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새로운 집에서 새출발을,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이전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21. 17:37

새로운 집에서 새출발을,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이전하고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전했다. 두 달 전부터 이전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이전하지 않으면 블로그가 폐쇄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생명과 같은 블로그가 끝나가는 것 같았다. 블로그의 사망처럼 생각되었다.

 

블로그는 나의 삶 자체와 같다. 2005년 블로그를 개설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했다. 즐거울 때도 함께 했고 슬플 때도 함께 했고 분노할 때도 함께 했다. 20066월부터는 매일 글을 쓰면서 함께 했다.

 

블로그는 17년된 것이다. 글은 16년 썼다. 매일 함께 했으므로 블로그는 일상이다. 블로그 하는 것은 밥 먹는 것과 똑같다. 새로운 글을 올리고 공감하는 글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살았다.

 

블로그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친구와도 같은 것이었다. 사십대가 세상 바깥으로 내팽개쳐졌을 때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위기의 시기일 때 힘이 되어 주었다. 블로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 힘든 시기를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블로그 초창기 때 블로그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어떻게 하면 잘 꾸밀까라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블로그도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다.

 

블로그 초창기 때는 글만 썼다. 글만 있는 것이 허전한 것 같아서 사진을 곁들였다. 직접 찍은 것이다. 글에 사진이 곁들이니 훨씬 보기 좋아 보였다. 사진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동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글과 사진과 동영상이 있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러나 블로그는 계속 진화해 갔다. 음악을 집어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구입해서 글에 집어 넣었다.

 

블로그는 글과 사진과 동영상과 음악이 흐르는 콘텐츠가 되었다. 미디어 다음에서 제공한 음악파일을 활용한 것이다. 이루마 음악과 야니 음악을 주로 사용했다. 글 하나 올리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자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성한 글이 블로그 메인 뉴스에 떴을 때 십만명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지금도 그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참고로 어느 신용불량자의 꿈, '제로베이스' 된다면(https://bolee591.tistory.com/15405500, 2008-07-17)’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블로그와 동고동락하며 17년을 보냈다. 사십대 중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힘이 되어주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 블로그를 알게 되어서 오늘에 이르렀다. 블로그가 있었기에 암흑과 같은 터널을 지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블로그도 종말이 오고 있음을 알았다. 블로그를 만들 당시에 미디어 다음은 일등 포털이었으나 해가 갈수록 밀렸다. 지금은 쪼그라들어서 일등 포털과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이는 키워드 광고 금액에서도 확인 된다. 세 배 차이로 벌어진 것 같다. 올해 급기야 블로그를 폐쇄하겠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를 받았다.

 

무엇이든지 종말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라면 생, , , 사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천신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복과 수명이 보장된 하늘사람들도 말년에는 징조가 있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천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보였을 때 그의 화환이 시들고, 그의 의복이 바래고, 그의 겨드랑이에서 땀이 흐르고, 그의 몸이 추악해지고, 자신의 하늘보좌에 더 이상 기뻐하지 않는다.(It.83)라고 했다. 블로그도 종말의 징조가 보였다.

 

올해 어느 때부터 블로그에 있는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았다. 십년 이상 축적된 콘텐츠에 있는 동영상이 먹통 된 것이다. 마치 천신의 수명이 다할 때 나타나는 징조처럼 보였다. 블로그를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831일 옮겼다.

 

 

블로그를 옮기는 것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는 것 같다. 그런데 망해서 억지로 떠밀려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전 과정에서 혹시나 잘못되면 어떨까라는 염려도 있었다. 십여년동안 올린 글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블로그는 안전하게 이전되었다. 과거 써 놓은 글이 모두 살아 있게 된 것이다. 먹통이 된 동영상도 재생되었다. 그러나 댓글은 모두 사라졌다. 추억이 사라진 것 같다. 이제부터 다시 해야 한다.

 

티스토리로 옮긴지 21일 되었다. 블로그 조회수는 이전과 변동 없다. 하루 천명에서 이천명 사이에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 천오백명가량 된다.

 

새로운 집은 모든 것이 낯설다. 악의적인 댓글을 발견했을 때 차단으로 대응했다. 검색해보니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았다. 로그인 하는 자에게만 허락하고 그것도 승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나하나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제 새로운 집에서 새출발하는 거다.

 

 

2022-09-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