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작은 절에 등불 하나 달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5. 2. 17:42

작은 절에 등불 하나 달고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도 큰 절을 좋아 하는 불자가 있다. 그 불자도 그런 범주에 해당된다.

그 불자는 봉은사에 다닌다. 기도는 조계사에서 한다. 최근에는 S선원에 갔다. 그 선원의 주지스님은 유학파이다. 박사스님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방끈 긴 불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주 일요일이니 6일 남은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등을 달고자 했다. 봉은사나 조계사와 같은 큰 절은 아니다. 조계종 사찰도 아니다. 고래등깉은 기와지붕이 있는 사찰도 아니다.

 


수도권 도시의 그린벨트 안에 있는 슬레트지붕의 절이 있다. 보문종 소속의 비구니 사찰이다. 안양 비산3동에 있는 백운사를 말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등을 달고자 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백운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절이 위치해 있는 비산3동은 재개발 현장이 되었다. 안양종합운동장 주변의 주택, 빌라, 저층아파트가 모두 헐리고 토목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놀랍게도 삼호아파트도 헐리는 것이다. 백년은 갈 것 같은 고층대단지 아파트가 헐리다니! 자본의 힘이 놀랍다.

 


백운사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기록을 보니 작년 5월 23일에 등을 달았다. 두 번째 방문인 것이다. 첫번째는 언제인가? 아마 2000년대 초반일 것이다. 불교와 인연을 맺고 싶어 무턱대고 찾아간 절이 백운사이다.

백운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스레트 지붕도 그대로이다. 멀리서 보면 주택처럼 보인다. 한가지 변화가 있다면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그린벨트에 묶여 있어서 불사가 안되는 것이다.

 


백운사가 생겨난 것은 80년대라고 한다. 주지스님인 진호스님이 요양하기 위해 머문 것이 절의 시작이다. 40년 가까이 된 절이지만 변함 없는 것 같다.

백운사는 비산3동에 살 때 동네에 있어서 늘 지나치던 곳이다. 관악산 산행 하려면 거쳐 가야 한다. 안양에 1995년에 왔으므로 30년 이상 보아 왔다고 보아야 한다. 항상 스레트 지붕 모습의 절이다.

 


작년에 용기를 냈다. 늘 지나쳐 다니기가 미안했다. 더구나 최초로 찾아간 절이다. 이런 인연으로 찾아 갔다. 찾아가서 주지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등을 달았다. 올해에 두 번째 등을 달았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백운사와 인연을 맺었으니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번은 만나야 한다. 주지스님은 두번째 만남임에도 기억하고 있다.

하늘사람이 부처님에게 물었다. 하늘사람은 "무엇을 베풀어 힘을 줍니까? 무엇을 베풀어 아름다움을 줍니까? 무엇을 안락을 줍니까? 무엇을 베풀어 밝은 눈을 줍니까?"라며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했다.

"먹을 것을 베풀어 힘을 주고,
옷을 베풀어 아름다움을 주고,
탈 것을 베풀어 안락을 주고,
등불을 베풀어 밝은 눈을 주네."(S1.42)

 


부처님은 등불공양에 대해서 밝은 눈을 준다고 했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무명을 밝히는 등불이다. 이런 이유로 등불공양하는지 모른다.

흔히 빈자일등이라고 말한다. 어렵사리 마련한 가난한 자의 등불이 가장 밝게 빛남을 말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보시금액과 무관함을 말한다. 가난한 자의 등불 하나는 재벌의 보시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는 자의 작은 등불하나는 재벌의 천문학적 보시 보다 공덕이 더 크다. 그래서 자타카에서는 "적게 가진 자들이 보시한 시물은 천배나 동일한 것으로 평가된다."(Jat.450)라고 했다.

등불공양을 했다. 가족등을 단 것이다. 늘 그렇듯이 문구는 생각해 둔 것을 썼다. 그것은 "장수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게"라는 말이다. 이것 보다 더 좋은 축원문은 없을 것이다. 오늘 작은 절에 등불 하나 달았다.

 


2022-05-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