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매일 가르침의 연등(燃燈)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5. 9. 07:27

매일 가르침의 연등(燃燈)

 



경전을 읽으면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과 같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무명을 몰아내는 등불이다. 경전을 접하면 마음 속에 등불을 켜는 것과 같다.

사람이 알면 얼마나 알까? 극히 일부분 아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설령 피에이치디(Ph.D)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만에 가득 차 있다면 경솔한 것이다.

세상에 진리가 있다. 샤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진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가 되기 쉽다. 일부를 보고서 진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결과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한다.

진리를 보려면 눈을 떠야 한다. 눈 뜬 자가 진리를 볼 수 있다. 눈 뜬 자가 코끼리 전체를 볼 수 있다.

선천적으로 장님인 자가 코끼리를 만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일부만 만져보고서 코끼리라고 말할 것이다. 코끼리 다리를 만진 자는 기둥같다고 말하고, 꼬리를 만진 자는 밧줄같다고 말하고, 귀를 만진 자는 커다란 부채 같다고 말할 것이다. 개념으로 아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이 만진 것이 진짜라며 싸운다.

그들은 입에 칼을 물고 서로가 서로를 찌른다. 눈 있는 자가 이를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 "자아와 세상은 영원하다."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자아와 세상은 단멸한다."라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눈 있는 자가 보았을 때 모두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현상의 생성과 소멸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거짓으로 드러난다.

어떤 이는 본체를 말한다. 현상을 있게 하는 본질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다와 파도의 비유로 설명한다. 그는 본질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다 죽으면 본질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어떤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불교TV에서 어느 법사가 말한 것을 들었다.

종종 스님의 법문을 듣다 보면 진짜 나가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초기경전 그 어디에서도 본질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소소영영한 그놈을 석가도 발견하지 못했고 가섭도 몰랐다고 말한다.

스승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믿고 의지할만한 스승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 말씀에 답이 있다.

"
장자들이여, 그대들이 신뢰하는,
마음에 드는 스승이 없다면,
이러한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M60)

스승이 없을 때 가르침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했다. 그런 가르침은 어떤 가르침인가? 누구도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이라고 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을 깨지 못했다.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이 외도들과 대론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자이나교도 삿짜까와 대론이 대표적이다.

부처님은 자이나교의 고행과 자아실체론을 문답식으로 부수었다. 그것은 오온에 대하여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에서 드러난다.

부처님 가르침의 특징은 무아사상이다. 이를 비아사상이라고도 말한다. 오온에 대하여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내가 아니고, 이것은 자아가 아니다."라며 자아실체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조건 발생하는 부처님의 연기법에 따른 것이다.

연기법은 자연의 법칙같은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본래 있는 것이다. 연기법은 부처가 출현하여 설한 것이다. 누구든지 연기법을 발견하면 부처가 된다.

초기경전을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에도 과거에 부처가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법이 오래 가지 못함을 말한다. 부처가 출현하여 정법을 펼치지만 후대로 갈수록 변질되고 오염된다. 수천년 후에 정반대의 교리가 되었을 때 "정법은 사라졌다."라고 말할 수 있다.

부처가 출현하여 처음 정각을 이루었을 때 가장 순수하다. 부처님 당대 사람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진리의 눈이 생겨난 것은 정법이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법은 후대로 갈수록 변질되고 타사상에 오염된다. 나중에는 전혀 다른 불교가 되어 버린다. 본체론과 현상론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연등을 달았다. 가난한 절 두 곳에 달았다. 연꽃모양의 등을 단 것이다. 꼬리표에 "장수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길!"이라고 써 놓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등을 단다. 건강, 학업, 사업, 치유와 같은 소원성취등이다.

어제 부처님오신날이었다. 화계사에 갔었다. 대웅전 앞에는 촛불잔치가 벌어졌다. 수많은 촛불이 밝혀 졌다. 그 열기로 화끈 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촛불을 켰을까? 아마 대부분 소원성취 촛불일 것이다.

 


부처님 그분이 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초기경전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에 연등(
燃燈)을 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어두움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다. 가난한 자가 가르침의 등불을 단다면 가장 밝게 빛날 것이다.

나는 오늘도 맛지마니까야를 읽는다. 읽을 때 마다 마음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다. 경전은 무명을 밝히는 마음의 등불이다. 경전을 읽으면 매일 가르침의 연등을 다는 것과 같다. 믿고 의지할 만한 스승이 없을 때 경전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2022-04-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