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득음의 경지나 득도의 경지나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13. 06:00

득음의 경지나 득도의 경지나

 


여기는 고래바위계곡, 추석 연휴 3일차에 찾았다. 관악산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있다.

계곡에는 물소리, 새소리만 들린다. 수시로 하늘에서 굉음이 들리기도 한다. 비행기 가는 길목인가 보다.

오랜만에 산행 했다. 그 동안 더워서 못했다. 최근에는 허리가 아파서 못했다. 계절이 바뀐 요즘 허리는 다 나았다.

9월 18일에 산행이 있다. 정평불 정진산행모임에서 예봉산 산행을하기로 했다. 해발 680미터가 넘는다. 팔당역에서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산행을 앞두고 걱정 되었다. 산행 전까지는 허리가 나아야 했다. 침을 맞고 전기찜질기를 이용해서일까 지금은 문제 없다. 예봉산에 도전할 수 있을 것같다.

오늘 운동삼아 산행 했다. 예봉산 산행을 앞두고 일종의 몸풀기와도같다.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산행을 할수록 집중되었다.

알상에서 수행 아닌 것이 없다. 산행도 좋은 수행이다. 오를 때 발에 집중했다. 마음을 발에 붙였다. 오로지 아는 마음만 있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의 움직임에 집중하니 힘든 줄 몰랐다.

산행이 왜 힘들까? 그것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저 높은 산만 바라보고 걸으면 피곤하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면 산행이 몇 배 힘들다. 산행을 포기할지 모른다.

산행에서 발에 집중하면 힘들지 않다. 온통 발의 움직임에 집중했을 때 자동적으로 걸어 가는 것 같다. 놀랍게도 가파른 산길을 힘들이지 않고 사뿐히 올라갈 수 있었다.

산행은 행선의 원리를 적용하면 힘들지 않다. 발의 움직임과 이를 아는 마음만 있을 때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번뇌망상이 일어나더라도 쉽게 제압된다. 마음이 발에 딱 붙어 있기 때문이다.

 


고래바위계곡에 있는 너럭바위 위에 앉아 있다. 늘 찾는 곳이다. 암반계곡에 앉아 있으면 신선이 되는 것 같다. 글쓰기 좋은 환경이다. 스마트폰 메모앱에 엄지로 치는 것을 말한다.

나에게 에스엔에스는 일상이다. 카톡과 페이스북이 대상이다. 오늘 카톡방에 전전선생의 판소리(https://youtu.be/gJgNRhX_TyM)가 올라왔다. 올린지 10분도 안되는 따끈따끈한 것이다.

전전 박금재 선생은 정이 많은 사람이다. 글을 올리면 하트로 공감을 표현해 준다. 이에 자극받아 타인의 글에도 하트 표시 해준다. 마치 행복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 같다.

전전선생과 카풀을 많이 했다. 방향이 같은 이유가 크다. 안산과 안양은 가깝다. 지난 8월 연합수련회 때는 전전선생 차를 타고 안성 수련회장에 갔었다.

전전선생은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노는 것은 아니다. 판소리를 하고 있다. 대학 다닐 때부터 하던 것이라고 한다. 이제 정년퇴임 했으니 본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전전선생이 유튜브에 올려 놓은 판소리를 들었다. 새소리, 물소리만 나는 고래바위계곡에서 들은 것이다. 목소리가 터졌다. 판소리 특유의 터진 목소리이다.

전전선생은 왜 판소리를 하는 것일까? 정년퇴임 했으면 여행이나 다니면서 즐기는 삶을 살아야 할텐데 왜 그 나이에 소리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젊은시절 못다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전전선생은 동편제를 하고 있다. 서편제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으나 동편제는 생소하다. 전전선생은대학 다닐 때 동편제 명창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늦은 나이지만 명창의 꿈에 도전하는 것 같다.

오래전에 영화 서편제를 봤다. 창 하는 것을 보고서 마치 도를 닦는 것처럼 보였다. 목소리가 터질 때까지 수백, 수천번을 반복하는 것이 애처러워 보였다. 전전선생도 목이 터지도록 수백, 수천번 연습했을 것이다.

소리에서는 득음의 경지가 있다. 폭포수 아래에서 연습할 때는 물소리를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토굴에서도 피나게 연습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득음은 득도의 과정과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득음이나 득도나 이루기가 쉽지 않다.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무엇이든지 매일매일 서너시간씩 십년하면 프로페셔널이 된다고 한다. 득음의 경지 또는 득도의 경지도 그러지 않을까?

2022-09-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