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왜 실수를 연발하는 것일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5. 10. 07:54

나는 왜 실수를 연발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단점은 숨기고 장점은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위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정치인과 연예인이 그렇다. 그래서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없다.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의 가짜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요즘 실수 연발이다. 똑같은 실수가 연속해서 발생 -했을 때 이미지가 추락된다. 한번은 봐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까지는 허용될지 모른다. 세 번째는? 아마 이미지로 굳어져서 그런 사람인 줄 알 것이다.

세금계산서 작성하다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국세청에 신고된 계산서 하나를 취소했다. 발주번호를 제대로 보지 않아 발생한 참사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대로 발행한 것이었다. 이 문제로 인하여 고객사 담당과 두세시간 맞추어 보는 소동이 벌어졌다.

계산서 처리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이런 일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경리담담에게 엄중한 경고성 메일을 받아야 했다. 담당들은 모두 이십대인 것 같다. 딸 뻘 되는 젊은 사람들이다. 나이 든 사람이, 머리가 허옅게 센 사람이, 그것도 늙어 보이는 사람이 실수를 연발했을 때 어떻게 볼까? 아마 "이 노인네가"라는 소리를 할지 모른다.

나이 들어서 일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 실수하면 애교로라도 봐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육십 넘은 사람이 실수를 연발했을 때 속으로 혐오하고 경멸할지 모른다. 나이 들면 뒷방으로 물러나야 할까?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다. 그러나 일인사업자는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 하나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설계하다 실수를 하면 손실로 이어진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신뢰가 무너진다. 실수가 연발되면 이미지로 굳어진다. 이런 실수로 얼마나 많은 고객사가 떨어져 나갔던가!

 


일인사업자는 엿장수와도 같다. 엿장수는 엿도 팔지만 북 치고 장구도 치고 노래도 부를 줄 알아야 한다.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다. 일인사업자도 그렇다. 설계만 잘 해서는 안된다. 영업도 잘해야 한다. 마무리도 잘해야 한다. 마무리는 계산서와 명세표 처리하는 데서 드러난다.

일인사업자는 경리 업무도 잘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긴장되는 것은 세금계산서 처리하는 것이다. 몇 번 실수를 하다 보니 계산서 처리할 때가 되면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다.

고객사 담당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한다. 실수를 연발해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되었을 때 바꾸고자 할 수도 있다. 잘리는 것이다. 이제까지 수도 없이 설계적으로 실수했고 최근에는 계산서 관련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나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은퇴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회사를 그만 둔 것은 2005년이다.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면서 무려 20년 다녔다. 사십대 중반에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개인사업을 하게 되었다.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인사업자로 살아 온지 17년 되었다. 남들 같으면 정년이 지난 나이고 은퇴한 나이에도 해당된다. 국가가 인정하는 노인 소리를 들으려면 몇 년 더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하다 실수를 연발했을 때 은퇴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일을 해서 그동안 먹고 살아왔다.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나오니 연금에 의지해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에 따라 실수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그만 둘 수 없다.

일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아무 하는 일없이 시간만 보낸다면 좀비와 같은 삶이 된다. 물론 수행자로서 삶을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강한 족쇄에 묶여 있는 한 꼼짝할 수 없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젊은 담당들에게 "노인네"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을 내려 놓지 못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도 느끼지만 일이 있어서 삶에 활력이 있다. 놀고먹는다면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일을 함으로 인하여 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 다행스러운 것이다.

이 일은 사실상 정년이 없다. 소설가에게 정년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실수를 연발했을 때 나이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주의력이 문제인 것이다.

나이가 들어 일하는 사람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아들이나 딸 뻘 되는 젊은 담당들과 일 할 때는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노인네"소리 듣기 쉽다.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를 한다. 실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미지 관리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에서는 예외로 본다. 왜 그런가? 이득과 명예와 칭송과 관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하고 솔직하게 쓴다.

정치인들이라면 표가 된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이미지 세탁일 것이다. 단점은 숨기고 장점은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치인의 이력이나 경력을 보면 길다.

꼬리표가 길면 정치인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미지만 보고서 선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중에 속았다는 느낌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지 정치를 해 왔다. 이득과 명예와 칭송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 관리는 출가자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어느 스님은 에스엔에스에서 이미지 관리가 철저하다. 당연히 불리한 것은 싣지 않는다. 자랑만 늘어 놓는 것 같다. 이득과 명예와 칭송 때문일 것이다.

"
잘못 얻어진
이득과 환대와 예배와 명성,
그리고 자기를 칭찬하고
타인을 경멸하는 것도 있다."(Stn.440)

요즘 암송하고 있는 빠다나경 14번째 게송이다. 악마 나무찌에 대한 것이다.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바라는 수행자가 있다면 악마의 군대에 정복당한 것이라고 했다.

세상사람들은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추구한다. 대표적으로 정치인과 연예인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수행자는 항상 세상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자이다.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자에게 있어서 이득과 명예와 칭송은 어떤 것일까?

"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면 어떤 어부가 미끼를 단 낚싯바늘을 깊은 연못에 던지면 눈을 가진 어떤 물고기가 그것을 삼키는 것과 같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어부의 낚싯바늘을 삼킨 물고기는 불행에 빠지고 재난에 빠져서 어부가 원하는 대로 이끌리게 된다. 수행승들이여, 여기서 어부라는 것은 악마 빠삐만을 의미한다. 수행승들이여, 낚싯바늘은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의미한다.”(S17.2)

부처님은 수행자가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악마의 낚시 바늘을 문 것과 같다고 했다. 악마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

수행자가 이미지 관리를 한다면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다를 바 없다.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에 자랑만 한다면 이미지 관리하는 것과 같다. 악마의 낚시 바늘을 문 것이다.

수행자라면 성찰이 있어야 한다. 자랑질하는 것 보다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일종의 대중을 향한 참회이기도 하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에스엔에스에 말 못할 비밀까지 털어 놓을 필요는 없다. 비밀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에게만 털어 놓아야 한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장점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때로 자기고백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랑질만 한다면 이미지 관리한다는 소리 듣기 쉽다.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것이든 쓸 수 있다. 불리한 것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 세금계산서 실수한 것에 대해서 쓴 것도 성찰에 대한 것이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비밀을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2022-05-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