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성지순례는 언제쯤이나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16. 08:21

 

성지순례는 언제쯤이나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십년전 서원을 한 것이 있다. 일년에 한번은 해외성지순례를 가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드문드문 중국, 일본, 실크로드, 인도, 미얀마 성지순례를 가는 것에 그쳤다. 성지순례를 가면 반드시 기록을 남겼다. 성지순례는 가기 전의 설레임, 현지에서의 즐거움, 그리고 후기를 남기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날에 스리랑카로 떠나고자 했다. 그러나 출발하는 당일날 장인이 돌아 가셔서 무산되었다. 그 대신 반년 후에 다시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하여 올스톱 되었기 때문이다.

 

성지순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못가면 내년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돈이 있어도 시간이 허락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자신의 건강문제이다. 건강이 허락되지 않으면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가족의 건강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팬데믹이다. 밖에 나가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루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은 내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수행은 좀 더 있다가 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건강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생각날 때 하라고 했다.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년에 한번은 밖에 나가고자 했다. 성지순례 명목이다. 불교유적이 있는 곳이면 모두 성지가 된다.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등을 가보고자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 전문가에 따르면 코로나팬데믹은 2024년까지 갈 것이라고 한다. 당분간 일반사람들의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을 듣자 호시절이 지나갔음을 직감했다.

 

일반사람들이 해외에 자유롭게 다닌 것은 불과 30년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해외여행이 대유행한 것은 20년가량 된다.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하여 또다시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그 동안 철마다 나가던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부자들은 철마다 나간다고 한다. 나가지 않으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 없다고 한다. 한번 바깥바람 쐬고 와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그런데 코러나팬데믹으로 원천봉쇄 되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돈이 있어도 못나가고 시간이 있어도 못나간다. 부자들은 해외여행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해외성지순례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단지 즐기는 여행이 아닌 ‘구도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이 허락되면 배낭여행식으로 몇달이고 성지에서 머무는 여행을 하고 싶다. 특히 인도여행을 하고 싶다.

 

인도에 한번 다녀왔다. 2018년 1월의 일이다. 그때 당시 진주선원 성지순례단에 동참하여 10일간 사대성지를 포함하여 부처님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패키지 여행의 한계로 인하여 주마간산격으로 보는 것에 그쳤다. 다시 가게 된다면 못 보았던 곳을 가보고 싶다. 니까야에 등장하는 지명을 찾아 가 보고 싶은 것이다.

 

 

인도에 다시가면 라자가하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 경전에 수많은 지명이 나오는 라자가하는 부처님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런 라자가하는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분지에 있다. 테라가타에 이런 게송이 있다.

 

 

“마음이여, 나는 그대로부터 청원을 받았다.

산곡성에 갖가지 날개를 지닌 새들,

크나큰 번개의 소리, 천둥의 울림이

숲속에서 선정에 든 그대를 기쁘게 하리라.”(Thag.1114)

 

 

산곡성은 라자가하를 말한다. 라자가하를 둘러싸고 있는 오악 사이에 있기 때문에 기립바자(giribbaja)라고 한다. 한자어로 山谷城이라고 한다. 라자가하 오악은 북쪽에 비뿔라(베뿔라), 북서쪽에 바이바라(베바라), 남서쪽에 소마(이시길리), 동남쪽에 우다야, 북동쪽에 라뜨나(빤다바)를 말한다.

 

라자가하 오악은 초기경전 도처에 등장한다. 베바라산은 칠엽굴이 있어서 1차 결집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베뿔라산은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유명하다.

 

 

“일 겁의 세월만 윤회하더라도

한 사람이 남겨 놓은 유골의 양은

그 더미가 큰 산과 같이 되리라고

위대한 선인께서는 말씀하셨네.

 

그런데 큰 산은 이처럼

베뿔라 산이라고 불리우니

깃자꾸따 산의 북쪽에 놓여 있고

그곳에 마가다의 산성이 있네.”(S15.10)

 

 

라자가하 오악중에 가본곳은 깃자꾸따가 있는 빤다바산 뿐이다. 나머지 네 곳은 언젠가 가 보아야할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이 이씨길리산이다.

초기경전에서 이씨길리산은 비극의 산이다. 부처님 제자들이 자결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고디까(S4.23), 박깔리존자(S22.87)가 이곳에서 자결했다. 또 목갈라나 존자가 이교도에게 살해당한 장소이기도 하다.

 

고디까 존자는 일시적 마음의 해탈에 따른 퇴전 때문에 자결했다. 박깔리존자는 중병으로 자결했다. 모두 죽음과 동시에 아라한이 되어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

 

상윳따니까야에 고디까존자의 자결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이는“그 때 존자 고디까가 이씨길리 신 중턱의 검은 바위 위에 있었다.”(S4.23)라고 되어 있다.

 

검은 바위(kāḷasilā)는 어디에 있을까? 이씨길리산 깊숙한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지금은 외진 곳이라서 안전한 보호자 없이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소개 되어 있다. 인도에 다시 한번 간다면 이씨길리의 검은바위에 꼭 한번 가 보고 싶다.

 

팬데믹이 나기 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지금은 기약이 없다. 무엇이든지 때가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환경도 변한다. 코로나팬데믹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호시절은 다 간 것일까? 누구 보다도 성지순례를 바란다. 언제쯤이나 갈 수 있을까?

 

 

2020-06-16

담마다사 이병욱