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이 있어야 세상을 바꾼다는데
가능하면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불교블로거가 정치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편가르기가 되기 쉽다. 이념적으로 반반씩 나뉘어져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현실에서 상대편을 비판하면 조회수에 영향이 있기도 하다.
블로그 조회수가 일평균 1,500명 가량된다. 대선 전과 비교했을 때 50% 가량 회복된 것이다. 대선에 대한 글쓰기를 하면서 보수측 사람들이 대폭 빠져 나간 것으로 추측된다.
선거가 끝나고 뉴스를 보지 않고 있다. 정치이야기도 쓰지 않는다.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산다. 그러나 에스엔에스를 통하여 종종 접한다. 어쩌면 강제로 접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이나 카톡방에서 종종 정치관련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하여 잘 모른다. 정치평론가도 아니다. 불교에 대하여 글을 쓰는 불교블로거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자극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C교수의 유튜브 글을 보고 나서부터 그렇다.
C는 같은 학번이다. 물론 학교는 다르다. C는 동향사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다. 이력을 보고 알았다. C는 현재 함평에서 살고 있다. 정년이 남았음에도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에서 집을 지어놓고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C를 알게 되었다. 그의 노자와 장자 강연은 도올 김용옥 이후 가장 감명깊었다. 수십편으로 되어는 있는 강연을 두세번 들었다. 책으로도 접했다. 어떤 계기가 되어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책을 보내 준 것이다.
C가 보내 준 책으로 여러 편의 글을 썼다.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선도국가에 대한 것이었다. 선진국클럽 가입한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세계를 이끌어나갈 선도국가의 면모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철학으로 설명했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 최근 에스엔에스에서 우연히 그의 소식을 접했다. 그것은 국정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목만 접했다.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았다. 굥(윤석열)정부가 국정철학이 없음을 비판한 것으로 보여진다.
C는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선거본부장이었다. 처음 뉴스를 들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철학자로서 후진을 양성하는 모습을 보인 그가 뜬금없이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굥과 단일화를 성사시킨 것이다. 사람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다. 불과 20여만표 차이로 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이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특정 종교집단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호남에서 좀더 결집이 일어나지 못해서 졌다고 말한다. 불교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승 전총무원장이 대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전국승려대회를 연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본다.
20여만 표차이를 두고 다양한 패인이 나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안철수가 굥에게 붙은 것이다. 그때 단일화 역할을 한 사람은 C였다. 그는 자신이 주도하여 단일화를 성사시켰다고 유튜브에 써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순에 함평에 갔었다. 일년에 한번 합동제사가 있는데 전국에 있는 사촌들이 모이는 날이다. C도 함평에 산다. 면은 다르다. C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차나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성사되지 않았다. 제자들과 산행 계획이 있다고 했다.
C는 동향사람이다. 학번도 같기 때문에 나이도 같다. 이런 동질감이 있어서 교류해 보고자 했다. 3년전부터 시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에 유튜브의 실린 그의 글을 보고서 앞으로만남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었다.
이삼일전에 올린 그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을 보면 사람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을까? 그는 글에서 단일화 한 것에 대하여 문재인정부 탓으로 돌렸다. 문제인 정부가 들어 섰을 때 비서실장을 임종석 시킨 것을 보고서 실망했다고 한다. 그런 기조가 5년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박근혜가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앉힌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문재인 정부를 싫어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C는 문재인 정부에 대하여 조목조목 비판했다. 대북유화정책도 비판했다. 586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런데 한가지 이해 가지 않은 것이 있다. 이재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과거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이다. 평소 C답지 않은 글이다.
지난주 일요일 아차산 산행을 했다. 그때 뒤에서 어떤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들려서 듣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은 굥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실망한 것은 지지율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하여 전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에 실망했다는 것이다.
C는 자신의 유튜브채널에서 단일화 한 것에 대하여 전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런 태도는 굥이 전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철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 다 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때 단일화가 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것이다. 아마도 잼(이재명)이 됐을 것이다. 단일화 되지 않았다면 잼도 살고 안철수도 살았을 것이다.
한때 안철수를 지지한 적 있다. 그가 제3당의 위치를 확고히 해서 양당의 양극단 정치를 해소해주기를 바랬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단일화함으로 인하여 없었던 일로 되어 버렸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어 갖기 힘들다고 한다. 굥과 안철수의 공동정부가 무산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하여 C는 매우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 공동정부를 출범시켜서 선도국가의 꿈을 이루어보고자 했던 것 같다.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있다. 안철수가 그런 것 같다. 공동정부를 생각하여 단일화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C는 굥정부에 대하여 국정철학이 없다고 비판한 것 같다.
정치판은 더러운 곳이라고 한다. 존경받는 철학자가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수렁에 빠진 것 같다. 가면 갈수록 점점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 주는 것 같다. 그의 타락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람은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단점만 본다면 이 세상은 홀로 사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장점도 있기에 함께 갈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C는 단점이다. 철학자로서 C는 장점이다. 정치인으로서 C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자로서 C는 좋아한다. 정치인으로서 C가 계속 실망시키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로 되돌아 가리라고 생각한다.
철학자로서 C를 좋아한다. 그가 언젠가 대중강연에서 ‘세력’이야기를 했다. 그의 강연을 듣고 쓴 글이 있다. 그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비전 또는 아젠다와 같은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당성을 구현하기 위한 지혜가 있어야 하고, 정당성을 구현하기 위한 힘(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었을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세력이라고 했다.
글을 쓸 당시에는 C의 정치관에 대해서 잘 몰랐다. 세력이야기를 하길래 “결국 세력이다. 힘이 있어야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어떻게 세력화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왜 지식생산자로 살아야 하는가?, 201-04-15)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C는 현실정치에 대한 강력한 꿈이 있었던 것이다.
C는 안철수를 선택했다. 유튜브 글에 따르면 안철수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선도국가 비전은 가지고 있었지만 세력이 없었던 C에게 안철수의 제안은 시기적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선도국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대상으로 굥을 선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으로 보여진다. 아직까지 공동정부가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굥정부에 대하여 국정철학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인지 모른다.
C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고자 했던 것 같다. 진보도 아니고 보수에 속해 있지도 않은 중간 위치의 안철수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단일화 한 것은 패착이라고 본다. 물론 공동정부나 입각을 통해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C는 굥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본다. 차라리 잼을 선택했더라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단지 문재인 정부의 행적이 싫어서 굥을 선택했는데 이는 잘못된 선택이 된 것 같다. 공동정부도 실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아니다. 죽 쒀서 개 줬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한국은 양당제의 폐해가 크다. 양극단의 정치로 인하여 분열되었다. 이럴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당의 출현이 절실하다. C가 안철수와 손잡고 제3당의 길로 갔어야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철학이념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용이할 것으로 본다.
C는 고향사람이다. 3년에 걸쳐 만남을 시도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전념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정치인이 되었다. 정치인으로서 C보다는 철학자로서 C가 좋다. 그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2022-07-2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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