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스리랑카 성지순례 떠나는 날에, 스리랑카 성지순례기1 출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0. 10:41

스리랑카 성지순례 떠나는 날에, 스리랑카 성지순례기1 출발




오늘 순례가는 날이다. 스리랑카 성지순례 떠나는 날 아침이다. 내 이런 날이 올줄 알았다. 내일이면 먼 이국땅에 있게 될 것이다. 마치 공간이동하는 것과 같다.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내일이 올지 내생이 올지 알 수 없다."라는 말이다. 인간의 운명은 알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어디에 있든지 해야 할 일을 다해야 한다. 이번 생에 하지 못하면 다음 생에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늘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고 있어야 할 것이다.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머리맡에 디가니까야가 있다. 오늘 아침 읽은 구절 중에 이런 게송이 있다.


일어서소서. 영웅이여, 전쟁의 승리자여,
세상을 거니소서. 캐러밴의 지도자여, 허물없는 님이여,
알아듣는 자가 있으리니,
세존께서는 가르침을 설하여 주소서.”(D14.78)


디가니까야 비유의 큰 경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부처님이 막 정각을 이루었을 때 위대한 하느님(대범천: Maha Brahma)이 부처님에게 청법하는 게송이다.

이 게송은 유명하다. 맛지마니까야에도 있고 상윳따니까야에도 있다. 니까야 도처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심오하고 중요함을 말한다.

게송에서 '전쟁의 승리자'라는 말에 주목한다. 주석에 따르면, “신들과 악마와 번뇌를 부수었기 때문에 전쟁의 승리자”(Smv.471)라고 했다. 영웅은 정진이 있기 때문에 영웅이라고 했고, 허물없는 님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한 채무가 없기 때문에 허물없는 자라고 했다.

부처님에 대한 여러가지 호칭이 있다. 아라한, 정등각자 등 열 가지 호칭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여래십호를 말한다. 그런데 니까야를 보면 여래십호 이외에도 다양한 호칭이 있다는 것이다. 영웅(비라), 승리자(상가마), 허물없는 자(아나나)도 이에 해당된다. 이 중에서 승리자라는 말이 와 닿는다.

부처님에 대하여 전쟁의 승리자라고 했다. 이는 번뇌와 싸워 승리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빠다나경(정진의 경, Sn.3.2)을 들 수 있다. 요즘 거의 매일 암송하고 있는 승리의 게송이다. 부처님이 성도과정에서 악마 나무찌와 싸워서 승리하는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번뇌와 싸워 이긴 것이다.

빠다나경에는 악마의 군대가 등장한다. 빠알리어로 마라세나라고 하는데 한역으로 마군이라고 번역된다. 여덟 마군이 있다. 차례로 감각적 욕망(까마), 혐오(아라띠), 기갈(쿱삐빠사), 갈애(딴하), 해태와 혼침(티나밋다), 공포(비루), 의심(비치낏차), 그리고 위선과 고집(막코탐보)의 군대라고 말한다. 모두 번뇌를 일으키는 불선법들이다.

팔마군 중에서 첫번째 군대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다. 이를 까마(kama)라고 한다.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라는 검은 군대와 싸워서 승리했다. 그래서 승리자(상가마)가 된 것이다.

승리자가 되고 한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매일 패하는 자에 지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승리하리라고 본다. 이 생에서 안되면 다음 생에서라도 승리자가 되고자 한다.

승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욕망을 줄여 나가야 한다. 먹는 것부터 절제해야 한다. 먹다 보면 탐욕으로 먹기 쉽고 분노로 먹기 쉽다. 도와 과를 이루기 위해서 몸을 지탱하는 정도로 먹어야 한다. 특히 여행지에서 그렇다.

해외여행을 하면 천상의 세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호텔에서 산해진미를 먹는다. 눈으로는 이국적인 풍광에 매료 되어서 눈이 호강하게 된다. 오감으로 즐기는 여행이 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앞다투어 외국에 나가 돈을 물쓰듯 쓰는지 모른다.

이번 스리랑카 순례는 구도여행으로 잡았다. 구도여행답게 행위해야 한다. 가장 먼저 먹는 것을 자제 해야 한다. 맛있다고 해서 잔뜩 쌓아 놓고 허겁지겁 먹어서는 안된다. 먹는 것도 수행이다. 사띠하면서 먹는 것이다. 계율로 먹고, 사마타로 먹고, 위빠사나로 먹는 것이다. 미얀마 위빠사나 수행센터에 들어가면 이렇게 먹는다. 감각적 욕망의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준비는 다 끝났다. 오후 4시에 출발하면 된다. 오늘 오후 인천에서 9 20분에 출발한다. 태국 수완나품 공한에 도착하면 새벽 1시이다. 콜롬보 가는 비행기는 오전 8 55분에 있다. 거의 7시간 기다려야 한다. 공항지하 박스텔에서 3시간 쉬고자 한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김형근선생을 만나기로 했다. 김형근 선생은 미주현대불교 발행인이다. 미국교포로 뉴욕에 살고 있다. 아침 6시 반까지 스리랑카 항공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김형근 선생과 함께 간다. 콜롬보 카투나야케 공항에 도착하면 혜월 스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스리랑카 사람으로 구산스님 제자이다. 한국승복을 입고 미국에서 포교활동하고 있다.

스리랑카에 일주일 머문다. 스리랑카 성지 위주로 보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차를 렌트해야 한다. 운전기사가 딸린 차를 렌트하는 것이다. 차종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일정도 알 수 없다. 도착해서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도 혜월스님은 한국어가 유창하다고 한다. 이번 순례에 혜월스님은 가이드 역할을 할 것 같다.

어제 저녁 이마트에 가서 선물을 준비했다. 운전기사를 합하면 모두 네 명이 된다. 세 명 분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환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면도기이다. 면도기 네 개들이가 있는 것을 선택했다. 일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이다. 한 세트에 9천원 가까이 되는 고급이다.

 


어느 호텔에서 머물러야 할까? 부킹닷컴 앱을 다운 받았다. 아누라다프라 지역을 검색해 보니 100곳 이상이다. 호텔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일이만원대도 있고 삼사만원대도 있다. 사진으로 보는 것이지만 시설은 훌륭한 것 같다. 굳이 비싼 호텔에서 머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호텔은 일인일실로 쓰고자 한다. 그레이드가 낮은 호텔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인차에 기인한다. 낯선 곳에서 적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물가가 싼 것 같다. 어느 유튜버의 스리랑카 기행을 보니 공무원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15만원 가량이라고 한다. 한국으로 이주하여 일하면 300만원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20배 차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스리랑카 사람들에게는 한국은 꿈의 나라라고 한다.

집에서 사용하던 물품을 고스란히 옮겨 가고자 한다. 그 중에 전기장판도 있다. 방석타입으로 작은 것이다. 몸이 차가우면 잠을 잘 못 이룬다. 이 밖에도 항공담요와 두꺼운 옷도 준비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떠나기만 하면 된다. 하루가 지나면 공간이동하듯이 딴 세상에 와 있을 것이다. 인종도 다르고 풍광도 다른 미지의 세계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땅이다. 빠알리삼장의 고향이고 무엇보다 청정도론의 고향이다. 그 옛날 구법승들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났듯이 가보는 것이다.


2022-12-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