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나도 노마드가 될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4. 21:33

나도 노마드가 될 수 있을까?


스리랑카 성지순례 항공권을 끊었다. 엑스피디아(Expedia)를 통해서 산 것이다. 처음으로 내 손으로 항공권을 샀다. 이전에는 여행사에서 알아서 다 처리해 주었다.

이번 여행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간다. 반배낭, 반패키지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홀로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유목민이 될 수 있을까?

스리랑카 순례는 12월 12일(월)부터 18일(일)까지 예정 되어 있다. 직항이 없어서 방콕을 거쳐서 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는 날 하루 앞당겨 가고, 오는 날 하루 늦추어 가게 되었다.

가는 날은 12월 10일 오후 9시 20분에 인천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11일 새벽 1시25분에 방콕에 도착한다. 제주항공편이다. 방콕에서 콜롬보로 가는 것은 11일 오전 8시 55분이다. 스리랑카 항공편이다.

방콕에서 무려 6시간 반 가량 대기 해야 한다. 밤을 새우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시간에 호텔 가기도 애매 하다. 공항 대합실에서 보내야 한다. 의자에 앉아서 쪽잠을 자야할 것 같다.

귀국할 때는 12월 19일(월) 오전 6시에 방콕에 도착한다. 방콕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20일 오전 1시에 출발한다. 무려 18시간이 남는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낮이기 때문에 방콕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다. 불교사원이 많기 때문에 이것도 성지순례가 될 것 같다. 김형근 선생이 제안한 것이다.

김형근 선생은 뉴욕에서 출발한다. 방콕에서 만나 콜롬보로 들어간다. 혜월스님은 미국에서 출발하는데 대서양을 건너는 루트라고 한다. 혜월스님은 스리랑카 사람이다. 구산스님 제자로 한국 승복을 입고서 미국에서 전법활동 하고 있다. 대서양을 건너는 것보다 태평양을 건너는 것이 항공료가 더 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형근 선생은 방콕을 경유한다. 모두 12월 11일 점심때 콜롬보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 스리랑카 순례는 세 명이서 함께 간다. 두 명 더 참여하게 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다. 현지인 운전기사와 함께 하면 네 명이 된다. 일정은 알 수 없다. 그때그때 결정해서 갈 것 같다. 반배낭이고 반패키지라고 볼 수 있다. 승용차를 렌트해서 가기 때문에 유목민 여행과도 같다. 노마드가 되는 것이다.

스리랑카 순례는 오래 전부터 꿈 꾸어 왔다. 2007년 무렵 법보신문에 스리랑카 순례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관심을 가졌었다. 인터넷에서 악카사코 빅쿠의 여행기에서 사진을 보고서 부처님 가르침이 살아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빠알리 삼장의 고향이라는 사실이다.

만일 빠알리니까야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처님 가르침이 제대로 전승되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스리랑카 수행승들이 목숨걸고 지켜 왔기 때문에 오늘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발간된 청정도론 해제에 이런 글이 있다.

"그들은 소승이라든지 은둔불교라든지 아공법유라든지 부처님 가르침을 편협하게 이해하고 있다든지 하는 그들을 향한 어떠한 비난이나 도전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법을 올바르게 이해(빠리얏띠)하고 그것을자신에게 적용시켜 잘못된 견해를 극복하고 바른 도를 실천하여(빠때빳띠) 괴로움에서 벗어나(빠띠웨다) 부처님이 보이신 해탈열반을 직접 실현하는 것이었으며 이런 출가 생활이 이웃이나 불교도 들에게 가장 큰 공덕을 가져다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 해서 세상의 위없는 복전(福田, punnakkhetta)이 된다고 부처님께서 설하셨기 때문이다."(청정도론 해제, 초기불전연구원)

스리랑카에 빠알리 심장이 전승된 것은 3차 결집 이후의 일이다. 아소까 대왕이 담마사절단을 10여개국에 파견 했는데 그 중에 스리랑카도 있었다. 그런데 스리랑카 수행승들은 삼장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보전해 왔다는 사실이다.

빠알리 삼장은 어떻게 보전되어 왔을까? 그것은 싱할리어로 묶어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근이 들어 구전할 수행승들이 줄었을 때 싱할리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또 하나는 인도대륙의 새로운 사조, 대승불교와 섞이지 않기 위해 문자로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왔다.

스리랑카는 청정도론의 고향이기도 하다. 청정도론은 니까야 주석서이자 동시에 수행지침서이다. 테라와다불교에서는 필독서에 해당된다.

청정도론은 5세기 붓다고사가 아누라다푸라 마하비하라(대사)에서 집필했다. 대사는 청정도론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마하비하라, 청정도론의 고향이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이번 스리랑카 순례는 코로나 이후 3년 만이다. 2019년 미얀마 순례이후 한번도 나가 보지 못했다. 일년에 한번은 해외성지 순례할 것을 발원 했었다. 십년전에 발원한 것이다. 그러나 가지 못한 해가 더 많다. 가지 않은 해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일년에 두 차례 가야할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해외 항공권을 스스로 힘으로 구매했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세상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노마드가 될 수 있을까?

2022-11-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