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축하할 줄 알아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21. 09:25

축하할 줄 알아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는 온전히 내시간이다. 업체 사람들이 9시가 되면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9시 이전까지는 내시간인 것이다. 이 두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글을 썼다. 그렇게 해서 쓰고 쓴 것이 수천개 되었다.

 

어제 블로그 누적조회 8백만명을 기념하는 글을 남겼다. 일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글로 남기기 때문에 누적조회 8백만명은 분명히 기록으로 남길만하다.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공감과 댓글을 보았다. 눈에 익은 이름은 다 보인 것 같다. 그 중에는 글로 남겨서 축하해 주었다. 이에 답을 일일이 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전부를 대상으로 하여 수희찬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님들의 것입니다.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남을 칭찬하기 쉽지 않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을 축하하는 글을 남기기는 더욱더 쉽지 않다. 글을 보고서 좋아요’, ‘최고에요’, ‘힘내요등과 같은 아이콘을 눌러서 공감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글로서 함께 기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글을 쓰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린다. 2017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전에는 블로그에만 글을 올렸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반응은 즉각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하여 블로그는 일종의 홈페이지와 같은 것으로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지 않다. 시차를 두고 소통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댓글은 많지 않다. 그러나 공감을 표시하는 하트모양의 아이콘은 볼 수 있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에스엔에스에서 공감이 요청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어떤 공감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공감을 표시하는 아이콘으로 알 수 있다.

 

좋으면 좋아요를 누르면 되고, 아주 좋으면 최고에요를 누르면 된다. 격려하고자 한다면 힘내요를 누르면 된다. 글을 읽고 연민의 마음을 낸다면 슬퍼요를 누르면 되고, 글을 읽고 사회에 분노가 일어난다면 화나요를 누르면 된다. 풍자적인 글에는 웃겨요를 누르면 된다. 아름다운 풍광이나 자신에 대한 자랑을 늘어 놓는다면 멋져요를 누르면 된다.

 

공감에 있어서 최상은 글로 남기는 것이다. 글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에스엔에스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공감이 어디 있을까? 어제 올린 글에서 수많은 공감의 글을 보았다. 대부분 축하드립니다.”라는 표현이 많다.

 

축하할 줄 알아야 한다. 축하하는 마음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졸업했을 때나 입학했을 때 축하한다는 말을 한다. 결혼한 사람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한다. 승진을 한 사람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한다. 집을 사서 이사간 사람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한다. 축하하는 말을 들으면 축하하는 사람이나 축하의 말을 받는 사람이나 모두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쁨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학업을 마친 사람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남기면 기쁨을 함께 하는 것이다. 어떤 기쁨을 말하는가? 어렵게 학업을 마친 것에 대하여 축하해 주었을 때 학업 마친 것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입학했을 때도 마찬가지이고 승진이나 이사 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교에 사무량심(四無量心)이 있다. 이를 브라흐마비하라(brahmavihāra), 사범주(四梵住)라고도 한다. 범천계에 머무는 마음을 말한다. 네 가지 아름다운 마음이다. 이는 자애, 연민, 기쁨, 평정을 말한다. 여기서 기쁨은 수희찬탄(隨喜讚嘆)하는 것도 해당된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는 기쁨의 마음으로 동쪽 방향을 가득 채우고, 기쁨의 마음으로 서쪽 방향을 가득 채우고, 기쁨의 마음으로 남쪽 방향을 가득 채우고, 기쁨의 마음으로 북쪽 방향을 가득 채우고, 기쁨의 마음으로 위와 아래와 옆과 모든 곳을 빠짐없이 가득 채워서, 광대하고 멀리 미치고 한량없고 원한 없고 악의 없는 기쁨의 마음으로 일체의 세계를 가득 채운다.”(M40)

 

 

위 구절은 초기경전에서 무디따(muditā), 즉 기쁨에 대한 정형구이다. 경에서는 기쁨으로 마음으로 십방을 향하여 가득 채우라고 했다. 그러나 무디따 수행을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의 성공과 번영에 대하여 기쁨을 내기 보다는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앞설 것이기 때문이다.

 

기쁨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청정도론에 기쁨수행에 대한 것이 있다. 청정도론에서는 비방가를 인용하여 어떻게 수행승이 기쁨의 마음으로 한 방향을 가득채우는가? 예를 들어 사랑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보고 기뻐하듯, 이와 같이 일체의 뭇삶에 대해 기쁨을 가득채운다.”(Vism.9.85)라고 설명되어 있다.

