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월말정리를 하면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29. 15:37

월말정리를 하면서

 

 

매월 말일이 되면 하는 것이 있다. 월말정리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월말정리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임대료나 관리비 등도 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신경써서 해야 하는 것은 계산서 발행하는 것이다.

 

오늘 오전 열건의 계산서를 발행했다. 하루 날 잡아서 하는 것이다. 계산서를 발행했다는 것은 일이 있음을 말한다. 오전 내내 계산서와 명세표를 전자로 발행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을 다한 것 같이 후련하다. 비로소 일이 끝난 것이다. 마치 농사 지은 자가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것과 같다.

 

 

자영업자의 삶은 일감에 달려있다. 일이 있어야 일을 한다. 일이 없으면 마냥 기다리를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고객사가 하나 있어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그 고객사가 없으면 매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굶을 것이다.

 

매출액은 많지 않다. 겨우 유지하고 운영할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입출금통장은 늘 마이너스상태이다. 마이너스를 벗어나 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몇 년째인지 모른다.

 

일을 하고 있는 한 나는 여전히 현역이다. 정년이 없는 현역이다. 일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것도 어쩌면 축복일 것이다. 작은 금액이나마 벌이가 있다는 것은 보시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입금되고 있다. 금액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1987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34년 납부한 것이다. 그러나 적게 내고 많이 타가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적다. 반토막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큰 의지처가 된다.

 

국민연금은 2005년 이후에는 백프로 납부했다. 일인사업자는 월급생활자와 달리 지원이 되지 않는다. 직장인의 경우 직장에서 50% 부담해주기 때문에 자영업자 보다 큰 혜택을 받는다. 국민연금 납부 34년에서 16년은 백프로 자비부담이 되었다.

 

국민연금을 받으니 국민연금으로 살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2007년 사업자등록증을 낸 이후 일인사업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설계업이다. 이 일로 등록금도 내고 임대료도 내고 관리비도 내는 등 근근히 유지해 왔다.

 

이제는 쉬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일한 것에 대한 대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시를 실천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보시를 잘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출금통장을 자신이 관리하는 것이다. 본인이 관리해야 본인의 재량으로 보시할 수 있다. 만약 입출금통장을 타인이 관리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보시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월급생활자시절에 그랬다.

 

자영업은 수입을 예측할 수 없다. 수입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정수입이 없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좀 더 많이 들어오고 일감이 없으면 적자가 된다. 그렇다고 아끼지 않는다. 들어오는 대로 써 버리는 것이 낫다. 미래를 위하여 저축하는 시기는 지났다. 아직까지 큰 보시를 해 보지 못했다. 백만원 이상 되는 보시를 한 적이 없다.

 

수년전의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라이센스를 해야만 하던 시기가 있었다. 만불에 대하여 부가세 포함 매월 백만원씩 15개월 지출되었다. 그때 당시 내가 매월 백만원씩 보시공덕을 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그 고비가 넘어가자 그런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정견을 가진 자에게 보시하고자 한다. 청정한 마음을 가진 자에게 보시하고자 한다. 그래야 보시공덕이 있다. 아무리 큰 보시를 해도 보시 받는 자가 청정하지 않으면 그 보시는 효력이 없다. 나는 언제 백만원 보시를 할 때가 있을까?

 

 

2022-04-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