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새벽노을 보면서 하루일과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13. 06:15

새벽노을 보면서 하루일과를

 


또다시 새벽이다. 현재시각 4시 47분, 수행처라면 새벽좌선할 시간이다. 새벽 4시부터 좌선이 시작되고 새벽 5시가 되면 새벽예불이 시작된다. 새벽 3시 반 이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도시의 밤은 잠들지 않는다. 어둠이 깔리면 도시는 휘황찬란해진다. 거의 백개에 달하는 TV채널에서는 온갖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서는 수천, 수만가지 볼거리가 있다. 에스엔에스도 봐야 한다. 도시인들은 새벽에 잠들기 일쑤이다.

도시의 새벽은 고요하다. 왕복8차선 대로도 이 시각이 되면 가끔 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린다. 어제 있었던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 온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도 있다. 그로 인해 번뇌가 일어난다.

사홍서원에서 번뇌를 끊겠다는 다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번뇌를 끊을수 있을까?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사유중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생각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새벽에 경행을 했다. 발에 집중하면 잡념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집중이 약하면 생각의 노예가 되기쉽다. 이럴 때는 더 강력한 처방을 해야 한다. 경을 암송하는 것이다. 외운 경을 나지막히 읊조리는 것이다.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거의 4개월 되는 것 같다. 다른 것으로 갈아타야 하나 계속하는 것은 힘들게 외웠기 때문이다. 한문으로 된 경과 달리 빠알리 원문이기 때문에 억지로 외운 것이다. 한번 외워 놓으니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암송한다.

빠다나경을 20분가량 암송했다. 모두 25게송으로 1,800자가량된다. 기억력에 의지하여 머리에서 꺼집어 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온통 암송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잡념이 치고 들어올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부처님 말씀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이 목숨걸고 정진한 것이다. 마라와 싸워 이긴 승리의 노래이다.

경을 암송하면 확실히 집중이 된다. 집중된 힘을 경행에 적용하면 행선이 된다. 발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마음이 발에 붙어 있게 되어서 발의 움직임과 이를 아는 마음만 있게 된다. 마음이 발에 붙어 있으면 잡념이 일어나더라도 힘을 잃고 만다. 번뇌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되는 것이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새벽에 일어나면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밖에는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다. 불과 이삼십분 지나면 동트기 시작할 것이다. 동쪽 하늘이 벌겋게 물들이며 하늘이 터질 것이다. 오늘도 새벽노을을 볼 수 있을까?

이제 5시 18분이 되었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일터로 가야 한다. 아침 6시가 약간 넘으면 도착할 것이다. 새벽노울을 보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남들보다 두세시간 빠르다. 새벽에 일어나면 시간을 버는 것 같다.

 


2022-09-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