 

친구를 보면 반갑다. 기쁨수행은 친구를 보듯 마음을 내는 것을 말한다. 친구가 졸업, 입학, 결혼, 승진, 이사 했을 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상대방의 성공과 번영에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 무디따, 함께 기뻐함인 것이다.

 

블로그 누적조회수 8백만명, 좀처럼 이루기 힘든 수치이다. 아직까지 불교계 블로그에서 이런 수치를 기록한 블로그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내세우는 것도 어쩌면 자만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일상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

 

공감해 준 사람들과 댓글을 준 사람들을 이름을 봤다. 눈에 익은 이름이 많다. 현실공간에서 만난 사람들도 많다. 얼굴 한번 대면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스님은 축하드립니다. 인내력, 통찰력, 성실함에 응원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축하드립니다.” 라든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라는 등의 축하메세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현실공간에서 인연 있는 사람들이다. 그분은 축하드립니다. 수행하듯 한가지를 변함없이 추진한 공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공감해주고 축하의 메시지를 남겨준 사람들이 있다. 이들 모두에게 모두 님들의 것입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모두 가져가라는 것이다. 블로그에 글쓰기 16년동안 6,500개 이상을 쓰고 8백만명의 누적조회를 기록한 것이 모두 당신 것이라는 뜻이다.

 

공감해주고 축하의 메시지를 남겨준 사람들은 커다란 공덕을 지었다. 왜 그런가? 함께 기뻐함으로 인하여 내가 쌓은 성과가 모두 그 사람들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물질적인 것은 나누면 줄어든다. 그러나 정신적인 것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 블로그 누적조회 8백만명에 대한 글은 어떤 이에는 자랑으로 여겨지고 자만으로 여길지 모른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가 있을지 모른다.

 

공감을 해 줄만한 사람이 공감하지 않았을 때 섭섭하다. 아마 글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서 패스한 것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기꺼이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축하의 글을 남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누적조회 8백만명에 대한 글은 그동안의 성과를 회향하는 글이 된다. 자랑의 글로도 볼 수 있지만 회향과 앞으로의 다짐의 글도 된다. 그래서 전체에 대한 답글에서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써 놓았다.

 

불교에 수희찬탄(隨喜讚嘆)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본래 사무량심에서 무디따(muditā)에 대한 것이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을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말한다. 블로그 누적조회 8백만명 달성에 대하여 수희찬탄한 것 역시 무디따, 함께 기뻐하는 아름다운 마음에 대한 것이다.

 

공감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남겨 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이룬 성과를 모두 가져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회향한 것을 가져간 것이다. 똑같이 공덕을 짓게 된 것이다. 공감 한번 함으로 인하여, 댓글 한번 남긴 것으로 인하여 내가 지은 공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수희찬탄의 위력이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인색하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에 축하하기는커녕 시기와 질투를 한다. 에스엔에스에서도 다른 것 같지 않다. 종종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나 학자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이고 또한 오피니언리더들이다. 특히 지위가 있고 학위가 높은 지식인들은 영향력이 있다. 시인, 소설가, 학자, 평론가, 의사,교수, 강사, 활동가 등 오피니언리더들의 한마디는 반향이 크다. 그런 한편 그들에게서 인색함도 본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에 대하여 좀처럼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을 위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 글의 대상은 보통사람들이다. 보통사람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쓴다. 이것은 사섭법에서 동사(同事)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동사를 뜻하는 빠알리어 사마낫따(samanatta) ‘identity; equality’의 뜻이있다. 동등의 의미가 강하다. 이렇게 본다면 동사는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동등한 배려의 뜻이 있다. 이를 눈높이로 본다.

 

오늘날 에스엔에스, 특히 페이스북은 지식인들의 놀이터와 같다. 그들은 여간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 심지어 투명인간 취급하기까지 한다. 글이 길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지위도 낮고 학위도 낮은 자영업자의 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 누적조회 8백만명 달성 글은 자랑글이 될 수도 있고 자만의 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향의 측면이 강하다. 이런 글에 대하여 공감하고 축하의 메시지메 달아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사람들 것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공덕짖기 쉬운 방법이 있다. 공감 한번하고 축하의 메시지 한번 남기면 내것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정신적 공덕은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회향공덕이다. 그래서 공감하고 축하메세지를 남긴 사람들 모두에 대하여 모두 당신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거들기만 해도 내것이 된다. 수희찬탄하면 내것이 된다. 힘들지 않고 공덕을 쌓으려면 기쁨의 마음을 내야 한다. "사두! 사두! 사두!”라든가, “훌륭합니다.”라든가, “축하합니다.”라는 말로 거들어야 한다. 세상에 이렇게 쉽게 공덕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제 9시가 되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2022-07-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