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주말이 없는 자영업자의 월화수목금금금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24. 07:57

주말이 없는 자영업자의 월화수목금금금


새벽이 되면 가슴이 설렌다. 하루일과를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여름 농부가 날이 뜨거워지기 전에 들에 나가 김을 매듯이 자영업자도 아침 일찍부터 일터로 향한다.

 


정주영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고 했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도 일이 있다.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자영업자에게는 밤낮이 따로 없다. 당연히 주말도 따로 없다. 주오일제라 하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오늘 일요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터에 나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수주한 일감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한번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해야 한다. 틈만 나면 해야 한다. 까마득하게 보이던 일도 매일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끝이 보인다. 모든 일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일감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겹치기로 있는 것이다. 하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또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

세 개까지 겹치기 할 수 있다. 네 개가 되면 곤란하다. 다섯 개가 되면 한계를 넘어선다. 그럴 때는 직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겹치기는 드물다. 대부분 한개의 일감이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공백이 있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은 상황이 발생된다. 이것이 자영업자의 삶이다.

자영업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아무리 개떡같은 회사라도 다닐 수만 있다면 다니는 것이 좋다. 월급만 준다면 월급생활자의 삶이 가장 좋다. 왜 그런가?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급생활자는 고정수입이 있어서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내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잘나가는 사람도 퇴출로서 끝난다.

더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었을 때 할 것이 없었다. 집에 있으면 병 날 것 같았다. 작은 사무실이라도 임대해서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실업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몇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만 다니다가 밖에 나오니 할 것이 없었다. 하루종일 텅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처음 몇 달은 좋았다. 일없이 앉아 있다 보니 싫증 났다. 마땅히 할 일도 없었다. 나중에는 사무실 들어가기가 싫었다. 감옥에 간 적이 없지만 마치 독방에 있는 것 같았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사십대 중반에 더 이상 취직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디에도 받아 주는 데는 없었다. 홀로 살아야 한다.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랜을 까는 작업도 알아 봤다. 그러나 나에게 맞지 않았다. 체력적 조건이 맞지 않은 것이다. 안테나설치작업 일을 해보고자 업자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역시 체력적으로 맞지 않았다. 육체노동하기에는 부실체력이었던 것이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아날로그 기술은 낡은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틈새가 있다. 틈새시장이 있었던 것이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제품을 만들었다. 소량 만들어 납품 했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물건을 납품했지만 결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조업은 자금과 인원을 필요로 한다. 제조업은 한방이 있다. 사람들은 큰 것 한방을 노리고 사업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자영업자에게 제조업은 너무나 벅찬 것이었다.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사십대 중반의 가장은 갑갑했다. 무어라도 하나 해야 했다. 그래서 붙잡은 것이 인쇄회로기판 설계업이다. 회사 다닐 때 20년 동안 했었던 일이다. 그러나 기초 밖에 모르는 일이다. 다층설계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일감을 주어도 할 수 없었다. 작은 설계업체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자 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나이 어린 직원에게 물어서 배웠다. 그러나 일은 고단했다. 아침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손에 쥐는 월급은 매우 낮았다. 중소기업 신입사원보다 못한 것이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었다. 독립하기로 했다.

설계업체에서 5개월 있었다. 5개월 동안 속된말로 빡세게 일하다 보니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정도 기술이면 먹고 살 것 같았다.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 하고자 했다. 사무실을 얻기 보다는 공용사무실을 활용해보고자 한 것이다. 사무실 공유를 말한다.

안양 변두리에 공용사무실이 하나 있었다. 책상 하나만 주어졌다. 그곳에서 7개월 보냈다.

일은 많지 않았다. 어떤 날은 점심 사먹을 돈도 없었다. 달이 갈수록 차츰 일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용사무실에서 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업자등록증 주소가 문제 된 것이다. 자신만의 사무실을 필요로 했다.

구청 옆에 오피스텔이 하나 있다.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싼 맛에 작은 사무실을 하나 임대했다. 2007 11월의 일이다. 이후 지금까지 내리 15년 동안 한 장소에 있다.

 


상호도 새로 만들고 사업자등록증도 새로 내었다. 사업장 주소가 명기된 것이다. 이렇게 해야 일감을 따내기가 용이하다. 회사처럼 보여 신뢰를 주는 것이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직원이 몇명이냐는 것이다. 일감을 주려는 업체담당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거짓말을 했다. 직원에 세 명이라고 말한 것이다. 아무래도 원맨컴퍼니는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해서 물어 보았을 것이다.

속일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다. 요즘에는 혼자 일한다고 말한다. 회사 사이즈에 맞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의 일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떼인 돈도 많다.

흔히 개인사업자를 자영업자라고 말한다. 홀로 일하면 일인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일인사업자로 일한지 15년 되었다. 한장소에서만 이렇게 오래 있은 적이 없다.

회사다닐 때는 1-2년이 멀다하고 회사가 바뀌었다. 바꾸고 싶어 바꾼 것이 아니다. 회사가 사업을 접으면 다른 곳을 알아 봐야 했다. 마지막 회사에서는 퇴출되었다. 명색이 작은 벤처회사 연구소장이었지만 내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술도 낡아서 더이상 써먹을 것도 없었다.

글을 쓰다보니 아침 6시가 넘었다. 일터로 갈 시간이다. 일요임에도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일터로 달려 간다. 일터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밤낮도 없고 주말도 없다. 내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일감 마무리 작업 해야 한다. 남는 시간에 글도 쓰고 책만들기 작업도 해야 한다. 일감이 있어도 바쁘고 일감이 없어도 바쁘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다. 자영업자에게는 따로 주말이 없다. 어쩌면 이것도 행복일 것이다. 이 나이에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자영업자의 삶을 살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진작부터 이런 삶을 살았어야 했다. 일도 하고 글도 쓰고 자기계발하는 삶이다. 자영업자의 삶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영업자에게 주말은 없다. 자영업자는 월화수목금금금의 삶을 산다.


2022-07-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