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그대에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16. 15:44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그대에게

 

 

그 사람은 대체 나에게 언제 사과할까? 이제나 저제나 사과할까 기다려 보았지만 세월만 흘러갔다. 벌써 3년 된 것 같다. 사과하라고 직접 말해야 할까?

 

대체로 사과를 잘 하는 편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고객과의 대화에서 특히 그렇다. 을의 입장에서 고객과 싸워서 이득 될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불편하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을의 입장이다.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평생 갑의 입장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좀처럼 머리를 굽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평생 조직의 보호속에서 산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을의 입장에서 고객을 왕처럼 받들어 모시고 사는 사람이라면 즉각 사과하고 고개를 숙일 것이다.

 

다툼이 있을 때 화해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앙금을 가지고 갈 수 없다. 서로 감정 싸움이 되어 버렸을 때 서로 사과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사과하고 한편에서는 사과하지 않는 채로 있는다면 불공평한 것이다.

 

나는 사과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을의 입장에서 고객을 왕처럼 받들어 모시고 살아 왔기 때문일까 모임에서 사소한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변질 되었을 때 끝내고자 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과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다. 그는 평생 갑의 입장에서 살아와서 그런 것일까? 그는 평생 조직의 보호속에서 살아 와서 그런 것일까? 좀처럼 굽히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귀가 뚫리는 듯한 말을 들었다.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오물장 같은 유튜브에서 때로 종종 들을 만한 것이 있다. 어느 여성 작가가 진행하는 유튜브가 그것이다. 유튜브에서는사과 안하는 사람 대처법. 미안해 말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말했다.

 

사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이상 사과를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사과 한마디 받고 싶어서 마음을 애태우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인 말이다.

 

작가는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에게 사과를 받고자 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상대방의 지인이 이런 사실을 알고 대신 사과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리사과를 한 것이다.

 

대리사과도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작가에 따르면 그래도 조금은 낫다고 했다. 그러나 직접 사과를 받은 것에는 십육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 사람에게 직접 사과를 요청하여 사과를 받는 일일 것이다.

 

작가는 어느 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속상해 하는 자신의 마음을 본 것이다. 이런 행위는 자신이 자신을 해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대체 사과가 뭐길래 사과를 받으려 하다가 몸과 마음만 피폐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해치게 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있다. 잘잘못을 떠나서 감정싸움으로 변질 되었을 때 최소한 감정의 앙금은 풀었어야 했다. 나는 사과를 했는데 그 사람은 사과를 하지 않았을 때 감정은 계속 남아 있다. 사과, 그 말 한마디 듣고 싶어서 이제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 내려 놓아야 한다.

 

나는 사과를 했다. 그 사람은 사과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미움과 원망과 서운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불쾌하다. 그로부터 그때 미안했습니다.”라든가, “마음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와 같은 말을 듣고 싶었다. 나는 다 했던 말이다.

 

작가는 상대방에서 더 이상 사과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수도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미워했을 때 결국 자신의 마음만 타들어 갈 것이기 때문에 자신을 해치는 것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놀랍게도 먼저 자신에게 사과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에게 사과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작가는 자신을 사랑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을 못살게 하고 학대할 것이라고 했다.

 

사과, 그 말 한마디 듣고 싶어서 안달복달 했을 때 자신을 못살게 구는 것이 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을 해치듯이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작가는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작가의 말은 이미 초기경전에 실려 있는 가르침이라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아내나 남편, 또는 자식이 될 수도 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일까?

 

 

꼬살라 빠세나디 왕이 말리까 왕비에게 당신은 누구를 가장 합니까?”라고 물었다. 당연히 왕은 자신을 가장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은 미천한 신분의 여인을 왕비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왕비는 현명했다. 왕의 유도성 질문에 대왕이시여, 나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없습니다.”(S3.8)라고 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말이다. 절대권력의 왕에게 당돌하게도 자기자신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했다.

 

왕비는 왜 자신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말했을까? 왕비는 이어지는 말에서 대왕이시여, 그런데 전하께서는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습니까?”(S3.8)라고 되물었다. 이 말 역시 놀라운 말이다. 절대권력자에게도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이 아닌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왕비가 자신을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말하는 것으로 그쳤을 때 극형을 면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현명한 왕비는 왕에게 전하께서는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습니까?”(S3.8)라고 되물었다. 이에 왕은 말리까여, 나에게도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다른 사람은 없소.”라고 말했다. 왕에게도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다. 연인이 당신은 누구를 가장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 현명한 사람이라면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서 그치면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다. 이럴 경우 당신도 당신 자신이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가요?”라고 되묻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상대방도 사랑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해쳐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을 해치는 사람은 상대방도 해칠 것이다. 사과를 받으려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일어 났을 때 상대방을 해치기 보다는 자신을 해친 결과가 되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미안한 것이 된다. 그래서 작가는 먼저 자신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상대방도 소중하게 여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을 존중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존중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나 자신이다. 이 세상에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사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끝까지 사과 하지 않아도 내가 사과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심청정이면 중생청정이라고 했다. 부처님은 마음이 오염되므로 뭇삶이 오염되고 마음이 청정해지는 까닭에 뭇삶이 청정해진다.”(S22.100)라고 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 사과했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사과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제 더 이상 사과를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2022-09-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