혐오하고 배제한다. 이는 희론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에 따른 것이다.

그녀는 잘못이 없다. 그녀가 어떤 옷을 입든지, 그녀가 어떻게 노출하든지 그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녀를 탐욕으로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탐욕으로 오염된 나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감각적 욕망은 접촉에 따라 일어난다. 이는 "수행승들이여, 무엇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원인인가? 수행승들이여, 접촉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원인이다.”(A6.63)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그 다음이 문제이다. 대상에 대해서 탐욕이 생겼을 때 마음이 오염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의도된 탐욕이 감각적 욕망이다."(S1.34)라고 한 것이다. 그녀는 잘못이 없다. 나의 오염된 마음이 잘못인 것이다.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났다. 가만 있으면 멍때리기 하기 쉽다. 망상과 희론에 사로잡힐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행선하거나 좌선하는 것이다. 현재 나에게 있어서 경을 암송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항공담요를 두르고 정좌했다. 그리고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세차례 암송한다. 뜻을 새기며 천천히 나지막히 소리내어 암송한다. 30분 가량 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지 않고 천자가 넘는 빠알리 원문을 암송했을 때 충만된다. 나도 모르게 "사두!사두!사두!"라는 말이 나온다. 일체중생에게 회향한다.

오미크론 6일째이다. 어제 보다는 확실히 나아 졌다. 아마도 약물공세 때문일 것이다. 초기에는 약물이 적어서 수세였지만 삼시세끼 약물이 투여 되다 보니 오미크론 세력이 현저하게 약화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목에 문제가 있다. 목소리가 변성 되어 있는 것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오늘 새벽 스마트폰을 치다보니 망상과 희론에 대해서 쓰게 되었다. 요즘 머리 맡에 맛지마니까야가 있어서 맛지마니까야 읽기를 하고 있는데 희론과 관련된 각주를 보고서 쓰게 되었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지 말아야 한다. 귀신에게 홀리지도 말아야 한다.

2022-04-2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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